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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1대 대선 코앞인 2일까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상대 공격은 멈춤이 없었다. '네거티브 과열' 논란에도 김 후보는 "독재" "범죄자" "선거공작" 등 맹비난을 퍼부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절대 안 된다"라는 주장을 앞세웠다.

이날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마지막날 유세 동선과 비슷한 경로를 밟았는데 전통적 표밭인 부산·대구를 거쳐 대전·서울로 이동하며 기호 2번 몰표를 호소했다. '이준석에게 표를 주면 이재명을 도와주는 것과 같다'는 말과 함께였다.

다급한 김 후보가 이렇게 곳곳을 다지는 동안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도 국민의힘을 돕기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찾았다. 보수층 집결 기대에 당의 표정은 화색을 띠었다.

"승리할 준비 됐습니까? 확 디빌 준비됐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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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2시, 부산시 동구 부산역 광장이 "디비자(뒤집자라는 말의 사투리 - 편집자 주)"라는 환호로 가득 채워졌다. 보수텃밭인 부산에서 주로 야당이 쓰던 말이지만, 이날은 국민의힘이 당연하게 외치는 구호가 됐다. 지지자들은 역전을 기대하며 목이 터질 듯 이에 호응했다. 주고받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반복됐다.

김 후보가 얼굴을 드러내기 전, 먼저 무대에 오른 국회의원들은 패배는 있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동구를 책임지는 곽규택 의원은 "부산 시민의 이 뜨거운 지지를 안고 전국을 확 디빌 것"이라고 말했고, 중·영도구의 조승환 국회의원은 "4번은 안 된다. 투표로 단일화 시켜달라"라고 지지자들에게 한 표를 당부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로부터 50분 뒤, 김 후보가 대중가요 '질풍가도'를 선거곡으로 편곡한 노래에 맞춰 부산역 광장에 마련된 유세 연단에 올라서자 '김문수' 환호가 울려 퍼졌다. 이런 호응 속에 그는 본격 유세 전 '긴급'이란 제목으로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했다.

"있어서는 안 될 비상계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립니다. 저와 국민의 힘은 깊이 반성하며 국민의 뜻과 염원을 받들어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저와 국민의힘은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당내 민주주의, 당과 대통령의 수평적 관계, 대통령의 당무 불개입, 당과 정부의 건강한 관계 등 과감한 당 혁신을 추진하겠습니다."

반전을 노린 듯 뒤늦은 사과에 나섰지만, 다음 발언은 그간 유세처럼 바로 이 후보 공격에 열을 올렸다. 김 후보는 "국민이 계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국회 독재를 일삼고 사법 리스크에 떨고 있던 이 후보는 감옥에 갈 처지에서 기사회생했다. 이제는 대한민국 모든 권력을 다 장악하며 히틀러식 총통 독재를 펼치려고 한다"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지역화폐 등은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민주당 내 발언 논란은 '편가르기'로, 가족을 둘러싼 해명은 '부전자전'으로 몰아붙이며 "이 후보가 퇴행적 행보를 벌이고 있다"라고 주장한 그는 주말 사이 <뉴스타파>가 보도한 '리박스쿨 여론 댓글 조작 의혹'까지 "마약 중독같은 선거 공작"으로 해석했다.

'개혁'을 내건 같은 보수정당인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건 "이재명 후보만 도와주게 된다"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김 후보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단일화 노력을 하겠다. 김문수를 찍으면 김문수가 된다"라며 '압도적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동시에 표 분산을 경계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수영 곽규택 김미애 김희정 김대식 박성훈 의원이 보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수영 곽규택 김미애 김희정 김대식 박성훈 의원이 보인다. ⓒ 공동취재사진

끝까지 네거티브, 보수층 결집에 힘 쏟아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준비한 종이가 사라지자 비난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으로 운을 뗀 김 후보는 이전 유세처럼 "어떤 사람이 방탄조끼를 입고도 부족해 방탄유리까지 덮어쓰고도 벌벌 떤다" "재판 5개 받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나? 교도소로 가야한다" 등 비아냥을 쏟아냈다.

"검찰청을 아예 없애버리겠다고 합니다. 무슨 공소청을 만든다는데 범죄자가 판사를 다 탄핵해 버리고, 또 대법관 숫자를 30명, 100명으로 늘려 변호사 자격도 없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이런 괴물 독재는 전 세계에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저 범죄자 재판을 5개나 받고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 사람, 온 가족이 범죄자가 돼서 유죄 판결받고 법인카드 마음대로 제 마음대로 온갖 거 다 사 먹는 이런 사람을 여러분, 찍어주시겠습니까?"

부정적인 발언을 입에서 떼놓지 않던 김 후보는 장장 30분 가까운 유세의 마지막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그는 "박 대통령 말씀하셨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해보자고 이승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라며 부산역에 모여든 지지자들과 "하면 된다" "뭉치자" "이기자" 등을 함께 외쳤다.

김 후보가 막판유세 장소 중 한 곳으로 부산역을 선택한 날 '국정농단' 사태로 실형을 살다가 사면받은 뒤 공개 행보를 꺼렸던 박근혜씨도 부산·울산·경남을 돌았다. 김 후보 지원의 의미로 해석됐는데, 범어사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난 정동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은 "박 전 대통령이 부산에 있는 고찰을 방문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간 울산에서는 직접 투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선 관련 질문에 박씨는 "우리나라가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현명하게 투표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박씨의 움직임에 대해 부산에서 현장 중앙선대위 회의를 연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전직 대통령들이 탄핵의 강 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며 국민통합 역할 해준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찾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2025.6.2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찾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2025.6.2 ⓒ 연합뉴스

#김문수#부산#박근혜#이재명#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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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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