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3일 황강 용주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의 모습이다. 4대강사업 식의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정수근
지난 5월 13일 찾은 황강 하천정비사업 현장의 공사는 상류 용주지구부터 하류 청덕지구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황강 하천정비사업은 환경단체와 하천 전문가 등으로부터 과도한 하천공사 현장으로 지목받아 공사 중단과 공사 재개가 반복된 곳이다. 합천댐 아래 황강 50㎞ 전 구간에서 하천공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청덕교 부근은 낙동강과 합류하는 합수부에서 불과 2㎞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수목이 크게 발달하고 주변 산지와 연결돼 있어서 생물다양성이 특히 높고, 하천기본계획상 보전지구로 지정된 곳이어서 재해 예방과 같은 피치 못할 하천정비공사를 할 때도 특히 신중해야 할 곳이다.
그런데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 기능을 해오던 하도 내 수목을 대대적으로 제거하고 수목의 뿌리까지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준설공사까지 감행해 멸종위기종과 많은 생물들의 서식처가 급감하고 있다.
수많은 법정보호종의 집 황강 ... 공사구간에서 수리부엉이 서식도 밝혀져
이곳은 수달과 삵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부터 노란잔산잠자리 같은 멸종위기종 곤충에 표범장지뱀과 남생이 같은 멸종위기 파충류와 흰수마자 같은 멸종위기 어류까지 다양한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의 주된 서식처로 기능을 해오던 곳이다.

▲황강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형평가 협의의견서를 보면 청덕지구 일대가 다양한 법정보호종들이 서식하고 있고, 이번 정비사업으로 서식처가 교란될 것이란 우려를 밝히고 있다. ⓒ 낙동강유역환경청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낙동강유역환경청(본 사업의 주체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이고,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관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인 이상한 구조의 사업이 국가하천 황강 하천정비사업이다)의 협의의견을 보더라도 "멸종위기종 등의 서식지로 활용되고 있는 하천 수림대는 본 사업으로 인해 다수 제거되므로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은 공사 및 운영시 정밀모니터링 대상으로 정하여 서식지 이동 및 회복 등을 파악하여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합천댐 건설·운영 및 다수의 보 건설 등으로 하도 내 토사의 축적 및 식생의 활착으로 통수단면적이 감소하였지만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 및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다수 확인되어 적극적인 보전방안이 필요함"이라 언급하고 있다.
또 "홍수방지의 시급성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 수목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제거할 경우 식생의 회복 및 멸종위기종의 서식양상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추가적인 저감방안 수립 등에 활용하도록 모니터링 계획이 필요함"이라고까지 밝히고 있다.

▲황강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 싹쓸이 벌목 후 모래 준설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 정수근

▲황강 하천정비사업 현장에서 뿌리째 뽑혀나온 수목들. 수목 제거 후 모래 준설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 정수근
그러나 이 사업 구간 하도 내 수목은 대부분 제거되었고, 뿌리까지 들어낸다는 명분으로 1미터 이상의 모래 준설까지 해 이들 야생생물의 서식처가 대부분 파괴되는 형국에 처해 있다.
이런 우려는 위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서에도 밝히고 있다. 협의의견서는 "특히 금회 제시된 하도정비는 하상 전체 토사와 수목을 일정 깊이로 제거하는 계획이나, 이는 과도한 토사유출과 기존의 안정적 육수생태계 서식 환경을 훼손·교란할 수 있으므로, 환경영향평가 초안 대비 하도정비구역이 확대되었으나 해당 지역의 육역화가 미미하거나 모래톱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하도정비구간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스스로 작성한 이런 협의의견마저 무시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곳 황강 청덕지구에서는 본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담기지 않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의 서식까지 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 생물종 조사에서 밝혀진 만큼 수리부엉이의 생존을 위한 대책까지 추가로 수립해야 마땅하다.

▲황강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의 하식애에서 목격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 ⓒ 정수근

▲황강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에서 발견된 법정보호종 원앙과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 정수근
그러나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은 이들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의 생존에 대한 어떠한 고려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목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베기로 싹쓸이 제거를 하였고, 하천 준설도 1미터 이상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15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이런 사실을 밝히고 질의를 하였지만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현장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다시 제대로 실태를 파악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실시설계보고서 오류도 드러나 ... 즉시 공사 중단해야
뿐만 아니라 황강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실시설계보고서도 오류가 난 부분이 밝혀졌다. 이 보고서를 검토한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청덕지구 하천정비사업의 실시설계 오류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합천댐의 영향으로 하천기본계획상 이미 황강의 하상이 낮아져 있는데 준설을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조도계수(하도 내 수목 분포 밀도)를 이렇게 높게 잡아 수목 제거의 명분으로 삼는 것도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조도계수를 높게 잡아둔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또 실시설계보고서의 자료 수치도 조작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범죄 행위에 가깝다. 당장 해당 업체를 징계하고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합천댐의 영향으로 황강 곳곳에는 이런 수목들이 대거 들어와 자리잡아 살고 있다. 이들 수목 군락지는 각종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로 기능한다. ⓒ 정수근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실시설계의 오류가 일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실시설계보고서상 계획 홍수위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사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실시설계보고서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보고서의 최종 결과는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실시설계보고서가 잘못됐으면 그것을 근거로 한 환경영향평가도 잘못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원천 잘못된 것으로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검증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 공사를 그대로 진행한다면 우리는 법적 다툼까지 불사할 생각이다."
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는 "황강은 낙동강 제1지류로 4대강사업으로 모래가 대부분 제거된 낙동강으로 모래를 끊임없이 공급해 주는 원천이다.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해서라도 황강의 온전한 보전은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모래강 황강의 아름다운 모습 ⓒ 정수근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황강은 모래강 내성천을 그대로 빼닮은 강으로 모래가 풍부한 하천이다. 모래는 황강의 1등급 수질을 유지하는 원천이자 수많은 야생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하도 내 들어선 수목들 또한 마찬가지로 많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홍수 예방 사업이라 하지만 이들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런 몰(沒)생태적 방식의 하천공사를 환경부가 행한다는 것은 자질을 의심스럽게 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금이라도 청덕지구 하천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청의 존재 이유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이런 낙동강네트워크의 비판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곧 우기가 시작된다. 빨리 공사를 마무리해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공사 중단은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회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합천댐의 영향으로 모래 공급이 줄어 황강의 하상도 이미 많이 낮아져 있고, 지금 계획된 황강의 하천정비공사도 이미 30% 이상 진행돼 수목도 대부분 제거되고 모래 준설도 행해졌는데 무슨 홍수 타령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천은 치수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황강과 같은 하천은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하천으로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라는 생태적 관점도 분명 중요하다. 환경부가 제발 제 역할을 올바로 하길 바란다."

▲황강의 모래톱에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찍혔다. 황강은 이들이 살아가는 그들의 집이다. ⓒ 정수근

▲황강 모래톱을 찾은 꿩 가족. 황강에는 많은 법정보호종부터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살아간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지난해 10월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