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념식장에 도착한 뒤 시민들의 항의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18일 오후 2시 54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경찰을 대동하고 광주국립 5·18 민주묘지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내란 부역자가 감히 광주에 오느냐"는 시민들의 항의를 뚫지 못해 입장 시도 7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5.18 단체들 또한 "아무도 바라지 않는 방문"이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하겠다며 이날 오전 9시 35분 '민주의 문'(5.18 민주묘지 입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중절모에 검은 넥타이와 정장을 착용한 안 위원장은 수십여 명의 경찰과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검색대 앞까지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안 위원장 진입에 분노한 시민들은 '내란 부역자가 감히 광주에', '내란부역자를 광주는 거절한다', '혐오와 차별 조장하는 안창호는 사퇴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앞을 가로막았다. 경찰들이 질서 유지를 위해 시민들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되려 "밖으로 물러가라", "나가 이 자식아"라는 시민들의 고성만 커질 뿐이었다. 진입을 시도하는 안 위원장 일행과 취재진, 카메라, 시민들이 뒤섞이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날선 분위기가 고조되자 안 위원장은 오전 9시 42분 "시끄러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묘역을 떠났다.
5.18 단체들 "봉변 당하는 모습 의도적 연출하려는 의도" 질타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념식장에 도착한 뒤 시민들의 항의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의 충돌은 예고된 것이었다. (사)오월어머니집, (사)5·18서울기념사업회는 두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내고 "안창호의 방문은 가장 먼저 국립묘지에 안장된 5·18 영령들, 살아있는 5·18 피해자들, 비상계엄 내란에 화들짝 놀란 시민들, 당신의 경호를 억지로 떠맡아야 할 경찰들까지 아무도 바라지 않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입장문을 내고 "안창호는 지금까지 보여온 모든 언행이 인권보호에 적합하지 않다. 임명과정도 국민의 인권의식과 어긋난 억지였다"며 "인권위원장으로서 보여온 행태 역시 반인권적이었기에 국가폭력의 피해자이자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5.18 당사자들은 그의 광주 방문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그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수십명 경호원을 대동한 뒤 5.18 묘역을 방문하겠다고 한다"며 "기념식에 오지 말라는데도 굳이 불청객으로 오면서 보란듯이 경호요원에 둘러싸여 입장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뻔하다. 분노한 5.18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욕을 먹고 봉변당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 극우 보수의 수난자처럼 행세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의 방문은) 봉변쇼 현장을 언론에 노출해 보수층에 구걸하려는 추악한 속셈"이라며 "내란비호 공범이자 반인권 우두머리 안창호가 있어야 할 자리는 인권위원장이 아닌 회개의 골방이다. 더 이상 5·18을 욕보이려 하지 말고 인권을 지키는 대신 짓밟아온 자신의 죄과를 참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안 위원장 등은 지난 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방어권 보장 등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일부 수정 의결해 "내란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위 측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추모식에 참여하려 하였으나 입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그 날의 비극이 남긴 아픔을 교훈 삼아 우리 모두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의 인권 신장에 더욱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 5.18묘역 온 안창호 인권위원장 막아선 어느 시민의 절규
배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