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4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가 최근 의결한 대규모 조사중지(2116건) 사태의 배경에 상임위원의 '묻지마 보류'가 있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위원회지부(아래 진화위지부)는 2기 진화위 조사기간만료(5월 26일)을 앞둔 22일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368건의 과거사 사건이 조사결과보고서까지 완성됐음에도 상임위원의 지시로 '보류'됐다가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조사중지'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진화위지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중지된 사건 중 368건은 이미 조사결과보고서 작성이 완료돼 상임위원에게 보고된 상태였다. 그러나 상임위원 측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보류했다. 이어 소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조사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묻지마 보류'... 완성된 보고서의 허무한 종결
진화위지부는 "상임위원의 '묻지마 보류'가 주로 조사1국(민간인 집단희생사건 담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사건 현장 목격이나 시신 수습 등 구체적인 진술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적등본상 사망일자가 다르거나 다른 기록과 차이가 난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보류되다 진실규명의 기회를 상실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라고 강조했다.
진화위지부는 국가가 생산한 문서에 대한 무비판적인 해석도 문제로 지적했다. 공문서에 반하는 진술과 정황, 전문가 자문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공문서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인해 상정 자체가 지연되거나 조사중지된 사례(예: 진도 사건)도 있었다.
"군경사건에 대한 편향적이고 과도한 입증기준 요구"

▲진화위 직원들의 사과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 사퇴하라!"(사)오월어머니집, (사)5·18서울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27개 단체 주최로 4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박선영 진화위원장 퇴진촉구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노조 진실화해위원회 지부장 등이 "박선영 위원장의 역사적 인식이 극우유투버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자격없는 위원장은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며 "소속 직원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힌 뒤 5.18 영령과 피해자, 유족, 국민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이고 있다. ⓒ 이정민
진화위지부는 "일부 위원 및 간부의 특정 사건(군경사건)에 대한 편향적이고 과도한 입증 기준 요구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군경사건의 조사중지율은 13.4%로 적대사건(2.1%)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진실규명율 또한 59.8%로 적대사건(78.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제기되어 온 '사건 유형별로 상이한 기준이 적용되어 왔다'는 비판을 뒷받침한다.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국가 관리 부실로 인해 기록이 없거나 소실되었다'는 이유로 총 311건이 조사중지돼 조사개시 된 367건 중 무려 85%가 조사중지됐다. 진화위지부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일부 위원 및 간부의 각종 지시'를 조사를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치에 반하는 인사는 지양해야"
진화위지부는 "향후 위원회가 재출범하게 된다면,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위원회 안건 상정과 심의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합리적 근거 없이 진실규명을 지연시키거나 불능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내외부의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진화위지부는 "위원 임명 시에는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보은성 인사를 배제하고 헌법과 과거사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반하는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과거사 전문가와 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를 포함시켜 이념 논쟁이 아닌 과거사법이 지향하는 진실규명의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6월 10일 열릴 제111차 전체위원회(3인 체제)에서 '종합보고서 발간계획 의결안'이 상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