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앙농협이 올 1월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골드바 실물 사진. ⓒ 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11일
<금배지, 금열쇠, 금두꺼비... 금 15돈 내걸고 당선된 농협조합장>(https://omn.kr/2cvkh)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23년 서울 중앙농협장 선거에서 김충기 현 조합장이 금배지와 금열쇠, 금두꺼비 등 총 15돈의 금 증정과 무료 해외견학 등을 약속하고 당선됐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것이 농협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법률 제58조(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이나 그의 가족 등에게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김충기 조합장은 당시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조합장 선거 당시 '금 15돈과 무료 해외견학'을 약속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 약속이 지켜졌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취재 대상도 아닌데 왜 물어보나?"라고 반문하며 답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보도 이후 추가로 취재한 결과 올 1월에 실제로 조합원들에게 '골드바'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충기 조합장이 '금배지, 금열쇠, 금두꺼비' 등 15돈의 금을 제공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당선 이후 '골드바'로 보답한 것이다.
'Since 1972~2024 중앙농협' 새겨진 골드바... "적법하게 지급됐다"

▲김충기 현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 ⓒ 서울중앙농협 홈페이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골드바 실물 사진을 보면, 골드바 케이스 안쪽 상단에 'Since 1972-2024 중앙농업협동조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골드바 앞면에는 '지혜 건강 행운 성장 Since 1972~2024 중앙농협'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다만 보통 골드바 앞면에 적혀 있는 중량 표시는 없었다.
서울 중앙농협은 지난 1972년 서울 성동구 내 11개 이동조합을 합병해 설립됐고, 지난 2001년 '성동농협'에서 '중앙농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 2023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고, 조합원은 총 1120명(2023년 현재)에 이른다. 2024년도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4년 영업이익이 45억여 원에 그쳐 2023년(약 114억 원)보다 68억여 원이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는데도 조합원들에게 '골드바'를 지급한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골드바 구입 규모 등을 묻기 위해 김충기 조합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해외여행 등을 이유로 받지 않았다. 이에 지난 4월 29일 골드바의 무게와 구입처, 구입비용, 구입비용의 회계처리(지출항목) 여부, 이사회 의결 여부, 관련법 위반 가능성, 무료 해외견학 실시 여부 등을 묻는 질의서를 김충기 조합장 카톡으로 보냈다. 그는 질의서를 확인했지만, 8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김아무개 서울 중앙농협 상무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24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해 총회 의결을 거쳐서 골드바를 조합원들에게 드렸다"라고 골드바 지급 사실은 인정했다. "김충기 조합장이 선거에서 약속한 '15돈 증정'이 지켜진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공약했다고 다 지켜지지는 않는다"라며 "사업계획에 반영돼야 지급할 수 있는 것인데 사업계획에 반영되고 총회에서 의결돼 골드바가 지급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골드바 구입에 들어간 비용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말씀 드릴 수 없다"라고 답변한 뒤 "적법하게 총회를 거쳐서 나갔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골드바 구입에 약 35억 원 들어... "가격이나 구입처는 얘기할 수 없다"

▲2023년에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출마한 김충기 중앙농협장 후보측의 선거자료. ⓒ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마이뉴스>의 추가 취재에 따르면, 서울 중앙농협이 골드바를 구입한 데 들어간 비용은 약 3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 중앙농협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골드바를 구입했을 때 입찰을 한 것인지, 수의계약을 한 것인지도 추가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골드바는 은행이나 백화점, 한국금거래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골드바 1개당 가격이나 구입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상무는 "얼마인지 얘기할 수 없고 적법하게 집행했다는 말만 드린다"라며 "(구입처는) 일반 금은방은 아니고, 적법하게 구입했다"라고만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농협중앙회 차원의 특별감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 간부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모든 지역농협은 농협조합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이다"라며 "그래서 농협중앙회는 물론이고 감독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중앙농협의 '금 15돈 건'은 충분히 두 기관의 특별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지역농협은 조합장이 임기를 시작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이 속하는 회계연도에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상임감사가 있는 경우 3년마다 외부감사). 외부감사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와 외부 회계법인이 함께 진행한다. 또한 농협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예산 집행, 사업타당성 등 기관 운영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정기종합감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외부감사나 주무부처의 정기종합감사가 부실해서 금융사고 등이 계속 터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2년 서울의 한 농협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고객 10여 명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아 50억 원을 횡령한 금융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호금융권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자 당시 금융위원회는 상임감사 선임 의무화 근거 신설, 조합장과 특수관계인 등의 상임감사 배제, 농협중앙회 차원의 순회감독역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된 개선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