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2.3 비상계엄 직전 국군 방첩사령부가 한국방송공사(KBS)에서 간첩죄 관련 법률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한 방송이 나갈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판에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의 지시를 전파하는 등의 역할을 했던 방첩사 장교 B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B씨 증언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 방첩사의 간첩 수사 사례 등을 정리한 자료는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전달됐다. 정 처장은 같은 날 오후 6시 20분 경 사령관실에서 여인형 사령관에게 이 자료를 보고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탄핵심판 발언 등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 주변국과의 하이브리드 전쟁 등을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면서 '북한 간첩뿐 아니라 중국인 등에게도 간첩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야당이 법률 개정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직전 방첩사가 간첩죄 개정 관련 자료를 공영방송인 KBS 등을 통해 방송되게 하려고 했다면 여인형 사령관 등이 계엄을 사전 준비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 KBS가 이 자료를 제공받았는지, 관련 방송을 준비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증인신문에서 군검사가 '증인이 이 자료를 만들었을 당시 KBS의 간첩죄 관련 보도에 참고자료로 쓰인다고 알고 만들었던 건가'라고 묻자 B씨는 "몰랐다"고 답했다. '그런 설명 없이 통상의 간첩 관련 보도자료를 만든 건가'라는 질문에 B시는 "네. 사건들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보고서는 특별한 게 아니라 수시 보고하는 거여서 크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3월 <경향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을 수사하던 검찰은 "계엄 당일 'KBS에 간첩죄 관련 보도 소스를 줘야한다'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