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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은 무너졌지만, '친윤'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발표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파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이자 주류는 친윤임을, 국민의힘은 여전히 '도로친윤당'임을 재확인하는 인선이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2일 의결한 선대위 인사 49명 중 최소 40명 이상이 윤석열과 직·간접적인 연을 맺어온 '친윤' 인사이다. 특히 용산(대통령실) 또는 윤석열 캠프·검찰·법조 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고, 이 과정에서 원외로 밀려났던 '친윤'들도 캠프에 한 자리씩 받게 됐다.

예컨대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이 아닌 것은 법리상 명백"하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 앞에 달려갔던 박대출 국회의원이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고, 용산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의원이 홍보본부장 자리에 앉는 식이다. 한때 '연판장'으로 찍혀서 내몰렸던 나경원 의원은 그간의 헌신을 인정받아 친윤으로 복귀해 경선을 치렀고, '드럼통'과 함께 탈락한 후에도 공동선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국회에서 '행동대장' 역을 자임했던 이용 전 의원도 수행부단장 자격으로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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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명확히 '비윤'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친한계'는 사실상 전멸에 가깝다. 최소한의 계파 안배도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혁신당으로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옮겨 온 '철새' 양향자 전 국회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민망한 상황이다. 같은 경선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 역시 지속적으로 윤석열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캠프 차원에서 무시 당하는 모양새이다.

유일하게 남은 카드는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인 1990년생 초선 국회의원 김용태이다. 실제로 지명 이후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명확하다. 후보와 메시지 톤이 맞지 않을지언정 해병대 채상병 묘소에 참배하고, 비상계엄에 사과하고, 윤석열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외로운 싸움' 역시 별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세력 없는 김문수와 화살받이 필요한 친윤계의 전략적 제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중구 뉴코아아울렛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중구 뉴코아아울렛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같은 인선이 이뤄진 배경에는 당무우선권을 지닌 김문수 후보의 의중이 작용했다. 김문수 후보는 자신을 몰아내려고 한 '쌍권'을 충분히 숙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의만 받아들이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거리를 뒀다. 일단은 '품고 가겠다'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 역시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후보를 추켜세우며 '과거를 잊자'라고 했고, 지역 순회 일정에 동참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뒤늦게 연출하고 있다.

스스로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라고 했던 권 원내대표가 자리를 보전한 것은 상징적이다. 그만큼 김문수 후보의 지위가 당내 불안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후보를 국민의힘 '주류'라고 평가하지만, 김문수 후보가 이 당의 주류였던 시절는 '과거완료형'이다. 지난 몇 년 간 김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색깔론에 기대 극우 성향 아스팔트와 더 교감해온 인물이다. 원내 진입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당직을 맡았던 것도 상당히 예전 일이다.

김 후보는 그만큼 '세력'이 없다. 당내 계파를 형성하지 못한 터라 원내에 자리한 국회의원들 중 '친김문수'라고 할 만한 사람도 딱히 없다. 애초에 경선 캠프에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 원외 인사였던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했다. 그나마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내세워 친윤계의 지원사격이라도 받지 못했다면, 이번 경선에서 승리가 어려웠던 상황이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잘 조직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 사실상 윤석열씨를 여전히 지지하는 강성 보수에 기댈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 선거 기간에만 유효한 자리이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든 '팽'당할 수 있다. 대선 패배 시 책임론을 뒤집어쓰고 축출될 공산이 크다. 그렇기에 김 후보는 당장 자신을 교체하라고 성화였던 원내 다수 친윤 의원들과 각을 세우기 곤란하다. '대선 이후' 당권을 먹으려고 하든, 이후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를 도모하든 지금 복수했다가는 끝이 좋지 않을 게 명약관화이다.

김 후보와 그를 둘러싼 소수 인사들은 자생적으로 세력을 만들기 보다는 친윤계와 융화되어 계속 자리를 이어가기를 원한다. 친윤계 역시 윤씨의 파면과 별개로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당의 주도권을 내놓지 않아야 다음 공천을 받을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의 시나리오를 그린다면,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 씌워 내쫓을 수 있는 김문수 후보를 '화살받이'로 내세우는 게 '차선'인 셈이다.

문제는 이 '전략적 제휴'이자 '일시적 봉합'이 당의 쇄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한 디커플링, 김용태의 선택은?

 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채 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채 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국민의힘

여의도 정가에서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디커플링'은 사실상 실패했다. 김문수 후보는 13일에도 윤씨의 출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경선 기간 동안 김 후보의 주요 지지층 중 상당수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고, 윤석열의 복권 혹은 복귀를 바란다는 점에서 '예고된 실패'나 다름 없다.

한 익명의 국회의원 역시 <오마이뉴스>에 "경선 과정에서부터 잘 쌓아왔어야 했는데, 한덕수가 끼어들면서 쇄신도 거리두기도 물 건너 갔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당이 자성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처럼 연속으로 큰 선거에 패배하는 '충격요법' 없이는 제자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개별 인사들이 비상계엄에 사과하고, 윤석열과의 거리두기를 제시하고 있지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위시한 친한계가 친윤계의 이번 '후보갈이' 쿠데타에 바짝 날을 세우며 반전의 계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 깊이 기여하지 않고, 선거 후 패배 책임론에서도 비껴가야 다음 당권의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대선 이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차원에서 김문수 후보가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정치적인 수가 뻔한 노림수이다. 본인의 '올드함'을 '청년'으로 내세워서 가리고, 친윤과 비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김 의원의 '소신'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공산이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정식으로 선출된 당 대표도 제 힘을 쓰지 못하는 게 대선 기간이다. 하물며 전임 비대위원장의 뒤를 이어 새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수도권 초선 국회의원이 보수 정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결국 김 후보와 친윤계의 노림수는 김용태 지명자를 악세서리처럼 활용해 '내란 잔당' 혹은 '내란 동조'라는 프레임을 희석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김 지명자가 이같은 '포장지' 역할에 그대로 순응해줄지는 별개이다. 상한 케이크 위 체리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된 모습을 일정 부분 보인다면 대선 패배 이후 '보수 정계 개편'에 한 축을 담당할 수도 있다.

20일 바지 사장으로 끝날 것인가? "더 오른쪽으로 갈 가능성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김문수 후보나 당의 주류인 윤핵관들이 김용태 지명자의 권위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을텐데, 20일 정도의 '바지 사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지명자가 가장 빠른 변화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가장 빠른 변화란 윤석열 출당 외에는 없다"라며 "벌써부터 후보가 선을 긋고 있는데 김 지명자가 이를 관철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장 소장은 "'김용태를 통해서 당의 변화와 쇄신을 보여주겠다'라는 계획은 시도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라며 "결국 주류 친윤계의 허수아비로 이용당할 공산이 크다"라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용태 지명자 입장에서는 당을 위해서든, 본인을 위해서든 당연히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도 사실상 김 지명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면서도 "다 부차적인 문제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김문수 후보 본인의 마음과 자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지하철 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이준석 당시 대표와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처럼, 김문수 후보가 속마음과 별개로 '윤석열 출당'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 주 후반으로 가면 대충 방향이 나올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중도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액션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갈 가능성도 높다"라며 "워낙 당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단결이 중요하다'라며 더욱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김문수#김용태#윤석열#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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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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