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경기도지사 출신 대선 후보들이 맞붙으면서 더욱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도. 도민들의 표심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을 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52.20%(482만1148표)를 얻어 37.95%(350만4620표)를 기록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14.25%p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눌렀다. 한편 경기도 화성을 지역구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84%(81만6435표)를 얻었다. 이로써 이재명 당선자는 '경기도지사는 대권 무덤'이라는 징크스를 깬 최초의 인물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으며,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아쉽게 패배한 바 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 부천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경기도지사는 대권 무덤'이라는 속설은 과거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인제, 손학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들이 대선 본선이나 당내 경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데서 비롯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직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단 0.73%p 차이로 아깝게 패하며 이 징크스에 무게를 더했다.
전체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당시에도 경기도민의 표심은 이재명 후보에게 기울었다.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는 경기도에서 50.94%(442만8151표), 윤석열 후보는 45.62%(396만5341표)를 얻어 5.33%p 차이를 보였다.
19대 대선에서도 경기도는 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42.08%(331만9812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75%(163만7345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2.91%(180만7308표)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 간 경기도 득표 격차는 전국 평균 8.27%p(이재명 49.42% - 김문수 41.15%)보다 훨씬 컸다. 또한 윤석열 후보와 맞붙었던 20대 대선 경기도 득표 차이인 5.33%p보다도 큰 수치다.
경기도에서 이처럼 큰 격차가 나타난 이유는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가 '내란 세력 심판'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내란 종식, 내란 세력 심판'을 강하게 주장했다.
변화의 조짐 보인 보수 강세 지역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에 승복하며, 당선이 확실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 민심에 변화가 일었다는 점이다.
경기도 내에서는 포천·양평·가평·여주·이천 등 농업 인구가 많은 지역과 성남 분당·과천·용인 수지처럼 집값이 높은 지역이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혀왔다. 직전 대선에서도 이들 지역은 윤석열 후보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용인 수지·이천·포천 등 일부 보수 성향 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우위를 보였다.
용인 수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47.71%(12만3133표)를 얻었고, 김문수 후보는 41.71%(10만7662표)를 기록했다. 이천에서도 이재명 47.88%(6만9247표), 김문수 42.68%(6만1729표)로 격차를 보였다. 포천 역시 이재명 47.76%(4만5328표), 김문수 44.78%(4만2497표)로 이 대통령이 근소하게 승리했다.
반면 과천을 비롯한 나머지 보수 지역은 '내란 세력 심판 바람'에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성남 분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그가 성남시장을 지냈던 지역으로 주목받았지만, 득표율에서 김문수 후보가 44.83%(14만7997표)로, 이재명 후보(44.30%, 14만6248표)를 0.53%p 차이로 이겼다.
득표율 차이는 크지 않지만, 분당에서의 패배는 상징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뼈아플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외 김문수 후보가 우위를 점한 지역들도 표 차이는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며, 직전 대선에서 10%p 이상 격차가 났던 것에 비하면 보수 우세 지역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에 10%p이상 격차가 난 지역은 가평 한 곳뿐으로, 이곳에서 김문수 후보는 51.66%(2만2378표)를 얻어 이재명 대통령(41.42%, 1만7945표)을 앞섰다.
이준석, 지역구서도 3등 했지만 두 자릿수 득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 도착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또 하나 눈에 띄는 지역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이다. 현역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화성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52.60%(15만1555표)를 얻어 32.42%(9만3407표)를 얻은 김문수 후보를 20.17%p 차이로 크게 앞섰다. 이준석 후보는 경기도 전체 평균 8.84%보다 5.15%p높은 13.99%(4만321표)를 득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화성에서 경기도 평균 득표율(52.20%)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도내 평균(37.95%)보다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이준석 후보가 추가로 얻은 5.15%p의 표는 보수 성향 유권자 일부의 이탈표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4일 오전 "맨몸으로 계엄군의 총구를 막아낸 국민이 총알보다 강한 투표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이재명 정부는 내란 종식과 민생 위기 극복에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여러분이 제게 맡기신 첫 번째 사명은 내란을 극복하고,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는 군사 쿠데타가 다시는 없도록 하는 일"이라며 강한 각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