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를 찾아 산업은행 이전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더불어민주당이 보낸 트로이목마'라고 한다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광화문 세력이 보낸 트로이목마' 아니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극우 개신교 세력의 우두머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버리지도 끌어안지도 못하자 익명을 요청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하소연하듯 이렇게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된 뒤에도 전 목사를 "의병"에 빗대거나 "제도권 정당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광장 세력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5년 전에는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극우 밀착' 우려가 일자 김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전광훈씨는 우리 당원이 아니다"라고 나름 선을 그었다. '김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던 건 광화문 세력 덕분'이라고 말한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묻자 나온 답이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저녁, 극우 세력이 옹호하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160일만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가 '반명 빅텐트'를 명분으로 구애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정작 "국민의힘은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자유통일당과 경쟁하는 정당이 됐다"고 질책했다. 또 김 후보의 선긋기와 달리 후보의 대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박종진 국민의힘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자유통일당 창당할 때 전 목사와 김 후보가) 친했는데 멀어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문수의 거리두기에도... "윤석열이 괴멸시킨 당, 김문수가 설거지?"

▲전광훈, 대선 출마 선언전광훈 자유통일당 명예고문이 지난 4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사에서 6.3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입장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이정민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전 목사 세력과의 연관성을 부인한다. 김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 발탁한 김용태 의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연계된 정당은 따로 대선 후보를 냈는데 (우리 당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가 '광장 세력과 손을 잡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대통령 후보라면 좌우를 떠나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김 후보는) 어느 진영에 있든 민주당 지지층까지도 대변해야 한다"며 "후보자로서 당연한 발언"이라고 답했다.
당 안팎에선 "괴멸 직전인 당을 김 후보가 (전 목사와의 연대로) 설거지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의 연대라는) 불나방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에 "김 후보의 '광장세력' 발언이 나오자마자 (선거를 준비하는) 단체 대화방에서는 전부 걱정하는 말이 올라왔다"며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트로이목마라면 김 후보는 광화문의 트로이목마 아니냐는 거다. 탄핵에 후보 교체로 당이 괴멸수준까지 갔는데 김 후보가 당을 설거지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판"이라고 전했다.
이준석 후보는 아예 김 후보를 겨냥해 "자유통일당에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에나 어울리는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놓고도 새벽 3시에 계엄령을 선포하듯 후보를 교체했다"며 "쿠데타 전문 정당"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또한 김 후보에 대해 '전광훈이 키우고 윤석열이 지지한 후보'라고 규정하는 선거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유세 메시지 참고자료'에서 김 후보에 대해 "극우 사상과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있다. 김문수를 뽑는 것은 전광훈을 뽑는 것"이라며 "탄핵으로 심판한 내란을 정당화하고 복원하려는 자가 김문수"라고 평가했다.
"전광훈-김문수 친분 막을 순 없지만, 공적 영향 제한적일 것"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12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김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다만 우려와 달리 전 목사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시기 지도부에서 활동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바운더리에 그분들이 같이 계신 건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전광훈 세력이) 주도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문수 대선캠프 출신 인사나 자유통일당 세력들이 당이나 중앙선대위를 장악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후보의 과거 이력 때문에 그런 우려가 불거질 수는 있어도 전체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 후보는 최근 김용태 의원이 선대위 임명식에서 인사하는 와중에 계엄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별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았고 직접 사과도 했다"며 "후보와 전 목사의 인간적 친분이야 막을 수 없겠지만 공적 영역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다. (후보 교체를 막았던) 당원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일부 의원들만 광장에 갔을 뿐 탄핵 국면에서 당 지도부는 전 목사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후보도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에 전 목사를 만나고 있지 않다"며 "당이 전 목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당이 망가졌더라도 (전 목사와의 연대라는) 불나방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