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지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고 한들, 1분 전의 일을 되돌리 수 없고 불과 1초 후의 일 역시 예측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현재에만 뿌리박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 그게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을 기점으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뱉은 '비상계엄'이라는 한 마디의 말은 순식간에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 아니 망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계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단순한 두려움 이상의 공포를 느꼈다. 고작 한 명의 인간이 내뱉은 말은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현실에 소환하고 있었다. 예언가라도 된 것처럼,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앞으로 펼쳐질 일들 또한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살아오면서 계엄 상황을 직접 겪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결코 낯설지 않았다. 역사책에서 숱하게 읽었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도 지겹도록 보고 들어 왔으니까. 내 인생에서 계엄 사태를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참담하고 끔찍했다.
위기의 순간들 속에서 빛을 발한건 '한 사람'이었다.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 담장을 넘고 있는 국회의원, 총을 들었지만 상관의 명령보다 양심의 소리에 복종한 군인까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지켜냈다. 세상을 망치는 것도, 회복시키는 것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광장으로 모였다. 함께 치켜든 응원봉은 대한민국을 비추는 찬란한 빛으로 변해 이 땅에 임했다. 피를 묻혔던 과거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다시 만난 세상. 그게 바로 지금,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마침내 어제 국민들은 손수 새로운 사람을 대통령의 자리에 세울 수 있었다.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1720여 만 표라는 최다 득표수를 만들어냈다.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역대 민주당 출신 후보 중에서도 최다 득표율이라는 기록(49.42%)까지 함께 갱신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다. 이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된 만큼 국내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양극단으로 나뉘어 대립 중인 여론을 통합하는 것이 먼저다. 새롭게 뽑힌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에 어느 정도까지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부디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민주 시민들 역시 각자가 한 사람으로서 힘을 실어 줄 때다. 무너져 가던 민주주의와 민생, 참으로 어렵게 얻은 회복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갈등의 시간에 종말을 고하고 화해와 치유에 마음 쏟아붓자. 이제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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