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당시 민간인들이 집단 희생된 대전 동구 골령골 유해 발굴지에 몰래 쓰레기를 실어다 버리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생활쓰레기와 건축폐기물을 버린 곳은 지난해 31구의 유해를 발굴한 부근이다. ⓒ 심규상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의 큰 성과 중 하나는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이다.
진실화해위는 유해발굴이 시급(우선 발굴지)한 26곳에서 지난 3년동안 유해 274구, 치아 207점, 유품 1720점을 수습했다. 또 유전자 대조(851건)를 통해 지금까지 총 1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끊이지 않는 유해발굴 요청 ...45곳 '발굴가능지' 손도 못대
유해발굴과 신원확인은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특히 경기도 안산 선감동 아동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유해발굴 조사는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근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유해발굴을 바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전국 381개 유해매장조사지 중 2기 진화위에서 우선발굴한 곳을 제외하고도 45곳의 '발굴가능지'가 남아 있다. 사전조사(381개소) 외 지역에서도 유해를 찾아달라는 민원이 많다. 게다가 한 번의 유해발굴로 끝나지 않는 곳도 많다. 아산 배방읍 방공호의 경우 2차례 유해발굴을 진행했지만 범위가 넓어 추가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3기 진화위 발족에 앞서 유해발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적 미비점과 인력 부족 문제 해소 등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해 발굴 및 신원 확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조사는 토지소유주(개인, 법인, 국가 등) 마다 토지사용 승인 방법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유해가 묻힌 토지 소유주의 협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일부 토지소유주들은 사적인 토지 사용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토지사용, 발굴조사, 원상복구 등은 물론 희생자 유해로 판단되는 경우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 후속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해발굴 전문 조직 구성 절실"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현장. 발굴 유해는 세종추모의 집 2층에 임시안치하고 있다. ⓒ 심규상
전담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기 진화위는 전문임기제 1명이 용역 관리 등 유해발굴 총괄은 물론 국회 대응, 유관기관 협조, 민원 처리 등 행정 지원까지 맡고 있다.
전문 인력부족에 따른 발굴현장 보존 및 기록 누락 등이 생기기도 한다. 민간인 유해발굴 과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누구의 유해인지를 밝히기 위해 유해별 구분, 유전자 시료 채취, 유품 분석, 신원확인 단서 등에 대한 꼼꼼한 기록 등 유해발굴 전문 조직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대표)은 유해 발굴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 개정안을 통해 법적 근거 마련과 '유해발굴단(가칭)'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칭 '유해발굴단'과 같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유해의 사전조사부터 발굴조사, 신원확인, 유전자 분석 및 DB 구축 등을 통합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발굴한 유해를 임시안치할 공간도 부족한 상태다. 발굴유해를 임시안치하고 있는 세종시추모의집에는 약 90여 평(30 평 *3실) 공간에 4235구의 유해가 임시안치돼 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제3기 진실화해위의 조속한 출범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2기 진화위는 올해 11월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제21대 대선 후보자 10대 공약' 중 두 번째 항목인 '내란 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 국민 통합' 공약에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신속한 출범'과 '학교 역사 교육 강화 및 역사 연구 기관 운영의 정상화'를 주요 이행 방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