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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회자되는 '토론의 품격'.
26일 jtbc '오대영 앵커의 한 마디' 제목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 토론 당시 몇 장면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대선 토론의 레전드라 불리는 2002년의 모습"이라며 "각자의 논리가 탄탄했고, 치열한 논쟁 속에서도 존중과 품격이 빛났다"고 전했습니다.
2002년을 떠올린 건, 이번 대선 TV토론 과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인데요.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이에 또 다른 공격으로 응수하는 상황이야 나올 수 있는데, 문제는 그런 식으로 흘려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정책 토론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의 품격

▲2002년 12월 10일이었다.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왼쪽부터) 등 3당 대선후보가 TV합동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12월 10일 경제·과학 분야 토론회 경우는 그 반대였습니다. 2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품격이 일단 인상적입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부유세 신설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 후보가 답을 합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른바 '좌파 운운'이 아니었습니다.
"부유세 취지, 좋습니다. 저도, 그 취지에는 아주 공감합니다. 돈 많이 가진 사람, 소득 많은 사람, 세금 더 많이 내게 하는 거, 저는, 그것은 아주 공감합니다. 다만, 지금 그걸 당장 도입하는 것은 아직 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유세라는 것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부유 부분에 대해서 세금을 물리는 것이죠. 현재 우리 세제하에서 모든 자산에 대해서 자산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직 잘 안 돼 있습니다."
권 후보가 "한나라당은 재벌당이니까 부유세 동의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하자, 이 후보는 "허허"하는 웃음과 함께 "권영길 후보께서 매우 합리적인 주장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수정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유세 취지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좋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진보의 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김문수 국민의힘·권영국 민주노동당·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토론 주제는 다음 임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더 먼 미래에 대한 의제를 고민하고 제시하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니까 당연한 것이지요. 여기에 해당하는 2002년 대선 당시 주제가 바로 행정수도 이전이었습니다.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가 내놨던 공약이었죠.
이회창 후보는 "아무 문제없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좋다"고 하면서도 "국회까지 옮긴다면 서울이 완전히 옮아가는 것이고, 그렇게 서울이 공동화되면 큰 경제적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노 후보는 "워싱턴이 있다고 뉴욕이 다 옮겨가는 것 아니다. 행정기능이 옮겨가는 것"이라며 "서울은 경제수도로서 그냥 남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 다음 이렇게 말합니다.
"이대로 서울을 그냥 두면, 서울이 너무 과밀해가지고, 서울은 더 견딜 수가 없습니다. 환경 때문에, 교통 때문에, 집값 때문에, 교육 때문에, 온갖 파동이 다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강남의 그 비싼 집값이 전국의 아파트 가격을 전부 선도해 가지고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의 과밀로 인해 고통받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서도 행정수도를 옮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적어도 행정수도 완성에 대해 큰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서민의 마음

▲2002년 12월 1일,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거리 연설회를 지켜보고 있는 부산 시민들 모습이다.
ⓒ 연합뉴스
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해야 하는 것이 또한 대선 토론입니다. 저한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권영길 후보의 이 말이었습니다.
"집값 문제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국민 여러분, 참으로 기이한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현재 10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집 없는 사람들이 50% 이상입니다. 서울의 경우 600만 정도가 집이 없습니다. 그래서 치솟는 전월세,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고 그러고 있습니다. 주택 보급률은 100%인데, 집 없는 사람이 50%라는 건 뭐겠습니까? 한 사람이 두 채 내지 세 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2.5%입니다. 그런데도 집 없는 가구 비율은 43.8%이고, 서울의 경우는 그보다 높은 50% 이상(51.4%)입니다. 2002년 당시 2채 이상 주택 보유 가구는 158만가구였지만, 2023년은 323.8만 가구로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그때보다 빈부 격차가 얼마나 더 커졌는지 보여줍니다. 또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세도 올랐고 월세도 올랐습니다.
서민의 삶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팍팍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12.3 계엄의 충격, 또 그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혼란과 마주했던 사람들이 또한 서민들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오늘(27일) 마지막 TV 토론에 나섭니다. 모쪼록 오늘 토론에서는, 이런 서민의 마음을 '역지사지'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