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 번째 공판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함익병 개혁신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귀연 판사를 옹호했다가 여론의 질책을 호되게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지 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함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서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룸살롱을 안 가본 사람이 없다", "룸살롱을 간 게 자랑도 아니지만 안 간 게 자랑도 아니다"라며 지 판사를 두둔했습니다.
그러자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그런 술집을 갔다 안 갔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접대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민주당도 "함익병 위원장은 또래 남성을 유흥업소 출입객으로 매도하며 내란 수괴 돌보미를 자처하는 지귀연 판사를 옹호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함 위원장은 지 판사 접대 의혹을 '50대 이상 남자라면 룸살롱에 갈 수도 있는 거지'라며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국민의힘은 지 판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여론은 이와는 다릅니다.
YTN이 여론조사회사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지 판사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조사가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는 응답이 58%로, '사법부 흔들기'라는 응답 32%보다 많았습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1].
법관 행동준칙
2018년 12월 4일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사법정책연구원 국제콘퍼런스 대회에서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받기 위해선 '청렴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의는 행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행해지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고 규정한 뱅갈로어 법관행동준칙 규정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2].
뱅갈로어 법관 행동준칙(Bangalore Principles of Judicial Conduct)은 전 세계 사법부의 청렴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적인 지침으로 우리나라 판사들도 이 준칙을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뱅갈로어 법관 행동준칙 해설서>에는 '공중 술집 등에의 출입'(Visits to public bars, etc)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관이 공중 술집이나 유사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이러한 장소에 출입할 때는 법관의 품위와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술집에 갈 때도 사법부 신뢰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니 얼핏 보면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깨뜨릴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인 만큼 일반 시민의 상식선에서 술집에 가고 술을 마시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현재 대법원에서 지귀연 판사 의혹을 조사 중인 만큼 고급 술집에서 접대를 받았는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여론조사에서 58%가 '조사해야 한다'고 답한 것을 보면,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는 이미 금이 간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질문

▲'부정선거' 영화에 박수 보내는 윤석열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치며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작자인 전한길 전 강사. ⓒ 공동취재사진
그러나 지 판사가 접대를 받았느냐보다 몇 개월째 풀리지 않은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귀연 판사가 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풀어줬느냐입니다. 지 판사 접대 의혹이 불거진 것도 어찌 보면 내란 사건 재판장인 그의 석연치 않은 재판 방식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됐습니다.
지 판사는 대한민국 판사 중 유일하게 구속기간 계산을 '시간'으로 따져 윤석열을 풀어줬습니다. 윤씨가 풀려난 이후 구속기간 계산은 다시 '날'로 돌아갔습니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법이 적용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지 판사는 윤씨가 언론을 피해 지하로 법정에 올 수 있게 하고, 현직도 아닌 전직 군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로 하는 등 내란 혐의 피의자들에게 계속 특혜를 베풀었습니다.
지 판사가 풀어준 윤씨는 지난 21일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라는 영화를 지지자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비상 계엄 선포로 국가에 피해를 끼친 잘못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부정선거라는 망상에 빠져 아직도 지지자들을 선동하려는 윤씨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귀연 판사는 왜 윤씨를 풀어줬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재판은 계속되고 풀려난 윤씨는 활개를 치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초현실 세계에서 살아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1] 조사 방법 : 구조화된 설문지 이용 전화면접조사/피조사자 선정방법 :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응답률 22.3%
[2] 뉴스1, <김명수 "사법독립, 법관이 사적 영역서도 책임 다해야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