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비가 오고 흐렸던 10일 토요일, 아이들과 집에서 멀지 않은,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견한 장소가 시화나래공원이었다.

시화나래공원은 시흥과 대부도를 잇는 시화 방조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방조제 중간에 자리한 공원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직접 가서 보니 시원하게 뻗어 있는 시화 방조제와 그 일부 구간에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조력발전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원의 존재가 매우 의미 있게 느껴졌다.

시화나래공원 흐린 날의 공원 입구
시화나래공원흐린 날의 공원 입구 ⓒ 김은유

시화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33.9km) 다음으로 긴,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형 방조제이다. 12.7km 길이의 방조제에 설치된 해상공원에는 휴게소, 시화나래 달전망대,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있다. 공원은 널찍하고, 다양한 조형물과 그네형 벤치, 꽃밭 등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

흐린 날씨에 거세게 출렁이는 파도 너머로 고요히 자리 잡은 작은 섬이 보인다. 큰가리섬이다. 썰물 때가 되면 섬 주변은 갯벌 바닥을 드러내지만, 이날은 밀물이라 파도가 섬의 바위 절벽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다.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그 장면을 한동안 바라보자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과 어우러진 풍경 곳곳이 눈길을 끌었다.

큰가리섬 흐린 날의 큰가리섬
큰가리섬흐린 날의 큰가리섬 ⓒ 김은유
아이의 손에 쥐고 있는 과자봉지에 관심을 보인 갈매기 몇 마리가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아이는 과자를 갈매기에게 던져주었고, 갈매기는 고맙다는 듯 과자를 입에 문 채 머리 위를 한 바퀴 빙 돌며 날았다. 바다를 끼고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시화 방조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닿게 되었다.

시화나래 달전망대는 높이 75m로, 아파트 25층에 해당하는 전망대이다. '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궁금해 찾아보니, 시화호 조력발전을 가능하게 한 '달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석 간만의 차를 이용해 5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전기를 만들어낸다고 하니, 달은 단지 지구 밖에서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물과 썰물은 달이 주는 선물이며, 그 선물이 인류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바다를 끼고 있는 산책로 공원 내부는 조성이 잘 되어있어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산책로공원 내부는 조성이 잘 되어있어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김은유

원형으로 된 전망대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다와 방조제 등 주변 경관을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이날은 안개가 많아 멀리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전망대 내 카페를 이용하면 시흥, 대부도, 송도 등 광활한 해륙 풍경을 바라보며 티타임을 즐길 수도 있다.

전망대 일부는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 구간으로 되어 있다. 밖이 훤히 보이는 바닥 아래로 개미만큼 작은 사람들이 보이자 더럭 겁이 나 재빨리 유리 바닥 밖으로 벗어났다. 뱃속도 살짝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다시 유리 위로 발을 내디뎠고, 차츰 적응이 되었다. 같은 장소라도 바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마음 상태가 천지 차이인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흐린날의 시화방조제 전망대 창 밖으로 시원하게 뻗은 방조제가 보인다
흐린날의 시화방조제전망대 창 밖으로 시원하게 뻗은 방조제가 보인다 ⓒ 김은유

스카이 워크 아래 전망대의 일부구간은 강화유리의 스카이워크구간이다
스카이 워크 아래전망대의 일부구간은 강화유리의 스카이워크구간이다 ⓒ 김은유
원래 시화 방조제는 '죽음의 호수'라 불릴 만큼 수질오염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고 해수를 흐르게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오명을 벗고 생태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AD
이제는 많은 여행객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장소가 되었다. 인간이 바다로부터 얻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또 바다가 우리 삶에 얼마나 이로운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던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대부도로 들어가기 전에 시화나래공원에 들른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 방문한다면, 사진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다운 서해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게재 후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시화나래공원#시화방조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어려운 현실을 당당하게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고 있다. '쓰고 뱉다'숙성반을 수료했으며 삶의 어두운 그늘을 밝히는 등대지기와 같은 작가를 꿈꾸고 있다. '느리미'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