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가치와 방향> 제목으로 '김도일' 민주당 문화예술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이 발제하다 ⓒ 김형순
21대 대선을 앞두고 당마다 뚜렷한 문화예술의 공약은 나오지 않아 유권자들 불만이 높다. 그런 와중 지난 5월 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도서관에서 'K-문화강국위원회(위원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를 출범시켰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K-콘텐츠 지원강화를 통한 세계 5대 문화강국 실현'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문화 예산을 늘려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9일 국회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민주당 주최로 문화예술계 정책토론회(문화유산과 K-아트 정책토록회)가 열렸다. 나는 참관자로 참석했다. <유형문화 대전환과 미술문화 재정립>이란 제목하에 진짜 대한민국 K-문화강국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했다.
2000년 김대중/이어령 새천년준비위원회를 통해 인터넷 시대를 열었듯, 2025년 이재명/유홍준 K-문화강국위원회를 통해 AI 시대를 연다면, 21세기는 한국의 것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토론회 기조 발제는 '진짜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가치와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김도일' 민주당 문화예술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이 문을 열었다. '문화예술로 성장하는 '국가', 문화예술로 선도하는 '기술', 문화예술로 연결되는 '세계', 문화예술로 살아나는 '지역', 문화예술로 지속하는 '내일'을 기치로 내세웠다.
문화예술계 정책토론 발제자들... 유형 연구소 설립 제안

▲<문화유산과 K-아트 정책토록회> 사회와 발제를 맡은 김준기 평론가(왼쪽) ⓒ 김형순
주제 발제는 김준기 평론가, 서재권교수, 김허경 전남대교수, 이상미대표(백남준포럼)가 맡았다.
우선 '김준기' 전 광주시립미술관장의 발제가 있었다. 제목이 '유형 문화 대전환을 위한 공론의 장'이다. 우리가 다이내믹한 문화강국 코리아라고 하지만, K-컬처가 무형문화(음악, 영화, 드라마)에 치우쳐 유형 문화를 소홀히 다루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보완할 뮤지엄 제도와 인프라 구축과 그 체계적 구조변화를 위해 '국립미술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국가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국민 정신문화의 공공재로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이고 국립과 사립 간 긴밀한 연결점 확보를 위해 '국가 뮤지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박물관 다변화와 중층구조의 대전환을 위해 '미술진흥법 개정'도 들고나왔다. 그는 결국 '수집'하고 '소장'하고 '박물(물정을 넓게 안다)'하는 것'이 국가 문화진흥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두번째 '서재권'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K문화강국 실현을 위한 문화유산 정책'이라는 제목에서 기존의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이 이원화되어 정책수립의 혼선과 집행의 효율을 저하했다면서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정책 거버넌스 개편의 시급함을 언급했고, 국가유산위원회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증된 문화정보를 민간인에게도 확대 제공하고, 한국적 가치를 담긴 다양한 콘텐츠 개발전략과 이 분야 인력양성과 자격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 970점인 국가등록문화유산 중 회화는 5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유산등록 평가 기준의 획기적 변화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문화유산은 미래 보물이라는 면에서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20세기 미술관' 제안

▲<국립20세기미술관> 역할, '100년 역사 기록+3세대 간 연결+연간 방문객 1000만'이 적혀 있다 ⓒ 김형순
3번째 발제자는 전남대 '김허경' 교수로, '국립20세기미술관 건립 제안'을 발표했다. 그녀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제도적 결핍과 공백을 지적하면서 이런 미술관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추진할지를 설명했다. 이 미술관 설립을 위한 전국회의, 창립포럼, 설립기획전, 근대미술전 활성화, 학술대회, 출판활동 등의 필요함을 설명했다.
이 미술관의 역할로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를 기록하고, 과거를 복원하는 역할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과거를 치유하고, 현대의 통합하고, 미래의 비전 맞닿는 문화적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고 봤다. 문화적 과업으로 이 미술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100년 역사 기록+3세대 간 연결+연간 방문객 1000만>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퐁피두, 영국 테이트 브리튼 등 근현대미술관 운영 사례를 들면서, 글로벌 협력 플랫폼 확장과 디지털 전환 구축과 미술관 도시 재생과 지역 거점화를 강조하면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미술관의 제도적 결핍과 공백이 생긴 것은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산업화 조건 속 끊어진 역사관에 있다고 봤다. 동시에 민중미술, 여성 미술, 지역미술, 디아스포라 미술이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역사가 한국미술사의 왜곡과 단절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백남준과 K-아트의 미래>를 발표하는 '이상미' 백남준포럼 대표 ⓒ 김형순
4번째로 백남준포럼 이상미 대표가 <백남준과 K-아트의 미래>로 발제했다. 백남준 연구자답게 먼저 한국의 21세기, 더 나아가 30세기를 준비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제안했다. 여기서 30세기란 숫자보다는 먼 미래를 상징한다. "미래는 지금이다"라고 백남준은 말했지만, 그는 또 20세기에 30세기를 준비한 예술가로, 가장 먼 미래를 보려면 가장 먼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제안을 들으니, 백남준 30대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4차 산업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뉴욕 무명 시절 11년간(1968-1979) 리포트를 썼다. '벨연구소'에 다니면서 '록펠러재단' 기금도 받아가면서 오직 혼자 힘으로 '미래보고서'를 썼다. 그 기간에 1973~1974년에 '인터넷'(당시 전자초고속도로)과 '유튜브'(1인미디어)와 '스마트폰'(1001개 앱 장착된 멀티폰) 등 쌍방소통 방식을 착안했다.
우리도 백남준처럼 30세기를 내다보면서 미래전략을 짜야 이재명 대선후보가 내세우는 '세계 5대 문화강국'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백남준은 1990년에는 이어령 선생과 인터뷰에서 "이제 21세기에는 우리가 뜸 들여 익힌 문화를 세계에 내보일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0년 뉴욕 구겐하임 전시 때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20세기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21세기에는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20세기에 유대인들이 그랬듯, 21세기 세계문명사에서는 많이 기여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2000년, 세계 77개국에 보낸 위성아트 <호랑이는 살아 있다> 해설에서도 "우리가 강한 호랑이로 새천년을 힘차게 맞자"고 했다.

▲▲'스튜디오22'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보고서> 쓰는 백남준 모습. 이탈리아 사진가 '지아니 멜로티'가 찍다. 1974년 백남준아트센터 사진: Gianni Melotti ⓒ Gianni Melotti Archive
그럼 다시 이상미 대표의 발제로 돌아와서, 30세기 백남준 미래전략위원회' 구성은 미디어아트-AI 전문가, 공학-과학 연구자, 도시재생-건축 전문가 등 다학제적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회가 한국 문화예술의 미래를 여는 견인차로 본 것이다.
특히 국가 경쟁력 강화,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각적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미래지향적 '클러스터'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봤다. 여기서 신개념어인 '클러스트(cluster)'가 나온다. 이게 뭔지 찾아보니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대 컴퓨터와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 그런 걸 말한다.
이 발제자는 이런 초연결 장치가 우리가 주도적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형 미디어아트 클러스트를 만들어 미래 세대의 창의적 역량을 강화하는 K-아트의 미래를 위한 필수품으로 보고 있다. 전문 일자리 창출의 교두보 역할을 확보하고, 아트테크 정책을 국제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백남준 정신 계승과 미래 창조

▲백남준포럼 이상미 대표가 발제한 <백남준과 K-아트의 미래> 중 영상자료 ⓒ 이상미
이 대표는 백남준 정신의 계승과 미래 창조를 이번 발제에서 키워드로 삼았다. 백남준의 사상인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작 형태로 제시하면서, 현대미술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남준 정신을 이어받아 첨단의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래야 이 대표가 발제문에서 언급한 1984년 백남준의 말 "나는 한국문화를 수출하기 위해서 세상을 떠도는 문화 상인이다"가 실현될 것이다. 백남준의 힘은 언제나 그 말보다 행동이 있었다며, "기회는 한 번 밖에 없다(一期一会)"는 그의 말처럼 그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30세기백남준미래전략위원회'을 주축으로 하는 '국립백남준미술관' 건립도 제안했다. 영국에는 세익스피어, 독일에는 괴테, 프랑스에는 위고 등 국보급 인물로 문화유산으로 잘 써먹고 있다. 과거 <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백기사)> 단체에서는 '백남준은 세계에 내놓을 한국의 국가브랜드'라고 했지만, 이제는 21세기를 주도할 한국이 백남준은 잘 써먹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종합토론에는 노형석(한겨레신문 미술문화재전문기자), 이승아(유아트랩서울대표), 이원재(문화연대 집행위원장), 홍태림(미술평론가) 참가 노 기자는 국립백남준미술관 건립 등 이상미 대표의 제안을 공감하면서 크게 환영했다. 미술인지지선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