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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재매이(재명이)가 남이가, 한번 해주시겠습니까!"

"대구 맞아예?"라는 경상도 사투리부터, 파란 선거 운동복에 빨강을 새겨 넣은 이유까지, 대구 동성로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념과 진영을 넘어서는 표심 공략에 나섰다. 실용주의에 기반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강조하며 '보수의 본진' 대구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중국도 셰셰, 대만도 셰쎼... 제가 틀린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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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중앙무대에 오른 이 후보는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여기 대구 맞니껴? 진짜 대구 맞아예? 옛날에 대구 같지가 않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대구 표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의 강한 보수 지지세를 의식한 듯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얼마 전 만났던 정규재 주필이 저한테 말씀하시더라. 광주와 호남은 정치가 마음에 안 들면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하는데 대구와 영남은 정치가 결정하면 아무 소리 없이 따른다더라"라며 "맹목적으로 파란색 혹은 빨간색이니까 무조건 찍어주면 대상으로 보지 주인으로 높이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동네 국회의원이 여러분한테 진심으로 고개 숙이고 자세 낮추는 거 봤나"라며 "신상도 좀 써보시라. 써보고 안 되면 또 바꾸면 된다. 그게 국가와 사회가 제자리를 찾아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뭐 그리 전생에 연이 있다고 죽으나 깨나 사나 죽으나 오로지 한 길로 한 색으로 그래야 하나"라며 "재매이는 경북 안동 출신인데 앞으로는 '재매이가 남이가' 한번 해 주시겠나"라고 대구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탈이념·실용주의 노선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정치도 파란색이 힘썼다가 빨간색이 힘썼다가, 영남이 힘썼다가 호남이 힘썼다가, 좌파가 힘썼다가 우파가 힘썼다가 그러는 것"이라며 "그러다가 더 좋은 선택을 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색깔이 무슨 상관이 있나. 제가 그래서 (선거 운동복을) 파란색으로 안 하고 빨간색을 살짝 넣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일 잘하면 됐지 까만 고양이면 어떻고 빨간 고양이면 어떻고 노란 고양이면 어떻나.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며 "민주당 이재명이면 어떻고 무소속 이재명이면 어떻고 가능성은 없지만 국민의힘 이재명이면 어떻나.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여러분의 삶이 개선되고 나라의 미래가 더 나아지면 장땡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인파가 집중되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인파가 집중되어 있다. ⓒ 이희훈

실용주의 외교를 강조하며 자신의 과거 '셰셰(謝謝·중국어로 '고맙다'는 뜻)' 발언도 정면 돌파했다. 이 후보는 "제가 셰셰했다.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라며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는데 틀린 말했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라는 것에 오로지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 말고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국민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 외교 아니냐"라며 "한미동맹 중요하고 한미일 안보도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하고 그렇게 원수 살 일은 없지 않나.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한미동맹은 동맹대로 한미일 협력은 협력대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관계도 잘 유지하고 물건도 팔고 협력도 하고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 중구 시인 이상화 고택을 방문한 이 후보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구를 인용하며 "혹시 빼앗긴 들에 봄이 올지 알겠나. 여러분이 봄을 만들어 달라. 여러분은 봄을 불러오는 행운의 제비 아닌가"라며 "민주주의의 봄, 국가부흥의 봄, 모두가 행복한 대동 세상의 봄을 여러분이 꼭 불러주시길 바란다. 그 길에 저도 함께 하겠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TK도 니삐 없다" 대구 지지자들 "이재명" 연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이희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구 유세가 열리는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특공대 K9탐지견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구 유세가 열리는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특공대 K9탐지견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 이희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구 유세가 열리는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특공대가 드론전파 감지기와 쌍안경을 통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구 유세가 열리는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특공대가 드론전파 감지기와 쌍안경을 통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유세 현장에선 이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경찰특공대(SOU)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무대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구중부경찰서는 질서유지선을 치고 지지자들과 무대 사이 물리적 거리를 유지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유세단이 노래에 맞춰 지지자들과 춤을 출 때 한 경호는 무대 앞에 서서 자세의 흐트러짐 없이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이제부터, 재명이가 만든다, 명품 대한민국'이라며 '이재명'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거나, '부디 TK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이제 이재명', 'TK도 니삐(너밖에) 없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한 노년 남성 지지자는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이재명 대통령님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하실 분!"이라고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인파가 집중되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인파가 집중되어 있다. ⓒ 이희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구 유세가 열리는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이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구 유세가 열리는 13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이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 이희훈

유세 현장엔 시민사회의 요구가 담긴 현수막과 손팻말이 내걸렸다. '후보님! 위험한 노후 원전 검증 안 된 SMR(소형모듈원전) 신규원전 중단!'이라고 적힌 파란 현수막에 이어, '쫓겨나는 영세상인 평등권을 주세요'라는 손팻말을 든 상인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장애인 차별철폐를 목표로 만들어진 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 장애인 활동가들은 질서유지서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권리중심노동 확대', '장애인 건강권 보장', '탈시설 권리 보장'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이 후보 유세를 지켜봤다.

#이재명#셰셰#2025대선#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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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희훈 (lhh) 내방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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