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초유의 거대 양당 대선 후보 '배우자' TV토론을 제안했다. 대외적 명분은 '김건희 리스크' 재발 방지이지만, 속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지도, '보수 빅텐트'를 치지도 못한 국민의힘이 궁지에 몰렸다는 방증인 셈이다. 민주당은 "김건희를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냐"면서 "엉뚱하고 기괴한 제안"이라고 질타했다.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 또한 지난 19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법인카드를 개인이 별도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라며 "이런 일이 있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직격한 것이다.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혜경 여사는 지난 16일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1·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국민의힘은 별도의 논평을 통해 "특권적 사고와 오만한 권력의 민낯을 보여줬다"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21년 8월 2일 서울 광화문 중식당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등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기부행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식사대금은 김씨의 수행비서인 배아무개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김용태, 윤석열 대선 후보 때는 왜 제안 안 했냐 묻자 "그때는 비대위원장 아니었다"

▲김용태 "후보 배우자 TV토론하자"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통합보다는 분열을 안겨드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게 TV토론 제안 이유였다.
구체적으로는 "TV 토론은 사전투표 전에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라며 "오는 23일까지 이 후보 측 입장을 밝혀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영부인은 대통령 곁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향해 배려·공감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인"이라며 "영부인은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만, 오랜 시간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영부인 역할과 관련된 법적 규정 및 제도도 미비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TV 토론을 제안한다"라며 "여성과 아동,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철학은 물론,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나눠주시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토론은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자 제안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다만, 지난 20대 대선에서 김건희 씨 리스크가 부각됐을 때 국민의힘은 별다른 제안을 하지 않았다. 이번 TV토론이 사실상 김혜경 여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그때는 제가 비대위원장이 아니었다"라는 궁색한 답을 내놨다.
민주당은 즉각 발끈했다. 노종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문수) 후보로 안 되는 게 뻔한데 김건희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 거냐"라며 "배우자로 사실상의 교체 타진하나. 엉뚱하고 기괴하다"고 직격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우자 토론회는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