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05.13 10:13최종 업데이트 25.05.13 10:13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실천적 소통이 절실하다

분단 현실 속 온도 차를 넘어

"인근 부대에서 부대 개방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예약이 진행되던 중, 최근의 긴장 상황 때문인지 예약이 끊겼어요." 강원도 접경 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북한이 지난 8일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한 직후 손님 대부분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한다. 군 관련 행사가 미뤄지면서 하루아침에 생계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분단선 가까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삶이 위협받는 현실이 존재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 거주 시민들에겐 그저 '뉴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안보에 대한 체감도는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분단 상황을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이를 체감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평화가 곧 우리의 미래"라는 말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왜 전국 단위 소통이 필요한가

AD
안보는 흔히 군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무력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와 안보에 대한 논의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국한되어선 안 되며, 전국적인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 세대, 직업, 거주 지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때, "평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공감과 이해가 가능해진다.

또한 안보는 단지 군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복지, 교육, 문화 등 삶의 전반이 안정된 안보 위에서 유지되고 성장한다. 특히 관광지, 해안 지역, 농어촌 등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안 경계에 의존하는 주민, 무역이 막히면 직격탄을 맞는 농어민, 긴장 상황에서 손님이 끊기는 관광업 종사자들처럼, 평화가 흔들릴 때 피해가 즉각 드러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도시권은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체감한다. 이러한 온도 차를 좁히기 위해선 각 지역의 시민들이 서로의 현실을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제복 입은 시민'과 지역 다양성

안보 논의에서 군대는 빠질 수 없는 존재지만, 그들을 단순히 '지휘 체계의 일원'으로만 볼 순 없다. 군인도 우리들의 헌법과 공동체를 지키는 '제복 입은 시민'이다. 시민과 군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평화는 단지 억지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로 자리잡는다. 전국 단위의 온라인 포럼이나 토론회를 통해 시민은 군의 현실과 고충을 이해할 수 있고, 군은 다양한 지역과 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더불어, 지역별로 평화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다르다. 접경 지역 주민, 도서 지역 주민, 중소도시 거주자, 수도권 시민은 각자 처한 현실에 따라 '우리에겐 어떤 평화가 필요한가'에 대해 서로 다른 해답을 갖고 있다. 이 다양성이 모일 때, 분단 상황에 대응하는 더 실질적이고 유연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안

이러한 논의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당·정·지자체·시민단체·언론이 공동 주최하는 정기적 온라인 안보·평화 포럼이 개최되어야 한다. 화상 회의 기술은 전국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지만,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분기별로 포럼을 열고, 논의 결과는 백서 형태로 정리해 국회나 정부, 지자체에 정식으로 제출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수한 제안은 국회나 지역 의회의 안건으로 직접 연계할 수 있다. 포럼 참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시민들은 '평화는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지역과 직업, 연령을 막론하고 모든 시민이 평화의 수요자이자 책임자다. 분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우리가 단지 그 안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전국이 연결되어 서로의 현실을 듣고, 해법을 나누고, 의견을 모아내는 구조가 자리 잡을 때, "평화는 곧 삶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질 수 있다. 민과 군, 접경 지역과 도시, 각계각층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분단의 상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제도화하고, 그 속에서 나온 현실적 제안을 정책에 꾸준히 반영할 때, 진정한 국민 주도의 안보와 평화가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이뤄가야 할 미래다.

덧붙이는 글 | 유도진 기자는 극동대학교 교수입니다.


#접경지역#평화#국방#안보#2025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과 기술을 연구합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