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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6 10:37최종 업데이트 25.05.16 10:37

'노화 미술관' 국토부 공모 선정, 완도 문화예술 르네상스 신호탄 쏘나

 전남도립미술관 미술전시회. 포스터
전남도립미술관 미술전시회. 포스터 ⓒ 완도신문

전남 완도군이 문화예술 기반 확충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태세다.

지역 내 문화 인프라 확장의 교두보가 될 130억 원 규모 '노화 미술관' 조성 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민·관 상생 투자협약'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서다. 이번 사업은 국비·지방비 100억 원, 그리고 대우재단 출연금 30억 원 등 총 130억 원이 투입되는 미술관 프로젝트로 지역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목말라했던 문화적 갈증 해소의 단초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술관은 노화읍 옛 대우병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과거 의료기관으로 활용되던 해당 부지는 방치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마음치유센터'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이어지는 이번 미술관 유치는 완도 남삼면권(노화·보길·소안)의 문화예술 중심지로의 재부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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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은 지난 14일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국토부 공모 선정은 완도군민 모두의 성과이며, 향후 문화관광 복합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상징적 사업"이라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업 추진 과정의 핵심은 민·관 협력 구조였다. 완도군은 수년간 대우재단과 협의를 지속하며, 해당 부지의 활용 가치를 적극 평가하고 문화 인프라 확장 방안을 모색해 왔다. 대우재단은 노화읍 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30억 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역구인 박재선 완도군의원은 <완도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미술관 조성은 단순한 공공기관 사업이 아닌, 민간과 공공이 함께 만들어낸 상생의 결과물"이라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와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술관 유치가 단순한 시설 도입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과 주민 생활의 융합 거점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은 이번 미술관 유치가 완도군의 문화관광 생태계를 재편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노화 미술관은 노화·보길·소안을 연결하는 문화관광 벨트의 중심축"이라며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한 "이미 확정된 소안 진산권역 개발사업(73억 원), 현재 심사 중인 보길권역 개발사업(83억 원)과 이번 미술관 조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경우 완도군 전체의 관광지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실제로 이 세 지역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문화·역사적 자원을 두루 갖추고 있어 문화예술 콘텐츠의 융합이 이뤄진다면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모 선정에는 완도군과 전라남도, 대우재단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완도군은 "해당 사업은 국토부와 전남도, 그리고 민간 부문인 대우재단까지 3자 간 긴밀한 소통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사업 추진에는 신우철 군수, 김양훈 군의장, 이철·신의준 도의원, 박성규 부의장, 박재선 의원 등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활발히 움직였으며,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 박지원 국회의원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의원은 "이번 성과는 완도를 문화관광 거점 도시로 재편하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며 "문화예술은 지역의 정체성과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완도군의 문화정책 추진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남의 타 지자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 역사와 문화를 예술분야로 승화시켜 관광 콘텐츠화에 성공했지만, 완도는 여전히 후발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의 광양은 예술창작촌, 해남은 미황사 문화복합공간, 나주는 역사문화재생사업, 신안군은 김환기 미술관 추진, 목포와 진도는 국제수묵비엔날레 유치를 통해 지역브랜드를 강화해 왔다. 이와 달리, 완도는 문화예술 영역에 관한 행정과 정치권의 관심 부족으로 전략 부재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완도군은 조선후기 사상가 원교 이광사로, 원교 이광사가 유배되어 '동국진체'를 완성한 신지도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17억 원을 들여 '원교의 거리'를 조성하고 유배지를 복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문화예술행사도 없는 '원교 서맥전'이라는 단편적 행사 유치에 그쳤다는 점에서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담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문화예술 정책 추진을 위한 기획력과 철학이 부재했다는 방증이며, 지역 정치권의 문화무지(無知) 역시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이번 미술관 조성이 일견 지역사회의 큰 성과로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미술관이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느냐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대우재단이 참여하는 민간투자형 문화사업의 특성상, 기업 논리가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미술관 유치를 통해 재단이 문화적 권한을 확보하거나 운영권을 우회적으로 장악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유사한 민관 협력 사업이 공공성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계 일각에서는 "130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완도군이 운영 주체로서의 권한을 확보하고,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주체가 되는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노화 미술관 조성 사업은 단순한 공모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문화예술 외연의 확장은 곧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과거 수산업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넘어,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콘텐츠 개발, 지역민 참여,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이 필수다. '미술관이 생긴다'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화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민'이 중심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완도군이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기능을 이해하고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계 향우들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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