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지역 모 고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 충북인뉴스
충북 청주시 A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만든 '평화의 소녀상'을 지하창고로 옮겼다고 밝힌 교장이 소녀상을 다시 가져와 재설치하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관련 기사:
고등학생들이 만든 소녀상, 지하실에 방치? https://omn.kr/2ddwf ).
지난 27일 해당 소녀상을 학교 구성원들과 사전 협의 없이 철거한 교장 B씨는 <충북인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소녀상은 지하창고에 보관 중이며, 학생·교사들의 요구가 있다면 재설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자가 함께 지하창고로 내려가 소녀상을 확인하자고 제안하자, 이 교장은 "열쇠를 가진 담당 주무관이 부재 중"이라며 확인을 미뤘다.
하지만 나흘 뒤인 30일 교장은 "소녀상은 지하창고에 없으며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어 "소녀상을 옮긴 담당자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현재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A고교는 지난 3월 새 학기를 맞아 6년 동안 교내에 전시돼 있던 소녀상을 철거했다. 당시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불 꺼진 밤에 무섭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들은 교장이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학교 안팎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녀상을 어디로 옮길지, 폐기 여부 등에 대해 교사와 학생들과의 협의는 전혀 없었다. 특히 이 소녀상은 2018년 당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제작한 작품으로, 작가의 고유 작품 번호도 새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 B씨는 "교감 선생님이 환경부 선생님에게 물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며 "절대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틈나는 대로 찾고 있고, 아무리 찾아도 없으면 다시 (제작해) 갖다 놓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내부 관계자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한 관계자는 "이미 쓰레기장에 버려졌고, 다 분해돼 밑바닥만 남아 있는 상태로 알고 있다"며 "거짓말하지 말고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될 일을 계속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서울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의 활동을 시작으로 전국 수백 개 학교에 설치됐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학생 주도의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북에서도 10여 개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지만,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이 구성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거나 폐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