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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세 번재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세 번재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서 네이버 댓글을 둘러싼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지는 오래 전이지만,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네이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나올 때면 한쪽에선 '좌편향됐다', 또다른 한쪽에선 '우편향됐다'고 싸우지만, 정작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수치가 제시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발하고, 네이버 댓글이 '내란 옹호' 여론 형성 공간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란세력이 점령한 네이버' 기획은 댓글 여론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작한 기획입니다. 윤석열을 지지하던 극렬단체들이 '네이버는 우리가 점령했다'는 주장에 제대로 된 답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 의미 있는 수치는 먼저 '14.55%'를 꼽고 싶습니다. 전체 분석 대상인 네이버 댓글 51만 3222건 가운데 내란을 옹호한 댓글의 비율(총 7만4651건)입니다. 사실 분석을 하기 전까지도 '적어도 내란 옹호 비율이 한 40~50%는 되겠지?'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댓글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내란 옹호 댓글이 기대(?)보다는 적다고 느꼈고,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제 예상보다는 낮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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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윤석열 지지단체들이 내란 옹호 여론전을 펼치고, 커뮤니티 등에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생각한 탓일 겁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분들도 많을 겁니다. 어림짐작과 실제 수치가 맞지 않는 이런 현상을 인지편향이라고 하더군요. 이번 기획에선 '직관적인 짐작'을 '빅데이터와 수치'에 기반해, 인지편향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55%는 절대적으로 적은 수치는 아닙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 직책에 있던 자가 헌법을 무시하고, 특수전 군대를 대거 동원해 국회를 침입하도록 하고, 국격을 추락시키면서 한미동맹까지 위태롭게 만든 '내란' 행위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 이 정도 지지 여론이 형성됐다는 건, 상식으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윤석열 옹호 단체들의 네이버 댓글부대 활동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내란 옹호 댓글' 비중이 크게 올라간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14.55%라는 수치는 그들의 노력이 '숫자'로 환산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이 말'이... 내란 옹호 댓글에 힘 실어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지난 1월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지난 1월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

'내란 옹호 댓글'들의 특징은 음모론에 쉽게 경도되고, 내란 세력(윤석열 등)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주목할만한 시점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한 인터넷매체(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허위 보도를 한 뒤, 탄핵안 가결 시점(12월 13~14일)부터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며 내란을 옹호한 댓글들이 급증했습니다. 내란 옹호 댓글들은 이후 부정선거음모론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형태로 전개됐습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체포, 법원 구속영장 발부 시점을 전후로 내란 옹호 댓글에서 사법기관 불신 비중이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당시 윤석열 측 변호인들은 수차례 입장문을 내면서 체포와 영장 발부가 부당하다고 역공을 펼쳤는데,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본따, 내란 옹호 댓글들도 '불법수사', '불법체포', '불법구속' 등을 언급하면서 행정-사법기관을 공격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여론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까지 나타났는데,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세력들에게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봅니다.

분석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출석 이후까지 분석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번에 댓글을 분류하는 딥러닝 모델을 구축하면서, 학습 데이터에 중점을 뒀던 내용 중 하나는 '법원 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법원 결정으로 윤석열이 전격 석방되면서, 법원을 비판하던 내란 옹호 댓글 여론이 법원에 대한 찬사로 바뀌면서, 해당 모델로 내란 옹호 댓글을 정확히 분류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간 막연히 '내란 옹호 댓글들이 많다'는 정도의 직관적 관측을 수치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검증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자평합니다 . 우리가 막연히 느끼는 여론의 크기는 실제 숫자보다 더 부풀려 해석하는 형태의 인지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되새겨볼 대목입니다.

[내란세력이 점령한 네이버]
-[51만 네이버 댓글 분석 ①] 내란옹호 댓글, 1월 윤석열 체포 시점 폭증
-[51만 네이버 댓글 분석 ②]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내란옹호 댓글, 허위보도 후 급증
-[51만 네이버 댓글 분석 ③] "판사 집주소 좀" 윤석열 구속되자 극렬해진 내란 옹호 댓글들
-[51만 네이버 댓글 분석 ④] "저는 계몽됐다" 이전에 댓글이 있었다

#네이버#내란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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