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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새들도 새끼를 키우기를 서두른다. 먹이가 되는 곤충들 역시 번식기로 수가 증가하는 여름에 빠르게 새끼들을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름 철새들은 지금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일 제비와 귀제비가 이른 아침부터 둥지재료를 물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대청호 문의의 작은 흙길에 일시적으로 고여서 만들어진 진흙을 제비와 귀제비가 사이좋게 나르고 있었다. 제비의 경우 마른풀과 같이 물과 흙을 나르는 일석이조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턱시도 신사의 이미지를 가진 제비는 영락없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같았다.

 진흙을 물어가는 귀제비의 모습
진흙을 물어가는 귀제비의 모습 ⓒ 이경호

비로 갑자기 생긴 작은 웅덩이의 진흙이 마르기 전에 둥지를 지으려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였다. 제비들은 가장 고운 진흙을 골라서 가져가고 있었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좋은 재료를 고르는 모습도 역시 부모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마른풀을 물고 진흙을 가지러온 제비
마른풀을 물고 진흙을 가지러온 제비 ⓒ 이경호

제비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번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과거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쉬이 볼 수 있는 종이 아니다. 독성이 높은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사라졌고 가옥구조가 변하면서 번식할 수 있는 처마가 사라져 개체수가 급감했다. 귀제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귀제비(맹맥이:방언)는 제비에 비해 개체수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적어지는 제비와 귀제비가 진흙을 사이좋게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마도 잘 만들어진 진흙 '맛집'을 찾아 낸 것으로 보인다. 주황색의 허리와 가슴의 줄무니가 있는 귀제비와 흰색의 배와 갈색의 멱이 선명한 제비는 구분이 명확하다. 서로 다르지만 진흙을 두고 다툼이 없었다.

 진흙을 찾기 위한 귀제비(오른쪽 3개체)와 제비(왼쪽 첫번째)
진흙을 찾기 위한 귀제비(오른쪽 3개체)와 제비(왼쪽 첫번째) ⓒ 이경호
 허리가 주황색인 것이 특징인 귀제비의 모습
허리가 주황색인 것이 특징인 귀제비의 모습 ⓒ 이경호

가져간 진흙으로 집을 짓는데 서로 모양이 다르다. 제비는 밥그릇 모양으로 집을 짓고, 귀제비는 호리병이나 이글루 모양으로 입구를 좁게 만든다. 둥지만 보더라도 제비인지 귀제비인지 구분할 수 있다. 같은 재료이지만 서로 다른 집을 짓는 것 역시 다양한 삶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제비 둥지의 모습
귀제비 둥지의 모습 ⓒ 이경호
 제비 둥지의 모습
제비 둥지의 모습 ⓒ 이경호

진흙을 물고간 현장을 보니 너무 한줌도 안되게 떼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적은 양을 수없이 물어다가 새끼를 기르기위한 둥지를 짓는 제비의 지극 정성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집을 짓는 일을 다하면 여름이 가기전에 다시 새끼를 키워내는 수고를 해야 하는 제비의 삶의 고단함도 느껴졌다. 고단함의 마지막이 잘 키워낸 새끼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제비가 진흙을 나른 흔적들
제비가 진흙을 나른 흔적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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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제비#제비#멸종#둥지#둥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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