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KPS는 별도의 자료를 내 김씨 사망사고에 대해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밝혀, 책임 회피 지적을 받고 있다. (빨간 네모 속). ⓒ 신문웅
2일 오후 한국서부발전(주)태안발전본부에서 홀로 근무하다가 끼임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 김아무개씨(50)의 사망사고에 대해 한전 KPS가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밝혀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청업체(한전KPS 협력기업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노동자 김씨는 이날 오후 2시 35분께 태안화력 9·10호기 종합정비건물 1층 현장에서 선반작업을 진행하다가 기계에 끼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한전 KPS 별도 자료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
사고 발생 이후 한국서부발전이 허성무 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사고 경위에 "한전KPS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 주변정리 중 끼어 의식 없음"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한국서부발전의 공식 입장문에는 '임의 주변정리 중' 표현은 빠졌다.
한국서부발전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정확한 원인에 대해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전KPS와 함께 성실히 임하고 있다"라며 "향후 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 조치를 마련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KPS은 별도의 자료를 내 사고 발생 상황을 설명한 뒤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으로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에 있으나, 경찰 및 노동청 조사 중으로 저희 기관에서는 명확한 사고 원인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2일 밤 빈소에서 만난 김아무개씨 동료들은 "고인은 오전에 2건의 작업 오더에 따라 작업을 했다"라며 "꼼꼼한 성격이라 작업 오더 없이는 나사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 오후에 분명히 오더가 있어서 일을 했을 텐데 회사 측이 '임의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임의 작업' 같은 표현은 회사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때 쓰는 용어다.
김용균 엄마 김미숙 "진실 밝혀야"
권영국 "철저한 조사 필요"... 이재명 "위법시 책임 끝까지 물어야"

▲6년 전인 2018년 아들 고 김용균 노동자와 똑같은 끼임사고를 당해 숨진 김아무개씨 빈소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 신문웅

▲2일 자정 가까운 시각, 대선 선거운동을 멈추고 태안으로 달려온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사진 가운데)의 모습. ⓒ 신문웅
한편 빈소는 이날 9시께 충남 태안군보건의료원 장례식장 2층 1분향실에 마련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장례식장을 직접 찾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소셜미디어에 추모 메시지를 냈다.
이날 빈소에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발전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동료 등이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향후 대책을 의논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고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는 "힘을 내야 한다. 아드님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용기를 내야 한다. 함께 곁에서 지킬 테니 마음을 굳게 먹자"라고 말했다.
유족과 마주앉은 권영국 후보는 "서울 유세를 자정까지 하려다가 중단하고 유족을 위로하러 달려왔다"며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때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고 용기를 내시라"고 손을 잡았다. 이어 "회사 측이 기자들에 보낸 설명자료에 '임의'라는 어처구니 없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반드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관련 책임자 처벌과 사고 요소 제거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2일 밤 소셜미디어에 "6년 전 김용균군이 세상을 떠난 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라며 "'사람보다 이윤'이 앞서는 사회에서 '안전'은 가장 먼저 무너진다. 기업의 책임 회피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노동자의 생명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라고 애도했다.
이어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죽음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관계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책임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철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노조,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김용균재단, 한전KPS노조 등이 참여하는 시민사회 대책위는 3일 오후 1시 태안 서부발전본사 앞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요구안과 향후 활동 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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