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신념과 추구하는 가치가 점점 양 극단으로 벌어지고 있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 국민이 동감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분석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 바닥을 뚫고 내려가 0%대가 되고, 수출증가율과 무역흑자는 반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 증가율도 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
서민들은 통계 숫자의 무서움을 이미 몸으로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다른 나라 정부들은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극단적 처방까지 꺼내들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한국보다 빠르게 성장했던 미국이 자국 산업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만든 계엄사태는 응급실에 누워있는 한국경제를 빨리 수술실로 보내 목숨을 살리기는 커녕 병실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비상계엄이 야기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1% 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것이 하늘이 주신 전화위복의 기회일 수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응급실에 누워있던 한국경제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비로소 모두가 죽어가는 환자에게 주목하고 살릴 방도를 고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이번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회복 못지않게 그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경제적 풍요를 어떻게 지키고 늘려나갈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소모적 논쟁 멈추고, 비전 전략 위한 토론 이뤄지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며칠 전에 있었던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와 그 이후 각 정당의 설전을 보면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문제를 진단하고 응급치료와 수술을 어떻게 할지를 머리 맞대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말꼬리 잡기로 일관했으니 말이다. 이른바 "호텔경제론"이라고 딱지붙인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한 논쟁을 보라. 돈이 한 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잘 돌게하면 그 자체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에 대해 상대후보들은 승수효과라는 전문용어까지 들어가며 무한동력경제라고 비아냥댔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자신의 유명한 저서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부(재무성)가 오래된 병에 지폐를 넣고, 이를 버려진 탄광에 적당한 깊이로 묻은 다음, 그 위를 도시 쓰레기로 덮는다. 그리고 민간기업들에게 경매로 채굴권을 주고 이 지폐를 캐내도록 한다면, 실업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그와 함께 경제 전반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비생산적일지라도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비유이다. 이에 대해서 정부가 돈을 땅에 묻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를 따지는 것이 쓸모있는 반박인가?
지금 한국경제에는 급격하게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는 단기 처방도 필요하고 체질개선과 창조를 기반으로 성장잠재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필요하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막대한 정부지원을 받는 중국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해 이길 것인지, 미래 성장을 이끌고 나갈 새로운 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와 같은 미션 임파서블을 받아들고 있다.
지금까지와 같이 소수만 과실을 누리며 성장했던 경제체제에서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성장하는 튼튼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AI 전환과 에너지 전환의 파고를 넘고 활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 모든 과제들 어느 하나도 쉬운 것이 없으며 정파를 불문하고 온 국민이 힘을 모을 때 그래도 희망이 있다.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한국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위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박민수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경제포럼> 편집위원장, 한국경제학회 이사, (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