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법만 통과시키면 되는데 당연히 돼야 하죠. 그런데 왜 안 됩니까?"(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후보 반대 때문에..."(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
"산업은행 이전이 뭐가 대단하다고 안 해주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김문수 후보)
"이 후보가 부산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박수영 의원)
13일 오후 3시 국제금융센터 부지를 찾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지역구를 둔 박수영(부산 남구) 국회의원이 만담처럼 문답을 주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한 자리였다. 63층 BIFC 건물과 휑한 공터가 대비되는 이 현장에는 박 의원 외에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함께했다.
공식선거운동 이후 처음으로 부산행에 나선 김 후보는 시작 장소로 부산시 남구 문현동을 선택했다. 이곳은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 국민의힘이 공을 들여온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을 상징하는 장소다. 민주당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여러 조건 문제로 두 사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사실상 상대를 공격할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김문수 부산 방문 첫 일정부터 "이재명은 부산 무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찾아 산업은행 이전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찾아 산업은행 이전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일부 비어있는 금융단지 공간을 배경으로 선 김 후보는 이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부산시의 공개 브리핑을 듣고 난 그는 "(아무리) 싫어해도 그렇지 안 해줄 이유가 없다. 법도 다 마련돼 방망이만 때리면 된다"라며 "이건 싫어하는 것보다는 (부산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자처했다. 스스로 "대통령이 되면 할 것 같으냐 아니냐"라고 다시 박 의원에게 질문을 던졌고, 준비한 듯 "1번으로 통과시킬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지지자들은 이를 지켜보며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현장 방문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일부 의원들이 시계를 들여다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후 부산선대위 출정식 등 다른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20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면서 결국 오후 4시에 예정됐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부산지역 단위노조 대표자 지지선언이 영향을 받았다.
겨우 문현동을 뜬 김 후보가 조금 늦게 국민의힘 부산시당에 도착하자 한국노총 단위노조 대표들은 박수로 분위기를 바꿨다. 박진수 부산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의 노동운동을 했던 김 후보의 과거 이력을 열거하며 "동지들을 팔지 않았던 유일한 분"이라고 소개하자 '김문수' 연호가 튀어나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부산지역 단위노동조합 대표자 김문수 후보 지지선언’ 행사에서 박진수 부산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부터 지지 성명서를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들 사이에서 노동자 지지선언을 지켜본 김 후보는 악수와 기념촬영으로 감사를 대신하고, 부산선대위 출범식으로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이른바 '후보 교체 파동'으로 대선 열차가 출발한 지 이틀 만에야 마련된 자리였는데, 김 후보는 "부산의 뜨거운 열기로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거짓말쟁이 정치인들을 활활 태워버리자"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이 공간에서도 '이재명'은 빠지지 않았다. 김 후보의 오랜 해명에도 과거 가족사나 이전에 벌어진 일들을 끄집어내 이 후보에게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인신공격과 함께 "확 찢어버려야 한다" 등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부산시민들은 정의롭고 사랑이 넘치기 때문에 (이 후보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큰절로 집중유세... 보수층 자극하고, 이재명 공격 집중
▲자갈치시장 유세 나선 김문수 “부산을 세계적 허브 도시로”
유성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열린 김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김 후보 부산 일정의 절정은 다음으로 마련된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유세였다. 연달아 전통시장 공략 중인 김 후보가 현장에서 마주한 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였다. 곳곳에서 마치 '광화문 집회'처럼 손깃발이 휘날렸다.
'윤석열 파면' 전 탄핵 반대 집회에 힘을 보탰다던 한 참가자는 "김문수야말로 희망"이라며 김 후보를 반겼다. 다른 참가자는 부정선거론자들이 사용하는 'STOP THE STEAL' 모자를 쓰고 쉴 새 없이 북을 울려댔다.
집결한 보수층을 바라보며 유세 무대에 오른 정동만·김도읍·김미애·김희정·서지영·곽규택·조승환·박수영·박성훈·정성국·조경태 등 지역 국회의원들은 김 후보와 함께 큰절로 집중유세 포문을 열었다. 큰절의 이유로는 "부산 시민께 실망을 많이 끼쳤다.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사죄한다"를 내세웠다. 하지만 당내 갈등에 대한 것인지, 12.3 내란 사태에 대한 것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김 후보의 마지막 발언은 지지층 자극과 '기승전 이재명'으로 채워졌다. 10여 분간 마이크를 잡은 그는 먼저 "대한민국의 어렵고 힘들었던 전쟁의 상처를 다 품은 부산 시민은 정말 위대한 시민"이라며 "6.25 동란에 인민군이 쳐내려오고 소련과 스탈린 그리고 모택동 중공 인민군들, 김일성 군대가 다 몰려올 때 낙동강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라며 보수 표심을 건드렸다.
준비한 지역 공약을 강조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을 포함해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안 처리, 그린벨트 해제권 이양 등 지자체 권한 강화, 동남권 고속철도 건설 등 현안 해결을 "반드시 해내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끝은 이재명을 향했다.
"제가 이런 말 하면 선거 때 하는 달콤한 거짓말 하느냐 이렇게 하는데, 저는 결혼하고 난 뒤에 한 번도 총각이라고 거짓말해서 여배우를 울린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중략) 부인까지 전부 해서 재판받고 있고 처벌받고 있는 걸 보십시오. 부정부패 척결하겠습니다. 제 아내는 한 번도 조사받은 적 자체가 없습니다. 성남시, 경기도 그보다 수십 배 개발했지만, 저 역시 한 번도 조사받거나 처벌받거나 재판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 누구를 뽑아주겠습니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