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05.11 16:55최종 업데이트 25.05.11 16:55

왕따 닭에 대한 측은지심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집 닭장에는 10마리의 닭이 있는데, 하루에 2~5개의 알을 낳는다. 그런데 10마리의 닭 중 유독 한 마리가 약해서 왕따를 당한다. 닭들은 약한 닭을 집중적으로 쪼아서 왕따를 시키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특히 약한 녀석은 다른 닭들에게 쪼임을 당하고, 먹이다툼에서도 늘 밀린다.

그러다 보니 봄이 되어도 다른 녀석들처럼 닭벼슬이 선홍색으로 변하지를 않는다. 아직도 녀석의 닭벼슬은 거무스름하다. 늘 쪼이고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다 보니 그런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짐작하건대 아마도 이 녀석은 알도 낳지 않을 것이다.

왕따 당하는 약한 닭 별도로 준 모이를 혼자 먹는 닭
왕따 당하는 약한 닭별도로 준 모이를 혼자 먹는 닭 ⓒ 강재규

그런데 이 녀석은 나를 잘 따른다. 모이를 주려고 닭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를 따라 닭장 안으로 들어온다. 모이를 주는 사이 먼저 모이를 먹는다. 그러나 모이를 주고 돌아서 나오면 다른 녀석들에게 밀려 금세 나를 따라 나온다. 안쓰러워 한 움큼의 모이를 녀석에게만 주고 모이 먹기를 기다리곤 한다. 즉 녀석에 대한 측은지심 탓이다.

AD
그리고 닭을 붙들어 보려 하면 다른 녀석들은 쏜살같이 도망을 가는데, 이 녀석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녀석의 이런 모습이 더욱 정이 가게 만든다.

부모의 눈길과 손길이 늘 약한 자식에게 더 가듯이 말이다. 작년 겨울에는 녀석이 닭장 한 귀퉁이에 쭈그려 앉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닭들은 한 번 생기를 잃으면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고 대부분 죽게 된다. 어릴 적 시골에서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았다.

모이를 먹은 왕따닭 왕따닭의 모이를 노리는 힘 센 닭
모이를 먹은 왕따닭왕따닭의 모이를 노리는 힘 센 닭 ⓒ 강재규

그렇지만 이 닭은 격리해서 모이를 주면 생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녀석들과 격리해서 별도로 모이를 줘야 하나 생각도 했으나,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죽지 않고 이 만큼이라도 버텨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하루빨리 생기를 되찾아서 알도 낳고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나의 티스토리 블로그 '에도 실립니다.


#왕따닭#닭의습성#닭벼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재규 (lawkang) 내방

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미래재단이사장,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이 기자의 최신기사곤줄박이랑 함께 삽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