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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02 14:45최종 업데이트 25.06.02 14:58

리박스쿨 여론조작 의혹, 민주주의 위협하는 '해킹없는 해킹'

리박스쿨 댓글 조작 의혹은 '인지전'의 전형적 양상을 띤다. 인지전이란 공격 주체가 상대 사회의 인식·여론·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해 스스로 오류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현대 사이버 심리전의 확장형이다. 전통적인 사이버 공격처럼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지 않으면서도 정치·사회 시스템의 신뢰를 구조적으로 약화시킨다. 이번 사안도 동일한 방식으로 댓글 창과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정보 공간을 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침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인지보안'이야말로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핵심 취약 지점이라는 경고 신호가 분명히 울린 셈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극우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조직적 댓글 활동을 벌였다는 정황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과 해당 단체가 서울·경기 일부 초등 돌봄학교에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황이 드러나 교육부가 점검에 나선 것이다(리박스쿨 대표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란 이름으로 서울교육청에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지원 중인 서울교대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와 더불어 특정 기사 댓글란에서 다수 계정이 동시에 집중적으로 활동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들 사실만으로도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생태계의 신뢰는 이미 일정 부분 훼손됐다. 선거란 투표 날 단 하루의 절차가 아니라, 사전 정보 형성과 토론 과정 전반이 민주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서는 국가 기관이 직접 여론전에 개입해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러시아 연계 조직이 SNS를 통해 분열적 콘텐츠를 대규모로 확산했다. 2022년 브라질 대선 역시 밈과 숏폼 영상을 활용한 허위 정보가 대량 유포되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흔들렸다. 공통점은 큰 비용이나 인프라 없이도 집단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박스쿨 사례는 이러한 기법이 민간 주체에 의해 국내 선거 공간에 적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해 제도적 경고등을 더욱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과제는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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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플랫폼 책임 강화다. 비정상 패턴을 실시간 감지·공유하고, 검증이 끝날 때까지 해당 게시물의 확산 속도를 지연하며, 팩트체크 결과를 우선 노출하는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이는 구글·메타 등 해외 주요 플랫폼이 이미 도입한 조치로, 국내 사업자도 동등 수준의 투명 보고서와 자동·수동 차단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알고리즘 영향 평가 보고를 정기적으로 공표해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사·사법 체계 정비다. 댓글 조직의 자금 흐름과 지휘체계를 추적하려면 로그 확보 절차가 필수다. 통신비밀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최소 침해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영장 기반 열람과 열람 이력 및 통계 등의 사후 공개를 병행하는 투명성 보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 포렌식 검증 절차를 의무화하고, 법원은 이에 대한 신속한 영장 심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셋째, 제도적 투명성 확대다. 해외 자금이 온라인 정치 활동에 투입될 경우 자금 출처와 지휘 체계를 등록 및 공개하는 외국지원 정치활동 신고제 신설이 요구된다. 기존 온라인 정치 광고 실명제의 경량 규제 모델을 적용한다면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행정 부담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선거법상 '온라인 대여 계정 사용'과 'AI 자동 댓글 생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처벌 조항을 마련해 회색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시민·교육을 통한 사회적 대응 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시민은 콘텐츠를 공유하기 전 출처·작성 시점·맥락을 확인하고, 선관위의 허위 정보 신고 창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에도 인지전 관련 교육을 포함해 학생들의 정보판단과 검증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물리적 폭력이나 대규모 사이버 공격 없이도 민주주의 기반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리박스쿨 의혹은 댓글 조작을 넘어 인지보안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투명 절차·견제 장치·시민의 일상적 검증이 동시에 작동할 때 민주주의는 회복 탄력성을 확보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믿고 무엇을 공유하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는 사회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이러한 행동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유도진 기자는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입니다.


#리박스쿨#자손군#여론조작#인지전#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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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과 기술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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