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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의 여성노동전문상담실인 '평등의전화'는 매년 상담사례를 분석해 발간하고 있다. 평등의전화는 1995년 여성노동 상담을 시작한 이래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매년 5월 25일부터 31일까지는 정부가 지정한 ‘남녀고용평등 강조 기간’이다. 고용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 실현을 통한 여성의 고용기회 확대와 일·생활 균형 직장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평등의전화 상담 활동가들은 이 기간이 포함된 5월 한 달 동안, 2024년에 여성노동전문상담실인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분석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연재는 5월 1일부터 29일까지 총 여덟 편에 걸쳐 게재되며 상담 현장에서 포착한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성차별의 실태를 드러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STOP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STOP ⓒ www.freepik.com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내담자가 하는 질문이 있다. 첫째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 문제제기가 가능할까이고, 두번째는 가해자가 무고죄 등 역고소를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이다. 최근 들어 가해자들이 사내신고나 수사기관의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를 선임하여 맞신고나 역고소를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불편한 관계 만들고 싶지 않아 받아주니 점점 심해진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는 8년째 A사 부설 센터에서 매니저(무기계약)로 일하고 있다. 센터에 신입 사원(정규직)이 들어와 A사의 전반적인 행정과 센터 업무를 설명하고 인수인계하느라 옆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다. 센터장은 교육과 출장 등으로 사무실에서 두 명만 근무하는 날이 많았다. 둘 다 기혼이라 결혼생활에 대해서 대화하는 일도 있었는데 행위자가 부부 관계에 대해 물어보는 등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불편했지만 계속 가까이서 일해야 하는 동료라 대충 응대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우리는 **** 부부다. 캠퍼스에서 옛 애인과 **했다" 등 성희롱의 발언이 과해져 행위자에게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행위자는 중요한 업무를 공유하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대하는 일이 잦았다. 무기계약직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내담자도 정규직에 응시할 생각이 있어 회사에 신고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내 신고하자 행위자가 허위 맞신고까지 해

그러다 회식 중 행위자가 내담자를 무시하며 소리치고 정규직 입사 동기들에게 내담자를 험담하기까지 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센터장에게 보고하고 A사 인권위원회에 신고하게 되었다. 사건이 접수되고 행위자와 분리되어 다른 곳에서 업무를 하면서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인권위원회로부터 행위자가 언어적 성희롱과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내담자를 신고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해도 모자랄 일인데 가해자가 피해자를 유사한 내용으로 신고한 것이다. 내담자는 피신고인이 되어 행위자와 돌아가면서 사무실 근무를 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내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안, 불면증이 생기면서 결국 임신 초기에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되었다.

초기상담 통해 사내조사 준비

내담자는 병가 중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이하 본회)와 상담을 하였다. 상담 첫날, 내담자는 행위자의 성희롱과 괴롭힘 피해보다 행위자가 본인을 맞신고한 사실에 더 분노하고 있었다. 신고 내용이 '다수의 언어적 성희롱 등'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어떤 내용으로 피신고 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내담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 처리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무료 법률상담을 제안하였다. A사 인권센터에 제출한 신고서를 검토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참고인 진술서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상담 활동가 조사 동행으로 불안한 피해자 밀착 지원

본회 자문 변호사의 무료 법률상담을 통해 사내 조사 시 주의사항, 민·형사적 절차와 대응 방안에 대해 상담하였다. 대응 방향이 정해지자 내담자는 점차 안정되어 사건 조사에 대응할 수 있었다. 내담자의 요청으로 조사심의위원회 신고인 대면 조사에 본회 상담 활동가가 신뢰 관계인으로 참여하였다. 수습기간 중 불법 행위를 한 행위자를 징계하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행위자에 대한 본 계약을 체결하자 본회는 사측에 행위자에 대한 중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며 내담자를 지원하였다.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으로 사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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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는 8년간 일하면서 여러 차례 정규직 공모에 응시하였으나 번번이 탈락하였다. 소신과 애정을 가지고 일하지만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는 건 남성들이었다. 평소에 잘 지내던 동료들이 이 사건 이후 같은 남성인 가해자 편을 들어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첫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내담자는 사직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취업규칙과 관련 판례도 꼼꼼히 찾아보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한 번의 상담으로 그치지 않고 본회 활동가의 조사 동행을 요청하고 법률자문해 준 전문가에게도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내담자가 맞신고된 직장 내 성희롱 및 개인정보 위반 신고는 무혐의로 결정이 났고 행위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인정, 감봉 3개월의 징계가 확정되었다. 비로소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가 되어 도서관 등으로 떠돌던 내담자는 본인의 책상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도 행위자는 반성하지 않고 본인의 억울함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추후 징계이력이 연금 수령 등에 불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행위자가 징계효력 발생 전에 사직함으로써 사건은 종결되었다.

힘들었지만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사내 절차를 밟고 대처한 내담자는 이제 자신을 응원하며 일하고 있다. 내담자는 끝까지 지지하고 지원해 준 본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며 본회가 또 다른 여성노동자를 지원하는데 함께하고 있다.

※ 평등의전화 : 여성노동전문상담실

여성노동자회 산하 전국 11개 평등의전화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모성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여성 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번호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서 전화를 해도 가장 가까운 지역 상담실로 연결되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 대표번호 1670-1611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 활동가입니다.


#직장내성희롱#직장내괴롭힘#평등의전화#여성노동자회#사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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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옥 (kwwa) 내방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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