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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경력 30년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일에서 만큼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에 가깝다. 밥솥 운전 30년이면 아마추어 늪에서 빠져나와 푸른 초원을 거닐 법도 한데 여전히 그렇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푸른 초원을 거니는 날은 오지 않을 것도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과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 두 말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 관한 한은 당최 실천이 되지 않는 말이다. 피할 수 없는 데도 영 즐겨지지가 않고, 피하고 싶은 데도 끼니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들어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숙명이려니 생각하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늪 속을 거니는 수밖에.

그런 상황에서 종종 뜻밖의 음식을 발견하고는 쾌재를 부를 때가 있다. 영양이 알차면서도 조리법이 간단한 음식이 그런 것에 해당한다. 그렇게 발견한 음식 중 요즘 수시로 해 먹는 음식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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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으깬 두부로 만드는 콩비지 찌개'다. 이 음식의 주재료는 돼지고기(다진 것)와 김치(신김치나 묵은지), 두부다. 부재료는 파, 새우젓, 참치액젓.

'으깬 두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음식에는 콩비지 대신 두부를 으깨어 사용한다. 으깨는 방법은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손으로 으깨도 좋고, 도구를 이용해 으깨도 좋다. 나는 밥숟갈로 으깬다. 만드는 방법은 돼지고기를 가장 먼저 냄비에 넣고 달달 볶는다.

돼지고기 다짐육. '으깬 두부로 만든 콩비지 찌개'에는 돼지고기 다짐육이 쓰인다. 다짐육을 사용하면 조리 시간도 짧고 먹기에도 부드러워 좋다.
돼지고기 다짐육.'으깬 두부로 만든 콩비지 찌개'에는 돼지고기 다짐육이 쓰인다. 다짐육을 사용하면 조리 시간도 짧고 먹기에도 부드러워 좋다. ⓒ 전영선

그러다 고기가 익으면 다진 김치를 넣고 다시 볶는다. 그러고 나서 으깬 두부를 넣는다. 5분 정도 볶다가 여기에 내용물이 푹 잠기도록 물을 붓고 중불에서 끓인다. 물이 끓으면 파를 넣은 후 새우젓으로 적당히 간을 하고 감칠맛을 위해 참치액젓을 1큰술 추가하면 완성이다.

재료만 보면 김치찌개랑 뭐가 다른가 싶겠지만 맛을 보면 훨씬 고소하고 담백하다. 아마도 으깬 두부에서 나온 콩물이 국물에 퍼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양배추전이다. 양배추전은 일반적인 전보다도 만들기가 쉽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음식의 주재료는 양배추, 당근, 계란이다. 부재료는 식용유. 이 음식은 채 썬 양배추와 당근에 계란을 풀어 프라이팬에 부쳐 내기만 하면 된다.

양배추전. 양배추와 당근, 계란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편한 전이다.
양배추전.양배추와 당근, 계란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편한 전이다. ⓒ 전영선

이 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재료 준비가 간단하다는 것. 양배추와 당근은 물기가 적은 채소라 채 썰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5일 정도는 보관이 너끈하다. 그래서 이 음식을 할 때는 아예 5일치에 해당하는 분량을 한꺼번에 채를 썰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러고는 식사 때마다 채 썰어둔 재료를 덜어서 사용한다. 계란만 깨뜨려 버무리면 끝이니 쉬워도 너무 쉬운 음식이라 하겠다. 지져 낸 전은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초간장에 찍어서 먹으면 아주 맛나다(재료에 소금을 쓰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이 음식은 막내가 아주 좋아한다. 계란말이에 파 외에 다른 재료가 들어가는 걸 아주 싫어하는 막내가 이 음식을 좋아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세 번째는 깻잎 쌈밥이다. 이 음식은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쉽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게 흠이다. 하지만 흔하게 먹는 유부초밥과는 또 다른 별미여서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하다.

우선 이 음식의 주재료는 밥(잡곡밥이면 금상첨화)과 깻잎이다. 부재료는 땅콩잼과 쌈장. 원래 레시피에는 쌈장 대신 볶은 소고기를 섞은 고추장을 사용하는데 나는 고추장보다 된장을 좋아해서 집에 있는 땅콩잼과 쌈장을 활용했다.

이 음식 역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깻잎은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꼭 짜고, 쌈장은 땅콩잼과 3:1 비율로 섞어 준비한다(느끼함을 싫어한다면 땅콩잼을 조금만 넣는다). 깻잎을 한 장 한 장 펼쳐서 밥과 쌈장을 넣은 다음 보자기 싸듯 싸주면 끝이다.​

이 음식은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서 주말 아침에 가끔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시골 텃밭에서 깻잎을 따오는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자주 해 먹게 될 것 같다.

깻잎 쌈밥. 재료는 깻잎, 땅콩잼, 쌈장이다. 데친 깻잎을 보자기 삼아 만드는 요리다.
깻잎 쌈밥.재료는 깻잎, 땅콩잼, 쌈장이다. 데친 깻잎을 보자기 삼아 만드는 요리다. ⓒ 전영선

​잘하지도 못하면서 여전히 나는 다섯 식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식구 중 밥솥 운전 경력이 가장 길어서이기도 하거니와 집밥이 그래도 외식보다는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영양을 제공하는 음식은 언제나 선물처럼 반갑다. 요즘 내가 즐겨하는 음식 세 가지가 누군가에게도 그런 선물이 되면 좋겠다(오늘도 어김없이 밥상을 차리고 있을 주부님들 파이팅!).

한식 상차림. 시골에서 채취한 두릅과 오이무침, 갓나물, 숙주나물, 파김치, 언양식불고기, 적양배추전, 으깬 두부로 만든 콩비지 찌개로 상을 차렸다.
한식 상차림.시골에서 채취한 두릅과 오이무침, 갓나물, 숙주나물, 파김치, 언양식불고기, 적양배추전, 으깬 두부로 만든 콩비지 찌개로 상을 차렸다. ⓒ 전영선

#한식밥상#가정식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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