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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어제(18일) 1차 대선 TV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줄곧 빈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자기 공약에 대한 중요한 지적에는 교묘한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했다.

권영국 후보가 이준석 후보의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결정' 공약이 문제라고 지적했을 때다. 권 후보는 최저임금에 지역별 차등을 두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질 거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미국은 최저임금을 주마다 다르게 정한다. 그래도 평균임금이 한국보다 높다"라고 답했다. 권 후보는 "미국은 연방국가이고 땅이 커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 말도 맞지만, 더 중요한 건 이준석 후보가 진실을 교묘히 숨겼다는 점이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주별 결정에 완전히 맡길까? 그렇지 않다. 미국이 주별로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건 맞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최저임금 기준선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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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연방정부는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당 최저임금을 7.25달러(한화 10,140원) 이상으로 줘야 한다고 정했다. 각 주는 연방 최저임금 기준을 하한선 삼아 주별 최저임금을 이보다 높은 액수로 정한다. 임금 하한선을 떠받치는 압력이 지속된 결과, 지금은 전체 미국 주의 3분의 1 이상에서 15달러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정했다. 이준석 후보는 마치 연방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에 개입하지 않으니까 평균임금이 오른 것처럼 말했는데, 진실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2025년 버니 샌더스 등이 연방 최저임금 기준을 17달러로 높이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연방정부 기준선이 오래 동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준석 후보는 자기 공약도 중앙정부 최저임금 기준을 인정한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후보 공약을 보면, 지자체가 중앙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의 30% 범위에서 '가감'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즉 "깎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최저임금이 1만 원이면, 7천 원으로 결정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이 주 정부에 명확한 '하한선'을 제시하는 미국과 전혀 다르다. '미국 유학파'를 앞세우는 이준석은 미국에서 대체 무엇을 배웠는가?

또 어제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경제 정책을 '호텔 경제학'이라며 조롱하려고 애썼다. 호텔 경제학이란,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이나 지역화폐의 효과를 단순하게 설명한 것을, 반대자들이 비웃으려고 붙인 이름이다. 이 후보가 스스로 호텔 경제학이니 하는 말을 만든 적은 없다.

호텔에 여행객이 돈을 쓰면, 그 돈이 그 지역 상점 A, B, C... 로 순환하며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여행객이 최초 쓴 돈보다 큰 가치를 창출하고, 여행객이 환불해서 가더라도 가치가 지역에 남는다는 말이다. 경제 순환을 설명하려는 뜻인데, 단순화해서 설명하다 보니 이야기에 다소 모순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단순화한 사례의 일부에 대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중요한 건 이재명 후보가 이런 사례를 통해 정부의 최초 투자자 또는 최초 구매자로서 역할을 강조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공공 투자, R&D 지원, 조달, 공적 소득 이전 등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과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건 오늘날 좌우파 막론하고 상식으로 통한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AI, 재생에너지, 송전망, 국부펀드 등에 있어 정부의 최초 투자자 역할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또한 이 후보가 주장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민생지원금 같은 공적 이전 소득은 저소득층과 불안정 노동자의 구매력을 높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의 토론이나 공약 어디에도 정부의 역할, 재정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대표 공약이 '정부 부처를 통폐합해서 지출을 줄이자', 또는 '최저임금을 외국인과 지역에 차별해서 지급하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정책의 깊이는 얕고 토론하는 태도는 가볍다. 거기까진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불신을 키우고, 사회 문제의 해법이라며 외국인이나 지방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건, 그가 다른 정치인보다 더 해로운 정치인이라는 명백한 증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필자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사명이 있는 나라> 지은이입니다.


#이준석#이재명#권영국#최저임금차등#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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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interojh) 내방

작가.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세월호를 기록하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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