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새벽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 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을 만난 모습. ⓒ 민주노동당
"노동자들이 정말로 행복하게 출근하고 또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나라가 정말 우리가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아닐까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권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첫 유세 현장으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구로디지털단지를 찾았고, 그보다 앞선 새벽에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 이유로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잘 사는 사회를 희망해서", "올라갈 수 없는 높이에서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유세차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그는 "여러분 옆에서 우리의 문제를, 노동자의 문제를, 시민들의 문제를 함께 아파하고 손잡으며 지금까지 왔다"라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보다 높게, 보다 크게 대변할 수 있도록 이번 대선에서 저에게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행복 출근, 안전 귀가하는 나라를 위해"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사진은 유세 시작 직전 한 시민이 권 후보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한 모습. ⓒ 박수림
이날 권 후보가 찾은 구로디지털단지는 진보정당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구로공단이 탈바꿈한 장소다. 권 후보는 이날 유세 시작 전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곳에서 첫 유세를 결심한 이유로 "구로디지털단지로 출근하는 노동자만 약 15만 명이고 이들 대부분 중소·영세 기업 종사자"라며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잘 사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정말로 행복하게 출근하고 또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그런 나라가 정말 우리가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아니겠나"라고 했다.
권 후보는 이날 '기호 5번 권영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점퍼를 입고 시민들과 눈을 맞췄다. 발언을 위해 준비된 유세차엔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의 선거 운동을 돕는 관계자들도 그의 사진과 '우리를 지키는 진보 대통령 권영국'이라는 글씨가 담긴 팻말을 들고 함께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 박수림
예고한 시각이 되자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권 후보는 "지난 겨울, 사람들은 그 추운 광화문과 한남동에서 '정권을 퇴진시키면 우리 삶이 달라지냐'고, '대통령을 끌어내리면 우리 삶이 달라지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제 우린 새로운 대표자를 뽑는 조기 대선을 맞았다"고 말을 꺼냈다.
권 후보는 "저는 광장에서 시민들과 늘 함께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광장으로 달려나갔다"면서 "저는 한때 노동자였고,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그 이유로 해고됐다. 더 이상 취업할 길이 막막해 사법시험을 봤고 변호사가 된 후 늘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피해 보는 시민들과 함께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은 더 이상 권력자를 뽑는 게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고통을 같이한, 여러분의 목소리를 대변할 여러분의 대표자를 뽑는 것"이라며 "차별 없는 나라, 평등한 나라를 저 권영국이 만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해 "모든 노동자에게 4대 보험 및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진보당 단일화, 대단히 유감"

▲봉축법요식 참석한 대선 후보들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대선 후보들이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 정의당 권영국 대선 후보,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 연합뉴스
권 후보는 거대 양당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 9일~10일 사이 발생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사태를 두고 "그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며 "그런 정치가 지금까지의 정쟁을 불러왔고 극우 내란 세력을 불러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은 (내란에 대한) 한 치의 반성도 없고 오로지 누가 권력자가 되느냐를 가지고 경쟁했다"며 "그런 정치가 계속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 이제는 대선에서 심판받아 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광장에서 외쳐왔던 다양한 목소리, 가려진 목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뒤로 밀려나지 않고 충분히 이야기되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너무 양당의 정치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선 이백윤 노동당 대표도 "언론은 지금도 '3강(김문수·이재명·이준석, 가나다순) 구도'라면서 진보 후보 지우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저는 그 3강은 '극우 보수 3강'이고, 그에 대항하는 권 후보는 '진보 1강'이라고 생각한다. 권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시작은 고공농성 현장 방문... "노동자 위한 정치로 보답하겠다"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새벽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을 만난 모습. ⓒ 민주노동당
권 후보는 첫 유세를 앞둔 이날 새벽,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오전 0시 10분에는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을, 오전 0시 50분에는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 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을 각각 만났다.
민주노동당은 "권 후보가 고 지부장과 20여 분간 농성장 상황과 건강 확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 뒤 내려왔고, 김 지회장과도 40여 분간 농성장 상황 공유와 진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을 만나고 온 권 후보는 "같은 높이에서 그들과 눈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TV토론회에서 고공농성 이야기를 반드시 알리겠다"고 전했다.
유세 직후엔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찾아 노조 관계자 30여 명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민주노동당은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진보정당과 노동단체, 사회운동 단체들이 공동 대응하는 이번 대선의 의미와 중요성을 공유하고 대표 후보로 선출된 권 후보의 선전을 기원했다"고 알렸다.
권 후보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도 이번 대선에 함께 대응하기로 해 줬다"며 "노동자를 위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YWCA회관을 찾아 여성 유권자들과 정책 토론회를 진행한다. 오후 7시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수도권 집중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나눴다. ⓒ 민주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