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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요리사들이 김밥을 만드는 대회를 통해 서로 바꾸어 먹고 교류하고 싶습니다."

남북한을 대표하는 전문요리사들이 만나서 자신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을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음식이야말로 남북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남북더보기>남북요리사 토크콘서트, 왼쪽이 윤종철, 가운데 김찬용 쉐프
<남북더보기>남북요리사 토크콘서트, 왼쪽이 윤종철, 가운데 김찬용 쉐프 ⓒ 이혁진

'남북요리사 토크콘서트'... 남북 요리사의 같고도 다른 경험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는 개관 5주년 남북통합문화축제 사회통합토크콘서트 <남북더보기>가 열렸다. 내 아버지 또한 북한에 고향이 있는 북향민 가족이기에, 나도 이날 참석했다. 주최 측은 탈북민 윤종철 요리사와 남측 김찬용 요리사를 초대해 남북한 음식과 이들의 직업 이야기를 들었다.

25년 전 탈북한 윤종철 요리사는 평양 옥류관에서 11년간 평양냉면을 만든 솜씨로 현재 경기 고양시에서 북한요리 전문점 '동부밥상'을 운영하고 있다. 김찬용 요리사는 서울그랜드하얏트호텔 요리사 28년을 포함해 46년간 현장에서 활동하고 지금은 자신의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올해 5월 개관 5주년을 맞았다.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올해 5월 개관 5주년을 맞았다. ⓒ 이혁진

두 요리사는 요즘말로 '쉐프'라고 부르지만 둘 다 일을 처음 배울 때 모두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기술을 연마했다.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주방에서 매 맞는 건 다반사였다고 한다. 칼과 불을 취급하고 청결을 강조하다 보니 군기가 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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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쉐프는 입대해 당이 시키는 대로 장성급 식당에서 근무하다 전문요리사가 됐다. 여기서 실력을 인정을 받아 평양 옥류관으로 이동했다. 김 쉐프는 서울 수도공고를 졸업했지만, 음식에 소질이 있다는 말에 진로를 바꾸었다.

그에 따르면, 요리사는 북에서 천대받는 직업이라고 한다. '남자가 음식을 하면 거시기 떨어진다'는 말까지 듣는 실정이란다. 윤 쉐프는 "북에 있을 때는, 군대에서 음식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창피해서 주변에 말하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북에서 일부 요리사들은 대우받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일꾼에 불과하다. 중국으로 나가는 요리사들이 달러벌이로 동원되고 있는데, 엄격한 감시와 통제하에 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흰 조리복과 모자를 쓰고 출연한 두 쉐프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나이에 비해 젊고 행복해 보였다. 윤 요리사는 탈북할 때 가지고 온 북한음식 관련 서적과 조리기구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 초심을 잃은 것 같은 때 가끔 펼쳐본다고 한다. 한편 그는 직업병으로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 두 번이나 수술했다고 한다.

김 쉐프는 오랜 기간 유명호텔 요리 경험과 수많은 국제행사 음식 서빙이 노하우다. 그는 미국아로마테라피스트 자격을 갖추고 아로마를 활용한 음식을 개발연구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선풍적인 '케이푸드'에 도전할 요리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 강한 체력, 서비스마인드, 현지언어, 열정과 투지 등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케이푸드 멘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윤 쉐프는 사철 식재료가 있어 요리하는 게 행복하고 재밌다고 했다. 북에서는 딸기와 시금치는 제철 아니면 구할 수 없다. 여러 채소도 여름에만 잠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김 쉐프는 "케이푸드의 성공요인 중 하나가 사철 풍부한 식재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북 대표 요리들... "남북 요리사들 모여 '김밥 경연' 열면 어떨까요"

남북한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북한 윤 쉐프는 역시 옥류관 평양냉면을 꼽았다. 북한전통음식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남한 김 대표는 음식강국으로 유명한 중국에서 행사를 했다면서, 중국요리사들이 하나같이 칭찬한 두 가지 음식인 불고기와 신선로를 추천했다.

두 쉐프는 남북한 김밥을 만들어 서로 나눠먹는 기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남북한이 합쳐 '퓨전요리'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거기에는 원재료 맛을 살리면서 조미료를 가급적 적게 쓰고 전통장류를 기본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남북한청소년합창단이 개관기념 공연하는 모습
남북한청소년합창단이 개관기념 공연하는 모습 ⓒ 이혁진

현장에 근무하는 두 요리사는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일까. 둘 다 손님이 없을 때라 입을 모았다. 가장 기쁠 때도 역시 손님의 반응에서 나왔다. 윤 요리사는 "고객이 음식을 남기지 않고 빈 그릇을 보이고 나갈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김 쉐프도 비슷하다. 그는 "고객과 가족들이 음식과 서빙이 고맙다고 할 때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윤 쉐프가 운영하는 식당 '동무밥상'에서 동무는 친구를 말한다. 함께 음식을 먹으면 친구가 된다는 의미다. 그는 "다투다가도 음식으로 하나 되는 남북한밥상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북에 있는 주민들에게 소불고기와 갈비탕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소고기가 그만큼 귀하다는 반증이다. 북에서는 소고기 대신 오리불고기를 주로 먹는단다. 갈비탕도 북에 흔치 않은 음식이라 한다.

아사자 속출하던 시기, 북한 주민들이 먹으며 버텼다는 음식

 남북한주민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남북한주민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 이혁진

이날 남북한 요리사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주가 됐지만 공통점도 많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음식 조리에도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요리사를 넘어, 자신들의 음식을 의사의 기술과 서비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남한의 쉐프 위상은 국내외적으로 화제를 모으지만, 북한에선 아직도 지위와 대우는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결과이다. 탈북민의 성공적 표상이기도 한 윤 쉐프는, 탈북해 자신의 요리 전문성으로 이만큼 자리 잡은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통합문화축제 중 북한음식체험 도시락,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언감자떡(왼쪽 아래), 참쌀모찌튀김, 인조고기밥, 두부밥(오른쪽 위). 전통음식이 아니라, 북한주민이 고난의 행군 등 어려운 시절 먹던 음식들이라고 한다.
남북통합문화축제 중 북한음식체험 도시락,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언감자떡(왼쪽 아래), 참쌀모찌튀김, 인조고기밥, 두부밥(오른쪽 위). 전통음식이 아니라, 북한주민이 고난의 행군 등 어려운 시절 먹던 음식들이라고 한다. ⓒ 이혁진

한편 이날 센터는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축하공연과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북한음식체험을 위한 두부밥 등 도시락은 생일떡을 대신하는 것으로 방문객들의 입과 눈을 즐겁게 했다.

남북통합문화축제 중 '북한음식체험 도시락'을 나도 직접 먹어보았다. 도시락에는 언감자떡, 참쌀모찌튀김, 인조고기밥, 두부밥 등이 담겨 있었다. 이는 북한의 전통음식은 아니고, 북한주민이 고난의 행군 등 어려운 시절 먹던 음식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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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합문화센터#개관5주년#남북더보기#남북통합문화축제#남북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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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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