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기사보강: 8일 오후 6시 45분]
사법부의 대선 개입 논란을 촉발한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논의할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 여부가 오늘(8일) 결론이 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6시께 법관대표회의는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라며 개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일(9일) 오전까지 미뤘다.
"임시회의 소집 여부에 관해 소속법관의 의사 수렴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내일 오전 10시까지 의견을 더 받기로 하였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조희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법원의 유례 없는 행태에 비판이 높은 상황이어서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사법파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심을 비롯한 각종 재판이 대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파국은 피했지만, 조 대법원장의 거취와 사법부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상황이다.
현직에 있는 한 부장판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각급 법원) 대표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개최 여부를 놓고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단톡방에서 투표를 통해 26명 이상, 1/5 이상의 대표자가 동의를 해줘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판사들 사이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주장도 있지만, 일단 위법성이 드러나야 법관회의에서 (사퇴에 대한) 정식 안건으로 의결돼 논의가 진행된다"라면서 "지금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거 개입 모양새가 너무나 이상하니 이 부분에 대한 절차상 문제를 우선 다룰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회의체다.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면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원 내부의 수평화를 위해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요구가 거세졌고, 대법원규칙에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이 제정되면서 2018년 4월부터 공식 기구가 됐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하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고 "재판을 이유로 법원을 집단적·폭력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회부 이후 9일 만이라는 유례없는 속도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대법원에 이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도 초고속 결정을 이어가면서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가 사법부에 의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7일 서울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대법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헌법 제1조 위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촉구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노동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헌법 제1조 위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주권 찬탈한 조 대법원장은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8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무리한 재판 지휘권 남용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라며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또 변호사 약 200명이 참여한 '사법쿠데타 저지 변호사단'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그를 직권남용죄로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는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내려진 점에 대한 입장 표명과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청문회 개최 등이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관대표회의 측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상정된 안건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관대표회의 안건은 의장 또는 법관 대표들의 제안에 의해 정해지고, 제안자를 포함해 10인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회의 현장에서도 추가로 상정할 수 있다.