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사거리에 걸려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현수막. ⓒ 조정훈
제21대 대통령선거가 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운동이 더욱 활발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TK(대구경북)에서 답보 상태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대구경북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5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선거운동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 사이에선 예전 선거와 달리 김문수 후보 유세차량이나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더욱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들린다.
국회의원 안 보인다는 지적에 주호영 "개인 선거라고 생각하고 임해달라"
공식선거운동 첫날부터 이어지는 흐름이다. 12일 김문수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을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일부 시민들이 "권성동 사퇴하라" "자격 없다" 등 거세게 항의했다. 같은날 유세차량은커녕 현수막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선거운동원들의 유니폼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날(13일)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 지역 국회의원들과 200여 명의 당원들이 참석해 압승을 자신했지만 선거운동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뒷짐을 진 채 형식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거나 선대위 구성에서도 중도·무당층을 향한 외연 확대가 보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역의 한 보수 인사는 "TK에서 국민의힘이 절박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면서 "절실함도 보이지 않고 전략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보수 인사를 영입하는 등 민주당의 선거운동이 훨씬 더 활발하다"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지난 17일 대구시당에서 대구경북선대위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선거운동에 적극 임하기로 다짐했다. ⓒ 국민의힘 대구시당
결국 국민의힘 대구경북 선대위는 지난 17일 주호영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이 지역 국회의원들을 소집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주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개인의 선거라고 생각하고 선거에 임해달라"고까지 말했다.
선거 중반이 지나서야 지지선언도 시작됐다. 한국산림보호협회는 19일 대구시당에서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임명장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잇따르자 민주당 대구시당 "유권자 판단 변화"

▲대구시내의 한 사거리에 걸려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현수막. ⓒ 조정훈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연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구 지역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대구 달서구 주민 50여 명과 한국다문화특별위원회, 일제잔재청산대구시민모임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달서구민들은 "신청사 예정 부지인 두류정수장 일대는 10년 넘게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이 따르고 있음에도 예산부족,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신청사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정치권은 오랜 시간 이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지 못했고 지역민의 불만만 키웠다"면서 "이재명 후보는 대구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신청사 조기착공과 서남권 균형개발, 공공의료 확충 등 실현 가능한 지역 공약을 제시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한국다문화특별위원회는 "200만 다문화 시대, 포용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며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다문화 정책을 실행으로 실현한 검증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엔 일제잔재청산대구시민모임이 이재명 후보가 역사바로세우기에 대해 분명하고 강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일제 잔재 청산은 단순한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싸움"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 올바른 역사 정의가 실현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선거운동원들이 19일 오전 대구시내 한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이재명 후보의 얼굴이 새겨진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민주당 대구시당
지난 15일에는 체육계와 영세상인들이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꿔야 한다"며 "그 적임자는 이재명"이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체육계 지지선언에는 이경근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윤석 레슬링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대한파크골프연맹 회원 등 체육계 1001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대구를 건강한 도시로 만들 수 있는 후보는 실적으로 증명된 이재명"이라며 "행정 경험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지역 체육의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지지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 중구 영세상인들로 구성된 '중구 영세상인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도 "정치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고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실용 정치가 필요하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밖에도 15일 한국노총 화학노련 대경본부가, 12일엔 대구경북 중도보수 단체인 대경민생경제포럼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대구에서 단순한 정당 지지가 아닌 생활 현장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실용적 선택이 늘고 있다"라면서 "단발성이 아닌 유권자 판단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구경북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대구시청 신청사 조기착공,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 AI·로봇산업 육성, 대구 5호선 건설 등 실질적 지역 개발 전략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전문가들 "국힘, 당권 투쟁에 목 매"... "응집력 갖추지 못 해"
이처럼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지역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 확정을 둘러싸고 내부 분열도 있었기 때문에 앙금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국민의힘이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의 당권투쟁에 훨씬 더 목을 매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이소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선거운동은 TK에서만 활발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조직화 단계에서부터 응집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등을 분석해 보면 TK에 대해 국민의힘의 불안감이 크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선거운동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인물도 안 보이고 국회의원들조차도 김문수 후보에 대한 강력한 지지보다는 당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도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혁신당 대구시당은 지난 16일 당원들의 특별모금으로 유세차를 마련해 17일부터 대구시내를 돌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 개혁신당 대구시당
한편 개혁신당 대구시당은 선거자금이 부족해 이준석 후보의 유세차량을 운영하지 못하자 당원들이 직접 특별당비를 모아 자체 유세차를 마련하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혁신당은 선거자금이 부족해 전국에서 단 4대만의 유세차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대구에서 당원들이 특별당비를 마련해 16일 임대한 1톤 트럭을 경기도 양주까지 몰고 가 작업을 마친 뒤 17일부터 대구 전역을 돌며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오는 20일 처음으로 대구경북을 방문해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와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선거운동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