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사람에겐 목표가 있고 의지가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주어진 환경이 매우 열악한 사람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거나 매우 높은 지위에 올라 성공하는 일을 말한다.

▲책표지<외로움은 다른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이세벽 ⓒ 김남정
책 <외로움은 다른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다>(2025년 1월 출간)는 작은 씨앗이 '천 년의 나무가 되는 꿈'을 가지고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깨달은 삶의 진리 이야기다. 이 책은 특이하게 한글과 영어가 병기돼 있었다.
마치 어른을 위한 소설같기도 하고 동화같기도 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 이세벽님이 직접 삽화도 그리고, 영어로 번역까지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천 년 된 나무가 당신에게 전해 주는 선물입니다.
작가의 말이다. 수령이 천년이면 온갖 풍파를 견뎌낸 나무의 시점에서 어리석은 인간에게 전하는 나무의 가르침이 선물이자 책의 내용이다. 천년의 시간 동안 햇빛, 바람, 비와 함께 한 이야기들에서 자신만의 꿈을 나무는 기억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천 년 된 나무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나무는 팔려 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형제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허황된 꿈일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주인공에게서 형제들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버려지거나 팔려가는 건 너희의 운명이 아니다.
나무가 되는 것이 본래 운명이다.
'나'에게 지혜와 생명을 주던 비의 말에도 운명은 나를 다른 형제들과 상자 속으로 내던진다. '나'는 짐승의 먹이가 되고 만다. 여기서 '운명'은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운명 앞에서 '나'를 시험한다. 벌레와 다람쥐, 그리고 독수리에게 살을 내어 주지만, 절대 천 년 된 나무가 될 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은 '나'는 초라한 알몸인 채로 햇살, 바람, 비를 만나지만, 친구들은 혹독하게 '나'를 죽음으로 내몬다. '나'는 '예쁘게 잘 자랐다'라고 한 가을날의 햇빛과 바람과 비의 칭찬에 설레기도 했다. 막연한 두려움의 양가감정이었다. 이런 감정들과의 혼돈을 겪은 '나'는, 결국 모든 걸 잃고 깨닫는다.
햇살과 바람과 비는 결국 한 몸이고 한때 그들이 나를 용기 있게 만들었지만, 나를 허무는 친구들 역시 햇빛. 바람, 비 즉, '세월'이라는 것을 말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자료사진). ⓒ jeremybishop on Unsplash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본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겪게 되는 여러 난관들을 극복해 내는 사람들과 운명 앞에서 굴복해버리는 사람들을. 작가는 나무나 사람이나, 자연과 함께한 세월들 속에서 버팀의 흔적을 만들어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떤 힘든 상황이라도 버티고 버티는 건 역시 세월 덕이라는 것이다.
작은 열매 속 씨앗이 꿈꾸는 '천 년 된 나무'는 누군가의 말처럼 허황된 꿈일 수 있다. 하지만 원대한 꿈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대통령의 꿈도 슈퍼스타의 꿈도, 처음에는 작은 씨앗이겠지만 커지면 이 책의 씨앗이 품은 '천 년 된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덩달아 내 꿈을 향한 에너지를 얻었다.
나무가 되는 것은 어이없게도 나를 깨뜨리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주인공의 작지만 큰 깨달음이다. '새는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온다' 란 데미안 속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삶의 진리는 바로 내 안에 있는 나를 똑바로 직시하는 것부터다. 그때부터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앎을 찾아 나서게 되는 길이 열린다.
인생은 늘 즐겁고 유쾌한 길만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오늘이 시련이고 내일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꿈'을 잃지 않고 나간다면 언젠가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
천년의 선물 돌이켜보면 외롭고 아프고 슬펐던 모든 순간이
고통스럽고 외로웠던 수많은 날들이
선물이었다. 그토록 원망하고 미워했던 친구들이 내게 준 천 년의 선물
천 년 동안 나를 키우고 번성하게 한 선물
나는 그저 그것을 극복하기만 하면 되었다.
삶의 선물은 '나'가 천 년의 나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한 햇살과 바람, 비의 세월인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고된 삶을 격려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용기를 주는 책이다.
오랜만에 동화 같은 아름답고 애닮은 문장을 읽으며 삽화까지 보는 즐거움에 풍덩 빠졌었다. 한글과 영문이 함께 있기에 공부에 잠시 지친 학생들도 읽어보면 자신들의 '꿈'을 위한 각오가 새로울 거라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