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를 향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를 안 낼 수도 있나?"
"당원과 의원들의 뜻을 감안해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후보 미등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사이 단일화 문제를 놓고 당이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권 원내대표가 최후의 수단인 '후보 미등록'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일 이전 단일화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면서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한덕수 후보 측에서도 에둘러 '후보 교체'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권성동, 후보 미등록 혹은 교체 시나리오 만지작
후보 등록일 이전 '단일화'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선 권성동 원내대표는 9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단일화가 안 되면 당이 후보를 안 낼 수도 있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거까지는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는 전혀 없다"라면서도 "시시각각으로 정치 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그 단계에 가서 당원과 의원들의 뜻을 감안해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명확하게 거리를 두지 않고 옵션으로 열어둔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다음 주에 TV토론을 거쳐서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자'라는 김문수 후보 측의 입장에 대해 "기호 2번으로의 단일화"를 강조했다. "최소한 오늘(9일)까지 단일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다음 주 단일화는 기호 2번으로의 단일화가 될 수도 있고, 무소속 10번으로의 단일화가 될 수도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만에 하나 (후보 등록일 이후) 무소속으로의 단일화가 된다면, 그건 우리 당 후보가 아니어서 단일화에 의미가 없다"라며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선거 역량과 자산을 활용할 수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이 갖고 있는 선거 역량, 인원 이 모든 걸 동원하기 위해서는 기호 2번으로의 단일화가 가능한 11일 이전의 단일화가 돼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단일화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강제'로도 할 것인지 물음표가 나왔다.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라며 "그 부분도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후보 교체'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셈이다.
특히 물리적으로 전당대회를 열 시간이 부족할 경우,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고 '전국위원회'를 통해서도 이같은 결정이 가능함을 알렸다. "전당대회를 열기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수임 기구가 전국위원회"라며 "전당대회나 전국위가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는 논리였다. "당헌·당규 개정 같은 경우에도, 평소에는 그냥 전국위를 열어서 확정 짓는다"라고도 부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지자의 열망에 화답해야 한다"라며 읍소... "대승적 결단" 촉구
이날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권 원내대표는 김문수 후보가 의원총회 참석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매우 반갑고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경청과 소통을 위한 김문수 후보님의 진정성 있는 행보가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라고 호응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는 여전히 단일 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경선 당시 우리의 김문수 후보께서는 신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다. 경선이 끝나면 바로 단일화에 임하겠다고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당원과 국민은 그 약속을 믿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다"라며 "지도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지자의 열망에 화답해야 한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국민의힘 당원 동지들 그리고 국민의힘이 길러낸 광역단체장과 지방의원 대표자들까지 모두가 신속한 단일화를 외치며 절규하고 있다"라며 "11일 이전의 신속한 단일화는 당원 동지의 명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일화 국면이 길어질수록 두 후보 지지층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단일화가 지연될수록 그 효과는 반감될 뿐이다"라며 "다시 한번 김문수 후보님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라고 읍소했다. "김문수 후보의 결단 여부에 따라 선거판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진다"라며 "이재명 세력을 막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당무우선권'과 '인선 교체' 카드가 맞물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양수 사무총장 역시 "참담하고 답답한 심정"이라며 "지금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보여주고 있는 우리 당의 걱정과 우려의 모습에 너무나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는 당원 여러분과 우리 국민들의 여망이고 명령"이라며 "지금 우리는 갈등과 분열에 머물 때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 사무총장은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저 무도한 이재명 세력을 단호히 막아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미래로 이끌어야 할 소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라며 "후보 등록 이후의 단일화는 사실상 이유도 목적도 없이 대의를 이룬 허상"이라고 꼬집었다. "진정한 대선 승리를 위한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촉구한다"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