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경제 영역에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평등은 국경을 넘나드는 문제입니다. 지구촌 여성 경제 분야 소식(女)을 우리나라로 잇겠습니다(絡).

▲일하는 사우디 여성이 늘고 있다. ⓒ allysphotos on Unsplash
일하는 사우디 여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공개된 <비전 2030: 2024년 연계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아래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목표인 여성의 노동참여율 30%를 조기 달성했다. 사우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사우디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36.5%로, 2016년 23.2%였던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8년 사이 13.3%p 증가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여성의 노동참여를 4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경제 다각화로 석유 의존도 낮추기 위한 '비전 2030'
빠르게 늘고 있는 여성의 경제 참여는 사우디 왕국의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프로젝트(아래 비전 2030)의 결과물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아래 사우디 정부는 2016년 석유 의존도 감소를 위한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 2030에는 여성에게 동등한 경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법률 개정 및 지원 정책이 포함됐다.
대표적인 변화로 2018년부터 여성의 운전이 허용됐다. 2019년부터 남성 보호자의 승인 없이 여권을 소지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다. 무엇보다 사우디 여성은 2017년부터 남성 보호자의 승인 없이 일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기회가 생겼다.
이에 사업을 시작하는 사우디 여성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사우디 중소기업청(Monsha'at)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소유 기업의 비중은 2016년 22%에서 20%p 높아진 42%를 기록했다. 숙박 및 외식 업계에서는 49.5%가 여성이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 기업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을 비롯해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우디 중소기업청은 '여성 기업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의 창업 도전을 장려하고 사회 개발 은행(Social Development Bank)은 여성 사업가에게 낮은 이율로 사업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2018년 제정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여성의 경제 참여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동 전문 언론 <암와즈 미디어(Amwaj.media)>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이정표"라며 "부당한 대우를 단순히 제지하는 것을 넘어 여성이 더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격려해 노동 참여의 장벽을 허물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연계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의 43.8%가 중간 및 상위 관리자 직책을 맡고 있다.
세계 성격차 보고서 경제 참여 부문에서 사우디 125위, 한국 112위
사우디 정부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변화의 척도로 삼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성격차 보고서 내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 G20 국가 중 상위 5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 최하위 수준인 0.33(142위,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성별 평등 수준이 높음)을 기록한 사우디는 2024년 성격차지수 0.551(125위)로 17 계단 올라왔다. 한편, 한국은 동일한 부문에서 0.605(112위)로 나타나, 사우디와 0.054라는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2024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서 사우디의 종합 성평등지수는 0.6470(126위)로 전체 146개국 중 아직 하위권에 속한다.
지난 8년간 사우디 여성의 삶에 일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지만, 여성 인권 부문에서 사우디는 갈 길이 멀다. 지난 3월 사우디가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장국이 되자 <글로벌 폴리시 저널(Global Policy Journal)>은 "비전 2030로 진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아직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여성 인권 분야에서 최악의 인권 수준을 보인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직 사우디에서는 남성 보호자 제도가 존재해 결혼·이혼·양육권 등 중대한 결정 시 남성 보호자의 승인이 필요하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활동가 비산 파키(Bissan Fakih)가 사우디의 유엔 여성지원위원회 의장국 선정에 대해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