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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여행한 서유럽 3개국, 마지막은 바티칸 시국 방문으로

70대 초인 남편과 60대 중반인 나는 5월 7일부터 16일까지 9박 10일로 서유럽 3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다. 프랑스에서 에펠탑을 보고 크기에 놀랐고, 에펠탑 야경을 보며 아름다움에 한 번 더 놀랐다. 파리에서 TGV 테제베를 타고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지인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해 쁘띠 프랑스 마을의 사랑스런 모습도 보았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좌)센강 유람선에서 낮에 촬영한 에펠탑 (우)밤에 촬영한 에펠탑 야경, 5월 8일이 전승 기념일이라 프랑스 국기가 걸려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좌)센강 유람선에서 낮에 촬영한 에펠탑 (우)밤에 촬영한 에펠탑 야경, 5월 8일이 전승 기념일이라 프랑스 국기가 걸려있다. ⓒ 유영숙

알프스 소녀가 짠 하고 나올 것 같은 스위스의 동화 같은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고, 융프라우의 설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며 스위스에서 한달살이라도 하고 싶었다. 스위스 루체른에서 유람선을 타며 아름다운 경치에 다시 한 번 취했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인 가펠교를 걸으며 과거로 여행도 하였다.

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 (좌)그린델발트에서 촬영한 융프라우 (우)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 가펠교
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좌)그린델발트에서 촬영한 융프라우 (우)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 가펠교 ⓒ 유영숙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섬, 로마 등을 방문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2천 년 전 중세로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았다. 마지막 날 로마 시내는 벤츠 투어로 도시 골목골목을 누비며 유적지와 명소를 관람하며 로마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여행지 (위)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누비는 모습 (아래)이탈리아 소렌토와 로마의 콜로세움
이탈리아 여행지(위)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누비는 모습 (아래)이탈리아 소렌토와 로마의 콜로세움 ⓒ 유영숙

이번 서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바티칸을 방문하는 거였다. 여행 마지막 날인 5월 15일, 우린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을 들고 새벽 다섯 시에 출발했다. 도시락에는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뻣뻣한 토스트와 비스킷 하나 그리고 생수 한 병이 전부였다.

바티칸은 이탈리아 로마시에 위치하며 교황이 통치하는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이며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이번 여행에서 바티칸 방문이 의미 있었던 것은 콘클라베를 통해 새로운 교황이 선출된 역사의 장소를 직접 방문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 2025년은 가톨릭의 정식 희년이기도 하다.

바티칸 박물관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방문객들 박물관은 오전 8시부터 입장인데 우리 팀은 2시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렸다.
바티칸 박물관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방문객들박물관은 오전 8시부터 입장인데 우리 팀은 2시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렸다. ⓒ 유영숙

바티칸 박물관은 오전 8시부터 입장이 가능한데 우리 팀은 숙소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6시도 안 된 시간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팀이 있었다. 미리 와서 줄을 서 있는 방문객은 대부분 여행사를 통해 이탈리아에 여행 온 한국 여행객이었다.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현지 가이드로부터 성당 예술 작품에 대해 미리 설명을 들었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에 성벽을 따라 줄을 서서 교대로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서 마시며 화장실에도 갔다. 유럽은 대부분 화장실이 유료라서 여행 내내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며 이용했다.

가톨릭 정기 희년에 방문한 성 베드로 대성당

드디어 오전 8시가 되어 바티칸 박물관 문이 열렸다. 이른 시간이었는데 정말 관람객이 많았다. 보안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고 바티칸 박물관에 입장했다. 사람들이 요즘 바티칸을 많이 찾는 이유는 새로운 교황 선출도 있었지만, 올해가 25년마다 돌아오는 가톨릭 정기 희년(Jubilee Year)이기 때문이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 2025년 가톨릭 정기 희년을 맞이하여 세계 각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여 성당 안과 밖이 모두 붐볐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2025년 가톨릭 정기 희년을 맞이하여 세계 각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여 성당 안과 밖이 모두 붐볐다. ⓒ 유영숙

희년은 죄와 빚, 보편적 사면을 면제해 주는 특별한 날이다. 성경 레위기에는 희년이 50년마다 발생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그 기간 동안에는 노예와 죄수들이 해방되고, 빚이 탕감되는 하느님의 자비가 특별히 나타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희년은 원래 50년 간격이었으나 이후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리도록 1475년부터 25년 주기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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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에는 사도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스러운 문(Holy Door)이 개방되어 이들 성문을 통과하는 순례자는 죄에 따른 잠벌을 면제하는 전대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희년인 2025년에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2024년 12월 24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휠체어를 타고 봉인되었던 '성스러운 문'을 열며 2025년 희년이 시작되었다. 열린 문은 2026년 1월 6일까지 1년 동안 계속 유지된다고 한다. 올해 로마 바티칸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바티칸 박물관에서 그림과 조각상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보며 그 규모에 놀랐다. 특히 우리가 방문하기 이전 주까지 콘클라베로 닫혀있던 시스티나 성당이 열려서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었다.

가이드 설명도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는 시스티나 성당의 미켈란젤로의 천정화인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작품은 인간의 힘으로 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을 직접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켈란젤로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인지 느낄 수 있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 우리가 방문한 5월 15일부터 5월 18일 레오 14세 교황 즉위 미사 준비를 위해 바티칸이 분주한 듯 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우리가 방문한 5월 15일부터 5월 18일 레오 14세 교황 즉위 미사 준비를 위해 바티칸이 분주한 듯 했다. ⓒ 유영숙

우리가 방문한 5월 15일에도 각국에서 방문한 성지순례단과 여행객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 서 있는데 교황님이 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성 베드로 대 성당 광장은 정말 넓었는데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를 준비하는지 많은 의자가 놓여있었고 출입을 금지하는 줄이 쳐져 있기도 하였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꼭 관람해야 하는 것 (좌)25년만에 열리는 성스러운 문 (우)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꼭 관람해야 하는 것(좌)25년만에 열리는 성스러운 문 (우)미켈란젤로의 '피에타' ⓒ 유영숙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갔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었고 훌륭했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꼭 보고 와야 하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을 보려고 찾아다녔다. '피에타'는 제일 오른쪽 문 안쪽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피에타' 작품을 보는 순간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조각상인데 미켈란젤로가 24세에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새벽부터 힘들게 줄을 섰지만, 훼손 방지를 위해 유리막 안에 있는 '피에타'를 볼 수 있었고, 희년에만 열리는 '성스러운 문'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보상이 되었다.

바티칸을 방문하며 바티칸 자체가 거대한 보물창고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싶었지만, 패키지여행으로 시간제한이 있어서 많은 방문객 틈에 파도처럼 떠밀려 가며 관람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한 번 더 가서 차분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품 설명판과 바티칸 박물관의 원형 전시관 성당 피냐 정원 여러 곳에 작품 설명판이 설치되어 있고, 바티칸 박물관의 여러 방들 중 원형 전시관의 네로의 욕조와 신들의 조각상
작품 설명판과 바티칸 박물관의 원형 전시관성당 피냐 정원 여러 곳에 작품 설명판이 설치되어 있고, 바티칸 박물관의 여러 방들 중 원형 전시관의 네로의 욕조와 신들의 조각상 ⓒ 유영숙

유럽을 여행하면 다양한 성당을 방문한다. 그동안 방문했던 많은 성당 중에서 당연히 으뜸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과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아직 이탈리아를 방문하지 않았거나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은 가톨릭 정기 희년인 올해 바티칸 시국을 방문하시면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아니면 25년 후에야 '성스러운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은 남편과 둘이 다녀온 두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현지 가이드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여행 기간 동안 가는 곳마다 관광객이 넘쳐났다. 소매치기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다녀와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여행 기간 중 자유시간에는 노천 가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소렌토와 로마 트레비 분수 근처에서 젤라또를 먹으며 여유도 즐겼다. 유럽에서는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 부부도 건강을 위해 꾸준하게 운동하고, 마음도 여유를 가지며 은퇴 후의 일상을 즐겨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바티칸#레오14세교황#콘클라베#성베드로성당#카톨릭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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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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