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까지 2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14기가 폐쇄되는 충남지역, 2031년까지 14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10기가 폐쇄되는 경남지역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2021년 보령화력 1·2호기, 삼천포화력 1·2호기, 호남화력 1·2호기가 폐쇄 과정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도, 지역시민사회의 대응도 제대로 듣거나 볼 수 없었던 것과는 비교되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었을까? 10차,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이 구체화와 더불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졌다.
2019년 글로벌 기후파업에 맞춰 한국에서도 5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에 대한 비상한 행동을 촉구했고, 코로나 시기 이후 다시 열린 2022년 기후정의행진에서는 3만5천 명에 이르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화석연료-불평등체제를 끝장내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고 기후정의를 실현해가자고 외쳤다.
2023년, 2024년 기후정의행진으로 이어지면서 최일선 당사자를 확장하고,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그 해결방안을 우리가 제시하며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게 되었다. 이러한 기후정의운동의 진전은 기후위기로 인해서 전환되는 석탄화력발전노동자들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YES! 우리 삶의 폐쇄! NO!"라고 말하고,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대안적 방향으로 운동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용균'들'이 되어 싸워온 역사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 노동해방마중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을 마주하며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원하청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에 있음을 세상을 알리게 되었다. "더 이상 죽지 않게"를 외치며 민영화, 외주화가 야기한 죽음을 없애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싸웠고, 작업 현장의 변화와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싸웠다.
그런데 그렇게 변화시키고자 했던 일터가 사라져야 한다고 한다. 한 노동자는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암발생률,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일터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청소할 때마다 나오는 대량의 슬러지, 온몸을 뒤덮었던 탄가루가 노동자에게도 지역주민에게도 유해하다면 이를 악물고라도 폐쇄에 동의한다고 말이다.
김용균'들'이 싸워온 역사 위에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있다. 그래서 우리는 '녹색'으로 위장한 일터와 일자리가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를 용인하지 않는 일터, 노동자와 지역주민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발전노동자들 스스로 만들어온 투쟁 위에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발전노동자와 함께 하는 전환이 정의로운 전환
2024년 3월 30일 충남노동자 행진, 5월 28~29일 부산 남부발전을 거점으로 진행된 발전HPS지부 파업에서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을 외쳤고, '공공재생에너지'를 외쳤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그 자체로 정의로운 것이 아니며, 노동자가 살아온 삶터,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들이 부정의하다면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생경하기만 했던 공공재생에너지를 모두의 요구로 만드는 일이 작년 충남과 부산으로 모인 사람들로부터 이루어졌다. 발전노동자들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곧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고, 대안을 마련해 왔다.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은 그럴듯한 이론이 아니라 '운동'이어야 하며, 투쟁을 통해서 그 경로를 구체화해가야 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지방)정부는 책임있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더 이상 해결을 자처하며 민간자본에 길을 내주고, 누가 먼저 나갈지 노동자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노동자들의 생존과 삶을 파괴하면서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해법으로 기만해서는 안된다. 5월 31일 태안과 창원에서 열리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은 본격적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보장을 길을 여는 걸음이 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시작한다는 건?
일터와 삶터가 교차하며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지역'이다. 지역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전사회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지역'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경남울산지역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발전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전환이 정의로운 전환(발전정전)'이라는 이름으로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배움의 시간과 토론의 시간을 만들었고 공공재생에너지운동,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가 되기 위해 활동해 왔다. 폐쇄를 앞두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대안이 되기 위해 요구는 어떻게 구체화해야 하고, 투쟁은 어디를 향해야 하며, 어떻게 지역시민들을 만나고 투쟁을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할 수 있었다.
또한 부산과 같이 석탄화력발전소는 없지만 핵발전이 있고, 해상풍력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서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상상하고, 구상하고, 만들어 갈 가능성을 좀 더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일터와 삶터가 만나는 접점들을 형성하는 것을 통해 최일선 당사자를 피해자화 하지 않고 함께 싸워가는 주체로서 만나가는 것, 그것을 지역에서부터 해보았으면 한다.
5월 31일, 태안과 창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으로 지금까지 함께 내딛었던 발걸음에서 또 한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5월 31일! 태안과 창원에서 만납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행진 전국 지도 ⓒ 정의로운전환2025공동행동
* 지역 참가버스 신청 정보
https://mature-violin-f2c.notion.site/531-1de8542c4cda808193dec75b30c4d71d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노동해방마중의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