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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추진되는 4.16생명안전공원이 세월호참사 열한 번째 봄을 맞는 2025년 본격적인 조성 공사를 시작합니다. 계획대로라면 세월호참사 13주기인 2027년 봄에 개관합니다. 생명존중·안전사회를 만들어갈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 매월 공원에 대한 다양한 분들의 글을 연재합니다.

4.16생명안전공원 공사 현장 2025년 5월 27일 현재, 4.16생명안전공원은 토공정리와 수목정리를 마치고 땅의 지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PHC 파일공사를 진행 중이다. 6월까지 위 공사를 완료하고 7월부터 토목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4.16생명안전공원 공사 현장2025년 5월 27일 현재, 4.16생명안전공원은 토공정리와 수목정리를 마치고 땅의 지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PHC 파일공사를 진행 중이다. 6월까지 위 공사를 완료하고 7월부터 토목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416재단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강원도 영월의 한 현상설계에 참여하여 제출안을 설명하는 날이어서 경황없이 하루를 보냈다. 설명회에 복잡한 사연이 발생하여 밖으로 눈을 돌릴 수 없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같이 간 직원과 군청 근방의 어느 식당에서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던 중 세월호 사건을 식당의 TV로 접하게 되었는데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절박한 구조 상황이 그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먼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날 밤늦게 귀가하여 파김치가 되어 쓰러졌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사건의 전말을 비로소 제대로 접하게 되었다. 제대로 접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세상이 자각하게 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한 터였고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그 일로 죽음을 맞이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딸과 비슷한 연배의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이 체감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걸렸고,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눈물이 그저 주르르 흐르는 현상을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정신의 문제를 넘어 몸이 아파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일상이란 이름으로 속절없이 흘렀다.

2022년. 기오헌의 민현식 선생은 건물의 위아래층을 같이 나누어 쓰고 있었는데 얼마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시기로 되어있었던 차, 세월호에 관한 현상설계가 공고되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셔서 주저 없이 참여를 결정하였다. 조경은 당연히 서안의 정영선 선생이 맡아 주셔야 하는 것이었다. 그 망설임 없는 결정은 사건의 당일 무심히 지나쳤던 일에 대한 큰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지만 딸아이에 대해 막연히 지닌 미안함도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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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는 '기억'이라는 단어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사회적 기억'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답을 얻어야 했고, 그 답에 부응하는 건축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이 곧 우리의 현상 설계안이면 되는 것이었다.

사회적 기억은 무엇인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항하는 기억의 투쟁이다"라고 말한다. 집단적 망각이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망각은 기억의 상대어이고 투쟁은 행동하지 않음의 상대어일 것이다. 쿤데라의 말을 뒤집어 보면 망각은 무력함(inertia)을 의미하여 대항할 수 있는 동력(movement)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기억은 곧 집단적 기억을 의미하고, 기억이 집단화되었을 때 그 힘이 비로소 발휘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 팀의 일은 곧 어떻게 이 집단적 기억을 발생시키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건축의 틀을 제시하느냐가 되었다. 프로젝트의 전체에는 민현식 선생이 갈파했듯이 '상황과 사건을 디자인하는 일'이 녹아 있지만, 나는 이 글에서 프로젝트의 핵심인 봉안시설이 어떻게 건축적으로 구조화되고 물리적으로 재현되어 기억의 몸체가 되어갈지를 봉안시설을 빌려 설명해 볼 생각이다.

4.16생명안전공원 설계 모형 2021년 진행한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의 설계 모형 중 하나
4.16생명안전공원 설계 모형2021년 진행한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의 설계 모형 중 하나 ⓒ 416재단

지침서에 제시된 봉안시설의 조건은 꽤 견고한 것이었다. 우선 그 위치가 지하이어야 했다. 왜 지하일 수밖에 없었는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사고가 오랫동안 우리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컴컴한 지하에 침잠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을 우리 생각의 저변에서 멀리 밀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아이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지상으로 드러나 바깥세상과의 접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상설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지침을 거스른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었기에 꽤 오랜 토론 끝에 행정적인 지하와 물리적인 지상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을 찾아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어진 땅이 한 때 갯벌이었던 매립지라는 사실은 봉안시설이 물리적 지상, 행정적 지하의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현실적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숙고 끝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온전한 하늘을 주기로 했다. 하늘을 통하여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을 그들과 같이 누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푸르른, 구름 낀, 비 오는, 눈 내리는, 바람이 부는, 새들이 나는 하늘을 똑같이 그들과 나눌 공간의 틀이 필요했다. 새들이 날아들어 노니는 모습도 그려봤다. 하늘을 여는 일에 처음에는 유가족들의 반대도 상당하여 열어 두되 유리 돔을 설치하자는 안부터 개폐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까지. 하늘의 존재는 반겼으나 아이들이 눈, 비에 노출된다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내가 겪은 유가족들의 상당수는 아직 상실의 고통을 육신으로 느끼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 아이들이 존재하는 방식에는 위계와 순서가 없어야 했다. 완전한 원형이 가장 적절한 해답으로 자연스럽게 제시되었다. 그 안에서 250명의 아이들은 균등한 조건을 가진 채 놓여야 했다. 당연히 봉안함의 크기가 전체의 기본 모듈이 되었고 폭 40cm라는 현생의 합리적 수치가 주어졌다. 그들이 250번 반복되어 원의 형식으로 둘러지면 40m의 지름을 가진 원형 평면이 도출된다. 그 유명한 판테온의 지름이 바로 40m 아니던가! 정해진 평면의 형식은 공간을 불러온다. 125m 길이의 원주를 따라 봉안함이 일정하게 놓이면 벽과 지붕이 따라온다. 벽은 미세하게 기울어 있다. 그 바깥은 흙으로 덮여 공간이 행정적으로 지하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그 흙은 봉안시설 주변을 아우르는 숲의 토양 되는 것이고 벽은 곧바로 위로 연장되어 2m 높이로 드러난 담장을 형성한다. 즉 숲은 이 야트막한 담장을 감싸는 언덕 위에 놓일 것이다. 그 언덕을 '해송언덕'이라 부른다. 바다를 떠올리는 나무들이 심기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송을 심기도록 하였다.

120여 미터 길이의 담장에는 팽목항에서 늘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애틋함이 담긴 노란 스티커를 붙이며 그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기억의 한 장면이다. 겉으로 드러난 가장 강한 건축적 제스츄어가 이 담장이기도 하다. 커다란 원형의 기울어진 낮은 담. 고집스러운 자기 주장의 겸손한 표현일 수 있겠다. 지붕으로 간다. 지붕의 가장 높은 곳은 담장을 넘지 않는다. 지붕은 벽을 따라 배열된 봉안공간 위로 넉넉하게 경사져 가운데로 향한다. 그 가운데를 원형으로 뚫기로 하고 그 직경을 10m로 한다. 아이들이 하늘을 만나는 곳이다. 이 개구부를 '하늘원'이라 부르기로 한다. 그 높이는 봉안시설 바닥에서 5.8m로 정해진다. 숲과 담장의 설정에서 도출된 이유 있는 수치이다. 하늘원은 일 년 열두 달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는 햇빛의 궤적을 바닥에 새겨줄 것이며 불확실하지만 변치 않는 리듬을 유지하는 날씨의 표정을 아이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원 밑으로는 위요감 있는 커다란 원형 공간이 생성되고 그곳이 바로 기억과 추모의 공간이 된다. 해송 숲으로 둘러싸인 하늘을 만나는 원형 공간.

꽤 장황하지만 봉안시설을 글로만 설명하려고 노력해 봤다. 위치와 공간을 글로 설명하려다 보면 기억들이 정리된다. 공간의 텍스트와 말로 된 텍스트가 만나는 지점에 기억의 현실이 육화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이다. 파편화되어 잠자고 있던 기억들을 소환하려면 실체가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이 실체가 모두가 사건을 기억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리라 믿는다. 건축의 몸에 기억이 스며드는 셈이다.

4.16생명안전공원 설계 모형 2021년 진행한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의 설계 모형 중 '추모 및 봉안공간'. 돔 공간으로 천장을 표현해 열린 하늘의 별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
4.16생명안전공원 설계 모형2021년 진행한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의 설계 모형 중 '추모 및 봉안공간'. 돔 공간으로 천장을 표현해 열린 하늘의 별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 ⓒ 416재단


덧붙이는 글 | 생명존중·안전사회를 만들어갈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월호#세월호참사#416재단#생명안전공원#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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