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금고 3년 형을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09-30 ⓒ 연합뉴스
"길거리를 지났을 뿐인데, 왜 아들은 시체로 돌아와야 했나? 지진도, 불이 난 것도 아니다. 사람이 출동하지 않아서 발생한 인재다. 출동하지 않았고, 경찰이 그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방청석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공판을 지켜본 조씨는 공판 말미 발언 기회를 얻은 뒤 피고인석에 앉은 전현직 경찰들을 바라보며 "구할 수 있지 않았냐. 작전이라도 한 듯 왜 그날(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나가지 않은 것이냐. 그런데도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희생자) 한 명씩 1년을 해서 징역 159년형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19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112상황실장, 박인혁 전 112상황팀장 등 전현직 경찰 5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당시 용산경찰서장이었던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당일 차량으로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이태원 주변에서 55분을 허비하는 등 1시간30분 동안 별다른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현장 도착 시각 등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승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참사 당일 첫 신고 처리 조작 법정에서 확인
이날 공판에는 이 전 서장 측이 신청한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던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 이아무개씨와 임아무개씨 등 2명이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들은 모두 '사고 당일 압사 사고가 있을 상황을 조금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증언과는 별개로 이날 공판에선 참사 당일 시민들의 신고 11건에 대한 경찰의 처리 여부가 주목됐다. 특히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께 첫 신고를 받고도 출동을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쟁점이 됐다. 증인석에 선 두 사람은 각각 '시스템상 출동자'와 '신고 처리자'로 기록된 인물들이었다. 증인 임씨는 "실제 출동한 사람이 없었다"며 "(이태원 파출소 소속) 구아무개 팀장이 종결처리를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첫 공판을 시작으로 격주 월요일로 재판을 진행해 오는 10월 27일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20일 오후 열린다.
지난해 9월 30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다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송 전 상황실장은 금고 2년, 박 전 상황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현직 경찰관인 나머지 피고인 2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박희영 구청장은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