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삼노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소송제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반올림
5월 22일 오후 1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아래 전삼노)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소송 제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정당,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총 41개의 단체가 공동주최했다.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전삼노 한기박 기흥지부장, 우하경 대의원을 비롯하여 20여 명이 참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의 권영은 활동가가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았다. 권영은 활동가는 2007년 백혈병에 걸린 삼성 반도체 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아버님의 "노동조합이 있었더라면, 우리 유미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영은 활동가는 반올림을 설립하며 반올림의 활동 목표는 "삼성노동자들의 노동3권, 건강권 등 '노동기본권' 확보"였다며, 삼성에 노조가 생기고 첫 파업까지 한 전삼노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리라 기대한 바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집행부의 부당 징계'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3월 12일 전삼노 집행부는 전임자들에 대한 임금 인상 합의를 사측과 구두로 체결했다. 조합원 평균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의 처우가 소수 간부에게만 적용되는 합의라고 판단한 한기박 지부장이 3월 18일 '대의원 대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거부되었고, 대의원 6명(우하경 등)이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4월 24일 한기박 지부장, 우하경 대의원에 대하여 제명 및 피선거권 3년 제한의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 관련 사건 경과
2025. 3. 18. - 한기박 지부장이 전임자 처우에 대한 집행부와 사측의 별도 합의 관련 논의 위하여 '대의원 대회' 소집 요구했으나 거부됨.
- 대의원 6명(우하경 등)이 비판 성명서 발표('조합원과 협의 없이 진행된 집행부 별도 연봉 인상율 반영, 정당한가?')
2025. 4. 17. 송00 대의원(비판 성명을 낸 7명 중 1명)을 영구제명함
2025. 4. 24. 한기박 지부장, 우하경 대의원에 대하여 제명 및 피선거권3년제한의 징계.
2025. 5. 3.~4. 한기박, 우하경 노조에 재심 신청
2025. 5. 15. 재심결과 원심유지(제명 및 피선거권3년 제한)
2025. 3. 19. 이후 현재까지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조합원 6천여 명 탈퇴.
(노조 홈페이지 공지 기준: 3만 6천여 명에서 2025. 5. 21. 자로 3만891명으로 축소)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에 밝힌 입장에서 "내부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징계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손 위원장은 징계 대상자들을 향해 "대의원들 다수가 피해를 받았다"라면서도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는 (징계 내용과 관련이 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삼성전자노조가 조합원 중징계... "비판 목소리 탄압" 반발).
3월 19일 이후 현재까지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조합원 6천여 명이 탈퇴한 상황이다. 반올림과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에서는 위의 징계를 부당 징계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호소문과 성명서를 각각 발표하였다. 금속노조에서도 5월 15일 전삼노에 공문을 보내 "전임자 처우개선 합의 과정에는 명백한 과오가 있었다"며 "비판하는 입장의 주요 간부를 징계한 것은 민주노조 운영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전삼노 집행부의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명은 5월 21일 기준, 온/오프라인 총 1878명의 개인과 단체가 동참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인 류하경 변호사가 소 제기 취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22일 제기한 소송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이다. 류하경 변호사는 칭송받아야 마땅한 공익 제보 사건에 형법으로 치면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는 '제명 처분'을 했다며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것이고 본안 소송도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 밝혔다.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의 박순향 지부장은 "민주노조의 핵심은 바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라며 "전삼노가 과연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의 차헌호 지회장은 "재판은 재판이고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소송을 제기하면서 결의를 다지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싸우자"라고 응원했다.

▲전삼노에서 제명된 우하경 대의원이 피켓을 들고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 반올림
피징계자인 전삼노 한기박 지부장은 "반조합행위를 이유로 한 제명은 조합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며 "왜 노조 간부만이 특혜를 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또다른 피징계자인 우하경 대의원은 "이번 징계 사태를 겪으며 조합의 운영 방식에도 깊은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삼노 집행부, 대의원의 내부 SNS 소통방에서 간부들에게 비밀각서를 쓰게 하는 문화와, 주요 정보 역시 '내부보안'이라는 이유로 조합원에게 공유되지 않는 일"은 "조합이 본래 지향해야 할 민주적이고 투명한 노동조합과 거리가 먼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노동자 권리를 위한 역사적 전진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민주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임다윤 시민기자는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