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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동중 3학년 학생들이 '참정권 체함하기' 주제의 수업 시간에 정당별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홍동중 3학년 학생들이 '참정권 체함하기' 주제의 수업 시간에 정당별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 모소영

"핵 중심 에너지 정책 폐기, 탈핵기본법 제정으로 2024년 탈핵 달성을 위해 투표하는 유권자가 되겠습니다."

지난 5월 21일, 충남 홍성군 홍동중 3학년 교실. 학생이 직접 작성한 '유권자 카드'에는 한층 진지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유권자가 되기까지 3년이 남았지만, 학생들은 이미 '시민'으로서의 질문을 시작했다.

홍동중에서는 7년째 '생활 속 민주시민' 수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수업은 세 명의 마을 선생님이 직접 개발한 교재와 보드게임을 활용해 학생들이 헌법에 보장된 정치 참여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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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업 주제는 '참정권 경험하기'다. 수업은 단순히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먼저 <참정권 보드게임>을 통해 정당 운영, 정책 수립, 여론조사, 정책 지지 활동 과정 등을 학습했다. 이후 실제 정당의 정책 공약집을 꼼꼼히 읽으며 자신이 바라는 정책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환경, 외교·통일, 복지, 교육, 경제 등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한 뒤, "나는 ○○○를 위해 투표하는 유권자가 되겠다"는 유권자 카드를 작성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보험 적용을 위해...",
"든든한 출발자금, 아동수당 만18세 까지 확대를 위해..."
"취업난 해소를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비핵, 평화로 공존하는 한반도를 추진하는 정책에.."

 홍동중 2학년 학생들이 '공장식 축산과 지구환경'을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홍동중 2학년 학생들이 '공장식 축산과 지구환경'을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 모소영

 홍동중 담임협의회 교사들이 공감주간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홍동중은 매주 1회(월요일 1교시) 담임교사, 특수학급 담임, 상담교사, 보건교사가 함께 모여 학생 지도와 지원을 위한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
홍동중 담임협의회 교사들이 공감주간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홍동중은 매주 1회(월요일 1교시) 담임교사, 특수학급 담임, 상담교사, 보건교사가 함께 모여 학생 지도와 지원을 위한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 ⓒ 모소영

학생들은 유권자 카드에 가치관 또는 신념을 담았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수업을 통해 유권자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알았다"라며 "시민의 권리를 알면 알수록 한층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7년째 이어오는 '생태와 인간' ... 홍동중에서 접한 '혁신미래학교'의 모습

홍동중의 특성화 수업은 3학년 '생활 속 민주시민' 뿐만 아니라 2학년 '생태와 인간'으로도 이어진다. 2008년부터 무려 17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수업은 학생들이 지역과 지구를 잇는 생태적 삶의 실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날 2학년 수업 주제는 '공장식 축산과 지구환경'. 평소 먹는 고기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가축 사육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식습관이 환경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관점을 기르게 된다.

홍동중은 충남교육청이 추진하는 '혁신미래학교'의 본보기 학교(시범운영 학교)다. 충남도교육청은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5대 전환 과제(교육과정, 교육협력, 공간,디지털, 생태)를 제시하고 본보기 학교 중 하나로 홍동중을 선정했다. 홍동중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를 공감주간에 맞춰 혁신미래학교가 지향하는 교육공동체와 기후위기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하루 매출 5만원"...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점과 카페

홍동중의 체험 교실은 점심시간에도 이어졌다. 학생자치회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해맛나(매점)'는 학생들이 2인 1조로 점심시간마다 운영한다. 하루 매출은 5만 원 정도. 작년 1년 모은 수익금 100만 원은 마을 청소년 쉼터인 'ㅋㅋ만화방'에 기부했다.

매점 동아리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학교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여러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까 손님들 때문에 재밌는데 손님들 때문에 힘들기도 해요. 이후에 우리가 커서 장사를 할 수 있잖아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장사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든 카페' 동아리는 보다 전문적이다. 총 10명의 동아리원이 2명씩 한 조로 실제 카페를 운영한다. 주문, 음료 제작, 손님 응대 등 매장 운영 과정 전반을 경험한다.

"카페 가면 알바생 분들이 그냥 편하게 일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근데 실제로 해보니까 엄청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잘 배워서 알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과 상상의 차이를 체감하면서도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다. 해든 카페 수익금은 동아리회원들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비로 활용될 예정이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영한 홍동중 '해든카페'에서 동아리 회원들과 담당 교사가 주문한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영한 홍동중 '해든카페'에서 동아리 회원들과 담당 교사가 주문한 음료를 준비하고 있다. ⓒ 모소영

"마을 뮤직 페스티벌 나갈 거예요"... 구체적 목표 정한 밴드부

취재 당일 점심시간, 2학년 밴드 '날벼락'이 이문세의 '깊은밤을 날아서' 연주에 한창 몰입해 있었다. 수준급의 실력으로 연주하는 학생들은 "마을에서 열리는 여름 뮤직 페스티벌 나가기 위해 지금 연습하는 거다"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밴드 활동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더욱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박신자 교장 "아이의 성장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고민"

 박신자 홍동중 교장
박신자 홍동중 교장 ⓒ 모소영

박신자 교장은 '혁신미래학교'에 대해 "민주시민이자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배우는 게 즐겁고, 친구를 돕는 일이 일상이 되는 학교, 한 아이 한 아이의 성장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고민하며,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문화, 민주적인 협의 구조를 학교 일상에서 만들어가고 있어요"

 홍동중 전경
홍동중 전경 ⓒ 모소영

#충남혁신미래학교#홍동중#공감주간#미래교육#본보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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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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