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동성로에 등장한 '재매이(재명이)가 남이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마친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재매이(재명이)가 남이가' 피켓이 눈길을 끈다. ⓒ 공동취재사진
"그 이야기는 했다. 이재명이 되든, 김문수가 되든 제1과제는 국민통합이라고. 누가되든 이대로는 못간다.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친명' 인사들과의 스승의날 저녁식사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영입설이 나온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당장 누구 손을 들 수 없는 공직 신분으로, 선대위 합류는 물론 특정 후보만을 향한 조언을 하기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스승의날 때마다 이 이사장에게 인사를 왔던 '고3담임 시절' 제자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문진석, 이연희 등 중앙대 동문인 후배들과 만난 담소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민의힘 '후보갈이' 파동 이후 중도 보수 확장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는 민주당 상황을 감안하면, 이날 만찬의 의미는 남달리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영입을 넘어 당장 함께할 수 없더라도 이 후보가 강조한 합리적 보수, 즉 미래의 '협상 파트너'를 구축하는 데까지 주안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자 노웅래 통해 중앙대 '친명' 후배 만남... 합류 대신 강조한 말 '국민통합'
이 이사장은 이명박(MB)정부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주창해 온 인사로 이재명 후보가 대선 내내 강조하고 있는 '실용주의' 노선과도 맥이 닿아 있다. 12.3 내란 이후 이 이사장이 국민 통합을 줄곧 요구해 온 만큼, '정치 보복 없음'을 내걸고 있는 이 후보 측이 중도보수 영입 측면에서 충분히 접근해봄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그러나 "김문수 후보와 (과거) 특수 관계가 있는데도, 캠프에도 이름을 못 올린다. 내가 있는 직에 사표를 내고 캠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두 후보를 향한 메시지는 일관되게 '국민 통합'이었다. 이는 만찬 자리에서도 내내 강조됐다.
국민 통합을 고리로 한 중도보수 진영 설득이 민주당 선대위의 이번 대선 핵심 임무로 등극했다. 국민의힘이 '반명 빅텐트'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황인 반면, 민주당은 막판 보수 결집에 대비한 '중도보수 빅텐트'를 역으로 추진하고 있다. '후보갈이' 파동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락, 선거운동 초반부터 기세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함께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조언도, 비난 않는 것도, 상대 캠프 안 가는 것도 도움"
당장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만 봐도,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 4월 4째주 조사 대비 6%p 상승한 48%로, 같은 기준 4%p 하락한 국민의힘의 30%와 큰 격차를 보였다. 중도층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4월 4째주 대비 3%p 올라 47% 지지율을, 국민의힘은 변동 없이 22%에 머물렀다.
선대위 내 한 전략통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중도 보수 영입 추진 상황을 묻는 말에 "많은 분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면서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조언을 해주시는 것도, 또는 이 후보를 비난하지 않는 것도, 상대 캠프에 가지 않는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도움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상욱 무소속 의원이 16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열린 이 후보의 유세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경우처럼, 선거 때마다 중도 진영과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노웅래 전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결국 선거는 진영 대결로, 관건은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쪽을 찍느냐다"라면서 "우리 편으로 데리고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 쪽에 있는 분들이 뜻을 같이하고 (상대 진영에) 극단적으로 가지 않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노 전 의원은 "중도층에서 보면 진영 논리로 붙어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모습보다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안정감을 준다"라면서 "민주 정치는 한 당이 하는 게 아니다. 상대 당이라 해도 같이 소통하고 의견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어떻게 다 우리 편으로 만들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의 '오른쪽 확장'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을 보수 진영이 아닌 '수구 기득권 진영'으로 규정하는 한편, 민주당 내 '중도 보수'의 공간을 강조하며 영입을 추진하는 방향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상욱 의원의 현장 지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힘은) 합리적 보수 정치인들이 숨을 쉴 수 없는 조직"이라면서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홍준표 국무총리 기용설'과 관련해 '홍 전 시장에게 총리 맡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후보는 "선거 중인데 그런 고민하겠나"라면서도 "이번에는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언젠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을 어떤 직책에 기용할 것인가 이긴 다음에 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또한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비롯해 권오을·이인기·최연숙 전 의원 등 보수 진영에 몸담아 온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저희는 상대적으로 진보 가치에서 온 정당이기에 중도 보수가 활동할 공간이 훨씬 넓다"며 "영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국힘 '후보갈이 추락'에 "여기 보수 공간 넓다" 손짓한 민주당)https://omn.kr/2djps.
※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중 5월 3째주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4%이고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다. 4월 4째주 조사는 같은 기관이 지난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16.5%이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