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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년 세대에 통일이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청년들은 답한다.

"통일이요? 저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요즘 청년들 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냥 서로 남처럼 다른 나라로 사는 게 편하다고들 한다. 해마다 통일인식 여론조사를 하지만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국면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아진다.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전 정부에서 남북 간에 합의했던 내용들도 파기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적대관계에서 국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세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기 살길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인 세대에게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말하는 '통일의 당위성'은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청년 세대에게 남북관계보다 더 중요한 화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취업 같은 경제적 생존이 있겠고, 또 그중 하나가 '공정'이라는 화두다.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18년 2월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황충금(39번) 선수가 한도희(20번) 골리를 안아주고 있다.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18년 2월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황충금(39번) 선수가 한도희(20번) 골리를 안아주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남북단일팀을 구성했다. 이 문제에 관해 그 당시 청년들 사이에서 전에 없던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다. 공정성 이슈였다.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면 평화의 메시지는 완성되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 엔트리가 제한된다. 이로 인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오래도록 연습해온 일부 선수 들은 경기를 뛰지 못할 수 있다. 청년들은 즉각 반응했다. 남북의 평화를 위해 오랜 시간 연습해온 선수들 개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청년들의 이런 반응에 정치권은 국가적 명분으로 답했고 당시 이낙연 총리는 "단일팀 구성, 선수 개인의 욕망 을 넘어 역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기성 정치권과 젊은 세대의 차이다.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과연 불만을 제기한 청년들이 이기적인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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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불평한다. 기성세대도 70년 간 해결하지 못 한 과제에 대한 관심을 청년들에게 강요한다고. 이제 진부한 이야기가 돼버린 통일은 청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청년의 위기라고 불리는 요즘, 통일의 과제를 외면하는 그들의 무관심을 무작정 탓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은 여전히 정치권의 숙제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적어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게 청년들의 대답이다. 우리 세대의 이런 반응을 권력을 쥔 기성 세대가 경청해 준다면, '퍼주기' 같은 프레임으로 청년들의 민감한 '공정' 감정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 같다. 통일이 '나에게 손해가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이번 세대에서든 다음 세대에서든 통일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허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의 가치를 보전하면서, 퍼주기 프레임을 타개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할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청년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통일담론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명확한 청사진 제시도 본 적이 없다.

전쟁위기 해소가 우선

2022년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은 2018년에 59.7%이던 것이 2022년에는 46%로 줄어들었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도 2018년 16.1%에서 2022년 26.7%로 증가했다. 통일이 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뽑힌 것은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은 '남한에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통일이 남한 경제에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그다음으로는 새로운 사회 갈등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런 응답에서만 봐도 우리 한국인들은 국가 통합방식의 통일보다 당면한 '전쟁 위협 해소'를 위한 해결책으로서 통일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응답이 집권한 정부의 성격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2018년 민주당이 집권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당시, 같은 기관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때에는 북한에 대해 '협력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5.3%로 가장 높았고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은 25.8%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같은 기관의 동일한 조사를 거쳤을 때, 북한이 협력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1.8%에 불과했고, 적대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9%를 기록했다. 2018년 이전 정부의 두 배가 훨씬 넘었다. 2018년에는 4명 중 1명만 북한을 적대 대상이라고 인식했지만, 2022년에 이르러서는 2명 중 1명이 적대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협력의 대상인가, 적대의 대상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결국 사람들의 관심보다 집권 정부의 성향에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2017년 말 한반도 전쟁위기설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기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오랜만에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청년층 일부에서 '공정'을 이유로 남북선수단 구성에 회의적이었으나 대회 종료 이후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대회 시작 전까지 부정적이었던 인식이 대회 종료 후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함께 뛰는 남북선수들을 보며 모두가 가능성을 본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통해 '평화'라는 키워드를 새로운 시대정신과 유산으로 남겼다.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라는 접근 방식이 정치권은 물론 연구자들과 국민들에게도 공감을 얻은 것이다. 실현 불가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없는 통일을 주장하기보다는 우선 통일로 가기 위한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 방식에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생겼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남북대화나 교류의 우선적 목적 또한 통일이라는 당위성이 아닌 전쟁위기 해소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욕구로 바뀌었다. 나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로 언제 다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군사적 위기 해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군사적 위기만 없다면 분단 체제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일 담론은 여전히 90년대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머물러 있는 데다 통일 교육은 획일적이고 수직적이며 주입식이다.

 조경일 작가
조경일 작가 ⓒ 조경일


덧붙이는 글 |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전쟁위기#통일담론#리얼리티와유니티#조경일#통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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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일의 '리얼리티와 유니티'


조경일 (joejoh) 내방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경흥(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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