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공식 포스터2025생명전 '생명,영성의 둥지' 공식포스터 ⓒ 부산민예총
2025년 5월 24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리는 '생명·영성의 둥지' 전시회가 일산수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부산민예총이 주최하고 시각예술위원회 주관으로, 낙동강 하구의 흙길을 배경으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족적을 통해 생명과 영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전시회는 일산수지-감전천로 58(부산 사상구)에서 열리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24일 토요일 오후 5시에는 오픈식도 예정되어 있다.
전시 참여 작가로는 곽영화, 김경화, 김나영, 김영아, 박경효, 박재열, 방정아, 백보림, 성백&이재웅, 손창안, 안중돈, 유현욱, 윤은숙, 이선옥, 전미경, 전영주, 정영인, 하미화, 허석, 허태명, 황종모 등 다수의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기획은 박경효, 탐방은 이성근, 기록은 손창안이 맡았다. 이 전시는 부산광역시, BNK 금융그룹 등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필자도 참여 작가여서 전시 전 설치 작업으로 현장을 5월 20일 방문했다. 현장에는 전시 기획자인 박경효 작가를 비롯해서 안중돈, 이재웅, 백보림, 박재열, 전영주 작가들이 현장에서 설치 작업에 열중이였다.

▲안중돈 작가일산수지 현장에서 설치 작업중인 안중돈 작가 ⓒ 부산민예총
전시공간의 입구 주차장에 종이로 만든 대형 설치작업이 눈에 띈다. 안중돈 작가의 작업이다. 작가는 일산수지 뒤편의 박스 공장에서 나오는 폐박스를 활용한 나무 형태의 대형 설치작업이다.
나무에서 출발한 종이는 사용을 다하고 버려진다. 작가의 손을 거처 다시 나무로 환생하는 과정이였다.
전시장 안으로 시선을 돌려 보면 필자 성백(글쓴이 조성백)의 설치 작품 'Messenger-시간의 편린' 도 보인다. 산불로 피해가 컸던 울산 신화마을을 두 번 방문하여, 불에 탄 잔해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고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하였다.
이 작품은 단순히 예술적 표현을 넘어, 살아남은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안도를 전하고 있다. 작품 속에 설치된 풀 한 포기, 돌 하나, 흙 한 줌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고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영상작업은 이재웅 작가가 맡았다.

▲성백 / Messenger_시간의 편린울산 신화마을의 산불 현장의 잔해들. 가변적 설치 ⓒ 부산민예총
부산민예총 생명 축전은 올해로 벌써 22회째다. 처음 행사는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운동에서 비롯됐다. 환경과 생명에 대한 예술인들의 경각심을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시작된 이 행사는 매년 산굿, 장승굿, 달빛 걷기, 생명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특히 생명전은 7년 전부터 시각예술위원회 주도로 시작됐다. 매년 중요한 사회적, 철학적 담론을 다루며 전시 주제와 방향을 설정해왔다.

▲전영주, 발견되는 풍경반사경에 아크릴, 가변적 설치 ⓒ 부산민예총
올해는 지원금 축소로 인해 전체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부산시각예술위원회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 전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생명과 영성에 대한 인식은 과학과 제도적 개선을 넘어 예술의 역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다루는 예술의 본질에 부합한다.

▲백보림, 분열 윤회, 가변적 설치메모 스캔본 (종이에 인쇄), 식물, 물, 펌프, 환풍모, 선풍기 등의 자연물과 인공물 오브제 ⓒ 부산민예총
애니미즘은 모든 존재에 영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원시 종교이자 문화다. 현대 사회에서도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장례, 제사, 동물에 대한 태도 등은 모두 영적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영성은 만물과의 소통과 교감을 가능하게 하고, 예술은 이러한 다면적 소통의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산수지라는 산업 현장 속에서 생명과 영성을 담은 예술 작품을 통해 자연 속에 인간, 인간 안에 자연을 생각하는 전시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성백씨는 이 전시에 작가로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