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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주요 후보자들의 공약이 나온 가운데 문화예술 관련 공약이 빈약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조기에 치러지는 만큼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평소 후보자들이 품고 있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도 있는 지점이다.

지난 12일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라온 후보자들의 10대 공약집과 현재까지 후보자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문화예술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기자주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문화예술 관련 공약 위주로 점검했다).

확실한 부가가치 견조세... 이를 뒷받침할 정책들은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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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전 세계적 인기를 이끈 아이돌 가수, 그리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 'K-컬쳐'가 국가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는 말대로 가성비 좋은 산업인 셈이다. 타 산업 대비 부가가치 구성에서도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상승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이 이르렀다(2024년 발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중 전체 서비스업 기준).

이와중에 국내 영화산업은 침체일로고 영화계에선 꾸준히 위기 타파를 위한 정책들을 고민해왔다. 지난 5월 초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영화인연대 주축으로 중장기 5대 핵심 정책 제안 포럼이 있었고, 현장에선 K-컬쳐의 기반인 한국영화의 전략적 보호 육성, 독립예술영화 시장 점유율 증가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국토종주편'에 나선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후보, 김은숙 작가, 박해영 작가, 정주리 감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국토종주편'에 나선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후보, 김은숙 작가, 박해영 작가, 정주리 감독.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책 순위 1번으로 경제 및 산업 분야 공약을 배치해 발표했다. 이중 문화예술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은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5 문화강국을 실현'한다는 제목에 담겨 있었다. 창작 전 과정에 대해 국가 지원을 강화하고 OTT 플랫폼을 육성하며, 문화예술인들의 복지 환경 구축과 창작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국가 총 지출 중 문화 관련 예산의 빈약한 비중을 꼽기도 했다. "우리 문화재정이 올해 기준으로 국가 총지출의 1.33%에 불과하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는 등 의지를 피력했던 그는 선거 캠프와 연동해 'K-문화강국위원회'를 두고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의 제언을 받고 있었다.

또한 전주영화제 기간 중인 지난 6일( 1박 2일 일정) 영화제를 직접 방문해 콘텐츠 업계 주요 인사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도 했다. 해당 자리엔 윤제균, 정주리 감독, 김은숙, 박해영 작가가 참석했고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영화나 드라마 작품들이 언급되며 창작활동 지원 방안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K-문화강국위원회 및 영화인연대 등이 제안한 정책이 일부 반영되는 흐름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문화산업 시장 300조 원, 문화수출 50조 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잡고 공공 인프라 확충 및 세제 혜택, 문화예술 R&D 강화 등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직집 지원 공약 아예 빠지기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국민의힘 정책협약식에 참석해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과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국민의힘 정책협약식에 참석해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과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집에서는 K-컬쳐나 예술을 언급한 대목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우선순위 네 번째에 해당하는 '광역철도, 도시철도 확충'이라는 항목에서 '문화·체육시설 확충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유입 확대'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는 문화예술이나 콘텐츠 관련이라기 보단 지역 경제 살리기에 해당하는 방편으로, 사실상 문화예술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우선순위 열 번째에 해당하는 공약에서 간첩법(형법 제98조) 개정을 언급한 부분에 '문화·학술·기술 교류 및 시민으로 위장한 간첩 활동을 간첩행위로 명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감시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공약집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김문수 후보는 지난 20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아래 예총)와 정책 협약식을 맺는 자리에서 문화·예술 산업 도약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권역별 공연예술 거점 확대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역 순회와 청년 예술인의 공연 참여 지원 제도 마련이 골자였다. 생활문화센터나 동네 공연장을 확대하고 문화누리카드 지원금 확대 등을 설파했는데 마찬가지로 지역 경제에 방점을 찍은 공약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직접적 지원 이야기도 일부 있었다. K-콘텐츠 세계화 지원이라는 항목으로 세계 3대 뮤지컬 선도 국가 도약, 게임산업 규제 완화, 웹툰과 애니메이션 산업 융합지원, 콘텐츠 정책 펀드 확대, K-공연 콘텐츠 및 제작비 세액 공제를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10대 공약집에서 문화예술 관련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문화부로 개편한다거나(공약 순위 첫 번째, 행정 분야), 외국인 노동자 정착 지원 강화를 위한 언어 및 문화적응 교육 지원 프로그램 운영(공약 순위 두 번째, 산업 자원)한다는 내용이 그나마 간접적인 공약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지난 3월엔 그의 행보를 다룬 다큐 <준스톤 이어원>이 개봉해 현재까지 4천 명의 관객이 들기도 했다. 앞서 2024년 12월엔 'K-OTT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던 이 후보다. 이에 반해 관련 정책 공약이 전혀 없다는 것은 의아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공약 순위 아홉 번째인 '교육·문화·인적자원·스포츠' 분야에서 해당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다. 다만, 이 역시 콘텐츠 산업이나 관련 종사자에 대한 지원이라기 보단 생활체육 생활문화 인프라 대폭 확충 등 학생 교육이나 일반인 대상 혜택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문화민주주의 실현이 중요

 오는 23일 21대 대통령 선거 문화정책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오는 23일 21대 대통령 선거 문화정책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 문화연대

이런 상황에 오는 23일 127개 문화예술단체를 주축으로 한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캠프 초청 문화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는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 총괄디렉터는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고 다른 후보들 쪽은 문화예술공약이라고 확인된 게 거의 없다"며 "얼마 전 김문수 후보가 보수단체로 꼽히는 예총을 만나서 몇 가지 약속을 한 수준 외에 국민의힘에서도 관련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짚었다.

이어 정 디렉터는 "사실 이재명 후보 쪽에서의 문화예술공약도 추상적인 면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명박 정부 때 콘텐츠 산업을 키우겠다며 예산을 많이 주겠다고 한 것과 비슷하다. 이게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본인 공약 중 국민 주권 국가를 열겠다고 한 게 있는 만큼 창작자, 문화생산자들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 이들의 직업적 권리와 건강권을 강화하고 그것을 막는 시장을 일부 규제하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혁신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처럼 조기 대선 국면에서 주요 분야 공약이 실종된 것에 정윤희 디렉터는 "내란청산이라는 대과제가 있는 것을 이해하지만, 문화 쪽도 내란청산과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문화 행정에서 정책을 수직적으로 실행하는 게 문제시됐던 만큼 문화예술계와 상호 협력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반영하는 문화 민주주의 실현 또한 내란청산 과제 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차주에 정책집을 이재명 후보 측에 전달할 예정인데 다른 후보 쪽은 관심이 없거나 선이 닿지 않아서 전달이 안 됐다"며 "대선이 급박하게 준비됐다는 그 사정까지 봐줄 건 아니지만, 이후에라도 꾸준한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대선#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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