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노동자들은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과 내란세력에 맞서 국회 앞에서, 한남동에서, 광화문에서, 일상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걸고 123일간 광장정치세력과 함께, 가장 앞장에서 투쟁해 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4월 4일 윤석열파면이고, 6.3 조기대선입니다. 이번 조기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빛의 혁명을 이끌어던 노동자민중의 삶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바뀌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건설되어야 합니다. 이에, 서비스연맹은 내란 이후 서비스노동자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연재합니다.
우리 아이를 '학교 안' 돌봄에 보낼 것인가, 아니면 '학교 밖' 돌봄에 보낼 것인가.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아마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 '학교 안 돌봄'은 학교에서 방과 후 진행하는 초등돌봄교실로 교육부가 운영 주체이다. '학교 밖 돌봄'은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고 있다.
사실 원한다면 초등돌봄교실과 학교 밖 돌봄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집 아이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다함께돌봄센터도 이용하고 있다. 우리 아이와 같이, 지역아동센터나 다함께돌봄센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을 함께 듣는 경우는 실제로 많다.
불편한 진실 하나, 지역·업종에 따른 임금차별
그런데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아래 '학교밖 돌봄시설'로 표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떠할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 국공립 어린이집 등과 같이 오래 일하면 호봉도 인정받고, 승급도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학교밖 돌봄시설의 아동돌봄노동자들은 경력과 호봉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별, 업종별 임금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하는 돌봄노동과 전북에서 하는 돌봄노동이 전혀 다르지 않지만, 이들의 처우는 어느 지역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또한, 두 시설 모두 아동복지법상의 '아동복지시설'에 해당되고, 보건복지부 소관사업으로 방과후 아동들을 돌보는 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설 간의 처우 차이가 존재한다. 같은 지역에서 일하는 아동돌봄노동자들 사이에도 임금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함께돌봄센터 종사자 월 평균임금 현황다함께돌봄센터 종사자 월 평균임금 현황(출처-보건복지부, 2023년 12월 말 기준 다함께돌봄센터 통계조사 보고서) ⓒ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에서 일하는 다함께돌봄센터 센터장의 월평균임금은 403만 9036원인 반면, 전남에서 일하는 다함께돌봄센터 센터장의 월평균임금은 267만 8913원에 불과하다. 약 140만 원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에서 일하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의 월평균임금은 374만 7678원인데, 전남에서 일하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의 월평균임금은 277만 9495원으로 약 1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월 평균임금 현황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월 평균임금 현황(출처_보건복지부, 2023년 12월 말 기준 전국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 보고서) ⓒ 보건복지부
지난해 전북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은 전북도를 상대로 '전국 꼴찌' 호봉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대로 된 호봉제 시행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였다. 전북은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의 경력을 10호봉까지만 인정하고, 많은 지자체에서 지급하고 있는 가족수당, 식대,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등의 수당을 거의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전북도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였다.
이렇게 처우 차이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단일한 임금체계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의 인건비 지원단가를 확정해서 지자체로 내려보내는데 이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아동센터의 돌봄교사는 20만 원 정도, 센터장은 50만 원 정도 더 높다.
여기에 광역·기초 지방자체단체가 자체로 호봉 및 수당의 기준을 마련해 부족 부분을 채워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장의 의지나 지자체의 재정 능력에 따라 지역별, 업종별로 임금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과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차별의 현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전북지역아동센터 노동자 “제대로된 호봉제” 요구전북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전북도청 앞에서 ‘제대로 된 호봉제 실현’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 ⓒ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불편한 진실 둘, 민간위탁으로 인한 고용불안
아동돌봄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더 있다. 2023년 12월말 기준 다함께돌봄센터의 95% 이상이 위탁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5년의 위탁기간이 종료되고 다른 위탁체가 선정되는 경우,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센터의 위탁기간이 5년인 것을 고려하면 2024년에 100개에 이어 올해 150여 개 센터의 위탁기간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발표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서는 위탁체 변경 시에도 고용승계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권고에 머물 뿐 법적 효력이 없다. 이마저도 각 지자체가 센터장은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 고용승계를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다함께돌봄센터를 위탁운영하는 법인들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종사자들에게 월임금의 10%가량을 상납하게 하거나, 월 10만 원 이상 강제기부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등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에서는 때때마다 특정 백화점 상품권을 사오도록 하는 등 갑질을 행한 모종교법인의 문제를 이슈화 하기도 하였다.

▲갑질로 이어지는 고용불안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2021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모종교단체의 강제기부금, 상품권 납부 등의 갑질문제를 제기했다. ⓒ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3년 12월 말 기준 다함께돌봄센터 운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센터장 34.6%, 돌봄교사 45.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다함께돌봄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법인들은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는, 계속 고용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상납 등의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으니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함께돌봄센터의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고, 위탁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위탁을 축소하고 직영운영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실에서는 돌봄, 요양, 교육 등 서비스 복지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돌봄서비스를 폭넓고 두텁게 제공하기 위해 민간의 자원을 이용하는 것을 두고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민간 주도 운영으로 인해 발생되는 고용불안, 노동조건 저하,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민간운영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것도 '사람'이지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은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존엄한 돌봄을 보장하는 필요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차별과 불안을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평등과 행복을 가르칠 것인가. 아동돌봄노동자를 둘러싼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을 바꾸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는 일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황재인 님은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정책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