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첫 TV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가 두각을 드러냈다.
권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김문수 후보에게 묻겠다. 윤석열씨가 12월 3일의 내란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냐"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권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새로운 논쟁과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광장에서 멀어지시면 안 된다", "영원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못할 것 같다"고 쏘아 붙였다.
또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공약에 대해 "일본이 도입했다가 지역 인구가 유출되고 지역 경제가 피폐해 졌다"고 지적한 뒤 "이런 식으로 하면 (지역인구가) 수도권에 다 몰린다. 지역이 완전히 망한다"고 직격했다.
진보 진영의 선명성을 명확히 드러낸 권 후보의 모습은 토론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회자됐다.
트럼프에 레드카드 들어 올린 이유?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 어겨"

▲민주노동당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소품은 권 후보가 직접 준비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경제 원칙을 어겼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으로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Youtube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편 이번 토론에서 비교적 덜 주목 받은 권 후보의 장면들 또한 있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레드카드'를 날린 장면이다.
권 후보는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주제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단순한 관세가 아니다. 그것은 약탈"이라면서 "제가 트럼프에게 레드카드를 보낸다"며 스포츠 경기에서 퇴장을 의미하는 레드카드를 들어 올렸다.
민주노동당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소품은 권 후보가 직접 준비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경제 원칙을 어겼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으로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권 후보는 "세계의 노동자들과 함께 트럼프와 맞서 싸워야 하지 않겠나"며 레드카드를 들어올린 뒤 "지금 세계는 트럼프와 맞서 싸우고 있다 캐나다, 호주, 멕시코에서 결연하게 트럼프에 맞선 지도자가 승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비굴해선 안 된다. 여러 나라들과 연대해서 다자외교를 펼쳐 가야 한다"라며 국제 연대적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적힌 레드카드를 선물 받은 뒤 취재진들을 향해 레드카드를 들어올린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의 96%가 좌파 매체"라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7년 전의 레드카드를 머나먼 한국에서 되돌려 받은 꼴이다.
대선 토론에서 산재 희생자들의 이름 외친 권영국

▲권 후보가 호명한 다섯 명의 희생자는 모두 권 후보가 변호사로서 관여한 이들이다. 사진은 지난 2022년 8월, SPC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 촉구 오체투지 행진에 참여한 권영국 후보가 대통령 집무실 관계자에게 '정부의 감독 및 시정조치 요청 진정서'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 박성우
권 후보가 토론 도중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호명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권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했는데 매년 산업재해로 몇 명의 노동자가 죽는지 아나"라며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파리바게트SPL 박선빈, DL이앤씨 건설일용직 강보경. 이런 청년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 하루에 여섯 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재해 희생자들을 언급했다.
그런데 이들 다섯 명 희생자는 모두 권 후보가 변호사로서 관여한 이들이다. 권 후보는 ▲ 구의역 김군 사건 진상조사위원장 ▲ 김용균 사건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간사 ▲ 이선호 희생자 유가족의 법률대리인 ▲ 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 ▲ 강보경 희생자 유가족의 법률대리인 등을 맡았다.
권 후보는 2020년 펴낸 저서, <거리에 핀 정의>에서 산재 희생자들을 지원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히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두 사건(구의역 김군 사건과 고 김용균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점은 개인의 안전수칙 위반이나 부주의에서 산업재해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더 이상 안전사고의 결과인 피해 당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편 권 후보의 후원회장 또한 산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다. 지난해 8월 삼성시스템 에어컨 설치기사로 일하다가 폭염에 숨진 노동자의 어머니가 후원회장이고 2022년 동국홀딩스 산재 희생자의 아내, 2021년 이선호 희생자의 아버지, 2016년 방송계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숨진 이한빛 PD의 아버지 등이 공동후원회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