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경북 성주 소성리에 설치된 사드반대 현수막이 미군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5월 15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군 주한미군 캠프캐롤 기지 앞에서 열렸다. ⓒ 소성리 평화마당
지난 4월 28일, 경북 성주 소성리에 설치된 사드반대 현수막이 미군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5월 15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군 주한미군 캠프캐롤 기지앞에서 열렸다.
6개 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사드철회평화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소성리 주민들과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소성리 주민이 영어로 작성된 항의서한문을 들고있다. 기자회견 후반부에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주한미군 관계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 한성민
기자회견에서는 주한미군의 행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인 강현욱 원불교 교무는 이번 사건은 헌법에서 보장한 행위에 대한 테러이며, 외국군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미군범죄라고 규정하며, "이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및 주한미군의 적극적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희 성주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10년 동안 국가권력에 그저 전쟁말고 평화, 우리 주민들끼리 오손도손 사는 것을 해치지 마라고 요구해왔다. 정당한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이다. 그런데도 미군이 현수막을 강탈하는 상황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미군이 한국 국민을 바라보는 구조 그 자체의 문제이고, 미국국가의 조직적인 범죄다"라며 "이를 국가 대 국가로 엄중하게 문책하고 사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욱 김천 대책위원장 역시 "미군은 우리의 투쟁 노력을 하찮게 본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 정부 또한 우리 국민을 못 지켜준다면 정부가 왜 존재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주 소성리 전 이장은 "소성리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후, 주한미군 책임자에게 영어로 작성된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고 하였지만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반부에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주한미군 관계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 한성민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주한미군의 사드 반대 현수막 훼손·절취 사건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이자 악질적인 미군 범죄를 규탄한다.
지난 4월 28일과 30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주한미군이 자행한 불법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훼손을 넘어, 이 땅의 주권과 국민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다. 주한미군은 평화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 30여 개를 훼손하고 강제로 철거하였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재산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이며, 외국군이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테러이자 악질적인 범죄다.
현재 주한미군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그 건수가 600여 건에 달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국 내에서 자행할 수 있는 범죄 행위의 수준과 그에 대한 통제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건은 주한미군이 자신들을 반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사드 기지가 존재하는 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주한미군이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우려해 왔던 주한미군 범죄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지역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불법적인 사드 배치 과정에서, 역대 3개 정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수많은 국가 폭력을 자행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주한미군까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직접적인 범죄를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소성리는 더 이상 미국의 군사 전략에 따라 희생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의 범죄까지 발생한 오늘날, 우리의 삶과 존엄을 짓밟는 그 어떤 명분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경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즉각 실시하라.
2. 주한미군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관련자 및 책임자를 처벌하라.
3. 주한미군은 현수막 훼손 및 절취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
4. 주한미군은 불법 사드 기지 인근에서의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5. 주한미군은 훼손·절취한 현수막을 원상 복구하거나 이에 대해 정당한 배상을 하라.
우리는 주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며, 외세의 불법적 폭력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5년 5월 15일
사드철회평화회의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사드배치저지부울경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28일과 4월 30일, 경북 성주 소성리에 설치된 사드반대 현수막 일부를 주한미군이 절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걸려있는 현수막 위에 현수막 끈만 남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 소성리 평화마당

▲지난 4월 28일과 4월 30일, 경북 성주 소성리에 설치된 사드반대 현수막 일부를 주한미군이 절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 사진은 철거 이전에 촬영된 것이다. 주한미군은 주로 영어로 된 현수막을 철거했다. ⓒ 김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